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N 칼럼] 삼성전자에 묻는다

  • 송고 2023.04.12 06:00
  • 수정 2023.04.12 06:00
  • EBN 관리자 (gddjrh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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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EBN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EBN

20세기 전자 산업 왕국으로 불리었던 일본 가전 산업 몰락과 더불어 일본 디스플레이 산업 역시 쇠퇴의 길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소니와 파나소닉, JDI의 합작사인 JOLED 마저 파산 절차에 들어 가며, 일본의 자본으로 움직이는 디스플레이 업체는 JDI만 남게 됐다. 샤프는 이미 오래전 대만 폭스콘(Foxconn)에 인수됐기 때문에 순수한 일본 기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본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일본 디스플레이 산업의 몰락 시발점을 소니와 삼성전자가 공동으로 만든 S-LCD로 꼽는다. 그 당시는 일본의 인건비나 물가가 높은 시기였기 때문에, 노동력이 우수한 한국에서 저렴하게 LCD를 공급받는 것은 소니로서는 매우 훌륭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는 소니 내부에서 조차도 S-LCD 설립은 가장 큰 실책으로 지적되고 있다.


패널 설계 기술과 제조 기술 등이 암암리에 삼성전자에 흘러 들어가면서 TV 성능이 급격히 향상됐다고 소니 사람들은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다른 업체들 역시, 대만과 중국 패널 구매 물량을 증가시켰다. 필자는 삼성전자의 우수한 인력과 개발력으로 실력이 향상됐다고 믿고 있지만, 소니 사람들의 평가가 사실이든 변명이든, 어쨌든 그 후에 삼성전자의 LCD TV가 세계 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올리며 일본 업체들이 장악하던 TV 시장을 서서히 밀어낸 건 사실이라고 본다.


일본 디스플레이 업체에서 퇴사한 고급 인력들이 한국 기업으로 이동하며, 한국의 디스플레이 생산 기술이 급상승은 더욱더 일본 가전 업체의 몰락에 가속도를 붙였기 때문이다.


한국 가전 업체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등극과 함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영업 이익을 올리기 위해 중국과 대만에서 생산되는 LCD 패널 구매량을 점차 끌어 올렸다. 그 결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을 포기하게 됐다. 기업 이익을 위해 가격이 저렴한 부품을 구매하는 것은 외부 사람들이 좋고 나쁨을 평가할 수 없지만, 몰락한 일본 가전 기업들이 걸어가는 길을 너무 흡사하게 밟고 있는 모양임은 분명하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쇠퇴하면 한국 디스플레이 제조 인력들은 중국 패널 업체로 이직하게 되고, 결국 TV 제조에 필요한 패널 제조 기술 조차도 중국에 흘러 들어가게 된다. 그 결과 중국 TV 업체들의 실력이 좋아지게 되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부메랑을 맞게 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 TV 업체와의 경쟁력 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한 가지 뿐이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을 중국 보다 우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국의 디스플레이 구매량을 늘려야 한다. 당장은 중국 패널로서 영업 이익과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조만간 TV 산업은 중국의 지배하게 들어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을 끌고 갈 수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이미 모바일 기기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독보적인 매출과 영업 이익을 유지하고 있으며, IT용 OLED 생산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큰 걱정은 없다. 남은 것은 TV용 대형 OLED이다.


이미 LG전자는 OLED TV 구매량을 연간 400만대 이상이기 때문에 15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TV 시장에서는 충분히 역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TV에 LCD TV 비중을 더 많이 가져가고 있다. 이들 TV에 사용되는 디스플레이는 한국 기업이 생산하는 패널은 없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국민의 안전을 챙기기 위해 미국에 가서 백신 구입에 앞장섰다.


국가와 국민을 걱정하는 회장이 있는 기업에서 국가의 이익 보다는 기업의 푼돈 모으기에 집중하는 모습은 뭔가 모순되지 않지 않은가? 한국 TV 산업이 일본을 따라 갈 것인가?


삼성전자에 묻는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든 LG디스플레이의 White OLED든, OLED 패널로서 프리미엄 TV를 만들어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을 끌고 갈 의향은 없으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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