"오일 머니 잡아라"…중동 노리는 완성차

  • 송고 2023.02.15 10:58
  • 수정 2023.02.15 10:58
  • EBN 신승훈 기자 (shs@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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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사우디 정부와 '자동차 산업 육성' MOU 체결

중동 지역 최초 반제품조립 공장…615조 '네옴시티' 공략

현대차그룹, 올해 중동서 판매 목표 상향…친환경차 늘려

쌍용차, 사우디·UAE 수출 늘린다…사우디 조립공장 설립

사우디-현대차 자동차 생산 확대 MOU ⓒ사우디 산업광물자원부 트위터 캡처

사우디-현대차 자동차 생산 확대 MOU ⓒ사우디 산업광물자원부 트위터 캡처

국내 완성차 업체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이른바 중동의 '오일 머니'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중동 국가들은 탄소중립에 속도를 내면서 친환경차를 생산 중인 완성차 업체에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올해 중동 판매 목표를 상향한 가운데 향후 역내 친환경차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사우디 산업광물자원부와 '사우디 자동차 산업 공동 육성'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양해각서 체결은 현대차가 사우디에 중동 지역 최초로 자동차 반제품조립(CKD) 공장 설립을 골자로 한다.


CKD는 부품을 수출한 뒤 현지서 조립해 완성차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현대차는 해당 공장에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생산을 위한 반제품 조립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현대차가 사우디를 중동의 거점으로 삼은 배경에는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사우디가 추진하는 초대형 건설사업으로 오는 2030년까지 아라비아반도 홍해 인근 사막 한 가운데 인구 900만명의 친환경 스마트 도시를 설립을 목표로 한다. 면적 규모만 서울의 약 44배로 사업비는 5000억 달러(약 615조)에 달한다.


특히 사우디는 오는 2030년까지 수도 리야드 차량의 30%를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네옴시티에선 전기차 등 친환경차만 운행하도록 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그룹 차원에서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대규모 수주를 노리고 있다.


데이터분석업체 CEIC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디서 승용차 판매는 총 55만6559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점유율 1위는 토요타(28.4%), 2위는 현대차(16.1%)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사우디를 포함해 올해 중동서 판매 목표로 상향 조정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중동에서 총 28만7000대를 판매했다. 올해는 3만대를 늘린 31만9000대 판매를 목표로 세웠다. 이는 전년 대비 11.1% 목표치를 높인 것으로 북미(9.6%), 인도(7.2%), 중남미(6.1%), 유럽(4.0%)보다 높은 수치다.


기아는 지난해 중동에서 총 20만2000대를 판매했다. 기아는 중동에서 전체 9개 권역 중 북미(85만1000대), 유럽(57만대), 국내(54만1000대), 인도(25만1000대)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기아의 글로벌 시장점유율 추이를 보면 지난 2019년 중동에서 시장 점유율 5.7%를 기록했다. 2020년 6.2%, 2021년 6.5%, 2022년 6.4%로 평균적으로 6%대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기아는 중동의 친환경차 전환 흐름에 발맞춰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실제 올해 중동 판매 목표치도 높였다. 기아는 올해 중동서 전년 대비 1만7000대(8.0%) 늘어난 21만9000대를 판매 목표로 잡았다.


쌍용자동차는 중동 국가 중 UAE 공략에 나서고 있다. 쌍용차는 UAE의 'NEWEAST GENERAL TRADING JAFZA(NGT)'와 지난달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7000대를 시작으로 향후 1만대 수준까지 물량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1992년 설립된 NGT는 중동 최대 자동차 부품 수입 및 유통업체로 꼽힌다. 최근 NGT 고위 임원진은 한국을 방문해 쌍용차 평택공장 라인을 둘러보고 쌍용차와 UAE 지역 기반 수출 확대를 논의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총 4만5294대를 수출해 지난 2016년 5만2290대 이후 6년 만에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사우디, 이라크, 이스라엘 등 중동 지역에 총 3819대를 수출했다.


쌍용차는 앞서 사우디 SNAM사와의 KD 협력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SNAM사는 지난해 1월 현지 조립공장을 짓고 올해부터 1단계 현지 조립 생산을 시작한다. 향후 2단계 사업을 위한 공장 증축 이후 연간 3만대까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쌍용차는 사우디와 UAE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중동 지역으로 수출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완성차 업체는 현재 수출 제약으로 현지 생산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대차는 이미 카자흐스탄과 이집트, 알제리 등에 CKD 공장을 세운 바 있다. 통상 5만대 이상 판매가 이뤄지면 CKD 공장을 검토했는데 사우디가 전기차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시장 선점 차원에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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