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점검] '틀' 깬 정지선표 백화점…젊어지는 '더현대'

  • 송고 2023.06.29 10:40
  • 수정 2023.06.29 10:48
  • EBN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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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점포 최단기간 매출 '1조 돌파' 기록 목전

'팝업·명품' 지역별 차별화 전략으로 업계 두각

"하반기 경쟁사 대비 차별적 실적성장 나타낼 듯"

정지선표 젊은 백화점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ebn

정지선표 젊은 백화점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ebn

'백화점'을 뗀 정지선표 젊은 경영이 흥행 가도를 달리며 현대백화점그룹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백화점 고객들의 문화 소비패턴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가겠다'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비전은 미래형 백화점의 새 기준점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나오는 수준이다. 차별화 전략으로 초기의 성과를 낸 '더현대'는 앞으로 기성 백화점의 정체성과도 융합하면서 추가 성장의 기대도 다분한 상황이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지선 회장의 야심작인 '더현대 서울'이 단일 점포로는 최단기간 연매출 '1조 클럽'에 무난히 입성할 전망이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더현대 서울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 가까이 신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연매출이 9500억원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했을 때 이 성장세가 유지될 경우 1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폭발적 매출의 이유 '백화점 답지 않은 백화점'


더현대 서울이 이른바 '유통 무덤'으로 불리던 서울 여의도에 '백화점답지 않은 백화점을 만들겠다'며 기존의 백화점 공식을 깬 점포라는 점에서 정지선 회장의 전략이 제대로 먹혔다는 평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더현대 서울의 실적은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없이 성공하기 힘들다는 업계의 고정관념을 깬 결과다. 더 큰 성장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실제 더현대 서울은 업계 '큰 손'으로 떠오른 MZ세대들을 붙잡기 위해 가장 트렌디하면서도 생소한 브랜드를 유치하고 전시회 등 즐길 공간을 대폭 확장했다. 이를 통해 매출 절반은 2030에게 나오고 있는 결과를 도출했다.


더현대 서울은 지난해에만 250여회의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다. 올해까지 포함하면 300회 이상 팝업 행사를 열었다.


팝업스토어는 장기적으로 운영하는 일반 매장과 달리 특정 목표를 위해 제한된 기간에 영업하는 임시매장이다. 현대백화점 내부에서는 이러한 이색 콘텐츠들은 연간 200만명 이상의 추가 고객 유입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성 백화점 정체성도 유지 '명품 전략' 병행


현대백화점이 명품 브랜드를 들이지 않은 전략만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백화점의 효자 점포로 꼽히는 '판교점'은 MZ세대를 겨냥한 컨템포러리 브랜드 등과 적절한 조화로 경기권 1위 백화점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판교점이 매출 2조 클럽 가시권에 진입했다. 판교점은 지난달 주말 하루 만에 일매출 102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주말 평균 매출(65~70억)의 두배 수준을 하루만에 기록한 셈이다. 현대백화점 안팎에서는 이런 수준이라면 2024년 매출 목표인 2조 진입을 올해 안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매출 상승 배경에는 경기권 유일의 '명품 특화 점포'라는 점이 꼽힌다. 지난해 11월 경기권에서는 유일하게 에르메스 유치에 성공했고, 루이비통 매장은 경기권에서 가장 크다.


에르메스는 브랜드 희소성을 위해 지역별로 매장 총량제를 운영하는 등 출점 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한데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국내 11번째 에르메스 매장을 판교점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판교점 고급화 전략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 디올 남성 부티크가 입점했고, 올 하반기 오픈을 목표로 디올의 여성 전용 부티크도 국내 최대 규모로 입점할 예정이다. 이 외에 롤렉스와 셀린느 등 입점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이 판교점에 신명품 등 럭셔리 MD 보강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판교밸리’ 젊은 고소득 직장인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현대백화점은 하이엔드 명품뿐만 아니라 MZ세대를 유인할 수 있는 ‘신(新) 명품’도 적극 들이고 있다. 기존 명품 브랜드보다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차별화, 희소성 등을 갖춰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명품 3대장 ‘에·루·샤’ 중 하나인 샤넬이 없어도 꾸준히 매출이 증가하는 이유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 내부 전경.ⓒ현대백화점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 내부 전경.ⓒ현대백화점

'MZ·기성' 융합 시너지 추가 성장점


더현대 서울이 올해 연말 루이비통 유치에 성공하면 매출액 상승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명품 브랜드 유치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매출 1조를 바라보고 있는 만큼 완성도가 더해질 경우 더 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시선에서다.


이런 가운데 업계는 더현대 서울에 루이비통이 입점하고 나면 이를 계기로 에르메스와 샤넬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을 백화점 업계 최단 기간 1조 점포로 키우기 위해 MZ세대 겨냥 브랜드 유치 및 글로벌 명품 라인업 보강에 나선다. 올해 상반기까지 남성복 브랜드 '인사일런스' 스트리트 브랜드 '배드블러드' 등의 백화점 1호 매장을 선보이며, 다음 달에는 '디올'을 오픈할 예정이다.


브레이크 해제 2분기부터 실적 엑셀레이터


2분기와 하반기는 현대백화점의 전체 실적 개선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이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2분기에 경쟁사와 비교해 차별적인 실적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총매출 2조5773억원, 영업이익 671억원을 거둘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6.0%가 늘고, 영업이익은 5.9%가 줄어드는 것이다.


남 연구원은 "상반기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영업 차질과 소비경기 둔화가 영업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영업환경이 우호적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앞서 이달부터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영업 재개에 따른 기존점 회복 효과와 외국인 수요 회복에 따른 면세점 실적이 하반기 현대백화점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연결기준으로 총매출 10조7070억원, 영업이익 3160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1.8% 늘고, 영업이익은 1.6% 줄어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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