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글로벌 톱 함정 기술력’ HD현대重, 특수선 매출 2조 목표

  • 송고 2023.11.22 17:09
  • 수정 2023.11.23 06:52
  • 울산=EBN 천진영 기자 (cjy@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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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매출 2조 목표·해외 비중 절반으로
총 102척 함정 건조·14척 수출 실적 자신감
향후 10년 76조 함정 시장 영토 확장 본격화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본부장(부사장)이 지난 20일 울산 조선소에서 글로벌 함정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장을 위한 비전을 공개했다. [제공=HD현대중공업]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본부장(부사장)이 지난 20일 울산 조선소에서 글로벌 함정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장을 위한 비전을 공개했다. [제공=HD현대중공업]

“매년 1.5조 규모의 매출이 확보돼야 함정 생산 능력(캐파·CAPA)를 100% 운영할 수 있습니다. 동남아, 중동, 남미 등 수출 전선을 확대해 2030년까지 특수선사업부 매출을 2조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일 울산 조선소에서 글로벌 함정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장을 위한 비전을 공개했다. 오는 2030년까지 특수선사업본부 매출 2조원을 달성하고, 그 중 절반을 수출 물량으로 채워 해외시장에서 벌어들이겠다는 취지다. 자국 건조가 가능하고 외교 관계가 소원한 국가를 제외하면, 향후 10년간 한국이 수출할 수 있는 세계 함정 시장은 총 590억 달러(약 76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본부장(부사장)은 “국내에서 나오는 함정 물량은 2.2조원 규모로, 여러 함정 방산업체가 7000~8000억원 등 1조원 미만 수준으로 나눠 갖는 구조”라며 “국내 수주 물량만으론 저희가 갖고 있는 캐파를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해외 수출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조대왕함, 충남함 전경. [제공=HD현대중공업]

정조대왕함, 충남함 전경. [제공=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의 독자 경영이 가능토록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우선 손익분기점(BEP)을 넘겨 새로운 투자 동력을 마련하고, 기술개발 투자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특수선사업부 분사 계획은 없다.


주 부사장은 “세계 무대에서 수상함 분야 경쟁력은 호평 받고 있고, 재발주를 요청하는 국가들도 반드시 있다. 그만큼 비용이나 성능 등 여러 측면에서 선주들이 만족하는 배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트랙 레코드(실적)를 바탕으로 수상함 부문 해외 수주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잠수함 수출 실적은 없다. 그러나 세계 최초 리튬전지(리튬이온폴리머)를 기반으로 잠수함용 전원공급 체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며 “독자 설계를 비롯해 소형·중형·대형 잠수함 건조 기술을 충분히 확보한 만큼 캐파를 확보하고 잠수함 수출에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HD현대중공업의 수출 자신감은 그간 축적된 함정 건조 기술력에서 비롯됐다. 1975년 한국 최초의 국산 전투함인 ‘울산함’ 개발을 시작으로 이지스함 5척, KDX-II 구축함 3척, 호위함 12척, 초계함 6척, 잠수함 9척, 경비·구난함 31척, 지원함 7척, 수출함 14척 등 총 102척의 함정 건조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14척의 함정 수출 실적을 기반으로 아시아를 넘어 중동과 남미 지역까지 글로벌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정조대왕함 선상. [제공=HD현대중공업]

정조대왕함 선상. [제공=HD현대중공업]

그간 특수선사업부는 매년 상이한 해외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매출 비중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몇 년에 한 척씩 함정 수출이 이뤄진 탓이다. 그러나 최근 필리핀 해군의 현대화 사업 지원을 기점으로 함정 수출 확대의 변곡점을 맞게 됐다.


앞서 필리핀 정부는 자국 해군의 현대화와 전력 증강을 위해 호위함 6척과 초계함 12척을 확보하는 ‘호라이즌’(Horizon) 사업을 추진하면서, HD현대중공업에 호위함 2척(2016년), 초계함 2척(2021년), 원해경비함(OPV) 6척(2022년) 등 총 10척의 함정을 발주했다.


최태복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대외협력담당(이사)은 “필리핀처럼 10척을 한꺼번에 발주한 것은 처음인데, 연간 기준으로 수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해도 있었다”며 “그간 함정 수출은 몇 년에 한 척씩 이뤄졌으나, 필리핀 수출 모델을 접하고 협상을 제안하는 국가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세계 함정 시장은 매년 2.7%씩 성장하고 있으며, 향후 10년간 한국이 수출할 수 있는 시장은 590억 달러(약 76조원) 규모”라며 “국내 함정 산업은 ‘더 이상 발전시킬 수 있는 게 없다’고 할 정도로 기술력의 최정점에 도달했고, 이 역량을 해외 무대에서 발휘하며 수출 성과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태복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이사가 지난 20일 울산 조선소에서 지속 가능한 함정산업에 대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제공=HD현대중공업]

최태복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이사가 지난 20일 울산 조선소에서 지속 가능한 함정산업에 대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제공=HD현대중공업]

이날 공개한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 역시 미래형 함정 건조 기술력의 집결체로 읽힌다. 국가전략자산인 이지스구축함 배치-Ⅱ 1번함인 정조대왕함은 2019년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한 후, 2021년 착공식과 기공식을 거쳐 작년 7월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진수됐다. 현재 진행 중인 시험평가를 마친 후 2024년 말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정조대왕함은 국내 기술로 개발된 ‘통합소나(Sonar, SOund Navigation And Ranging)체계’와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하이브리드 엔진, ‘장거리 대잠어뢰 홍상어’ 탑재, 스텔스 선체, 그리고 MH-60R 해상작전헬기를 운영함으로써 대잠 방어 및 공격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됐다. 한국 최초로 해상에서 적의 탄도탄을 탐지, 추적, 요격까지 할 수 있는 ‘해상기반 기동형 3축 체계의 핵심전력’ 역량을 갖춘 점도 강점이다.


정조대왕함 건조의 숨은 주역은 전투체계통합팀(ITT, Integrated Test Team)이다. HD현대중공업의 ITT팀은 이지스구축함 배치(Batch)-Ⅰ, Ⅱ 전투체계 통합을 모두 수행하며 능력을 입증한 국내 유일의 전투체계 통합 및 운용시험 조직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HD현대중공업이 단순히 함정 건조업체가 아닌 체계통합 업체로 국내외에 인식되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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