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상시화”…재계 ‘오너 책임경영’ 전면

  • 송고 2023.12.05 06:10
  • 수정 2023.12.05 09:21
  • EBN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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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오너가(家) 리더 경영 일선 현장 복귀로 위기극복 의지 수립

최창원, SK수펙스 의장 유력 검토…윤세영·박찬구 경영 일선 복귀

정기선·박세창·이규호, 부회장 승진…‘전문 경영인 부회장’은 감소化

(사진 왼쪽 위부터)최창원 SK 디스커버리 부회장,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제공=연합, 각사]

(사진 왼쪽 위부터)최창원 SK 디스커버리 부회장,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제공=연합, 각사]

글로벌 경제 침체가 길어지면서 내년 상황을 대비해 재계가 오너가(家) 책임 경영 강화에 나섰다. 연말 인사를 통해 전문 경영인의 세대교체에 나서는 동시에 오너 일가가 경영 일선에 등장해 위기 속에서 진두지휘하겠다는 모습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7일 단행할 연말 인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는 방안에 힘이 실린다.


이른바 ‘그룹 컨트롤타워’로 불렸던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의 최고 협의기구로, 전략·글로벌과 인재 육성, 환경사업 등 분야별 전문 위원회로 이뤄졌다. SK㈜와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 20여 곳이 몸담고 있다.


‘그룹 2인자’인 조대식(63) 의장이 2016년 말부터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지휘하고 있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조 의장의 퇴진설이 나오며 최창원 부회장이 후임으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1964년생인 최창원 부회장은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의 막내아들로, 재계 안팎에서는 ‘워커홀릭’으로 유명하다. 최태원 회장의 신임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 의장을 비롯한 부회장단은 동반 퇴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오너들의 복귀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세영(90)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2019년 3월 아들 윤석민 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준 지 5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


윤 회장은 내년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지주회사인 TY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태영건설의 경영난이 우려되자 ‘창업 초심’으로 돌아가 그룹 전체를 지휘하기 위한 취지다.


앞서 지난 5월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박찬구(75)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도 6개월 만인 지난달 금호미쓰이화학 대표이사를 맡으며 전격 복귀했다.


박 회장은 배임 혐의로 2025년 말까지 취업이 제한된 상태였으나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형 선고 실효 및 복권 대상에 포함되며 취업 제한이 풀렸다.


(사진 왼쪽 위부터)최창원 SK 디스커버리 부회장,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제공=연합, 각사]

(사진 왼쪽 위부터)최창원 SK 디스커버리 부회장,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제공=연합, 각사]

‘젊은’ 오너가 인사도 등장한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41) HD현대 부회장은 이달 초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21년 사장에 오른 지 2년여 만이다.


박삼구 금호그룹 전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48) 금호건설 사장과 이웅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39) 사장도 최근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GS그룹은 창립 이후 최대 규모였던 이번 정기 임원 인사에서 오너가 4세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철근 누락 사태로 기업 이미지가 크게 떨어진 GS건설은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인 허윤홍(44) 사장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이를 두고 2013년 6월 임병용 부회장의 CEO 취임 이후 10년간 이어진 전문 경영진 체제가 종료하고 4세 경영 시대가 개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마다 오너의 책임 경영을 등장시키고 있다”면서 “어려운 시기마다 오너가 전명 등장하곤 한다”고 말했다. 또 “빠른 시대변화를 감안해 젊은 층의 경영진의 두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최근 움직임을 두고 ‘전문 경영인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젊은 오너가 경영 전면에 나서며 그룹 회장의 참모 역할을 하던 ‘부회장단’은 해체되거나 뒤로 물러날 것으로


LG그룹의 경우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용퇴하면서 고 구본무 선대 회장이 임명한 부회장들은 현직에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당시 6명이던 부회장단 규모는 현재 2명으로 축소됐다.


한때 부회장만 14명이었던 현대차그룹도 앞서 2021년 윤여철 부회장이 퇴진하며 정몽구 명예회장의 가신 그룹으로 불렸던 부회장단이 사실상 해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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