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병도 재활용” 시민단체 요구에 롯데칠성 난처

  • 송고 2023.12.14 16:22
  • 수정 2023.12.14 16:22
  • EBN 신승훈 기자 (shs@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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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재사용연대, 롯데칠성 본사서 ‘유리병 재사용’ 촉구 기자회견

“유리병 재사용 용기로 바꾸면 가정용 플라스틱 4분의 1 감소” 주장

롯데칠성 등 유리병 재사용에 회의적…“정부 차원 인프라 구축 선행돼야”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칠성 본사 앞에서 유리병재사용시민연대가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롯데칠성의 유리병 재사용 목표 선언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제공=연합]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칠성 본사 앞에서 유리병재사용시민연대가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롯데칠성의 유리병 재사용 목표 선언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제공=연합]

‘유리병 재사용’이 식품업계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단체가 탄소중립·탈플라스틱 사회로 전환을 위해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용기를 재사용 유리병으로 전환하라는 요구가 거세기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칠성음료을 비롯한 대다수의 식품업체는 유리병 재사용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정부 차원의 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유리병재사용시민연대(시민연대)는 14일 오후 12시 서울시 송파구 롯데칠성 본사 앞에서 ‘롯데칠성의 재사용 목표 선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시민연대는 “기업은 병 재사용 제품의 목표를 설정하라”면서 “미세 플라스틱 오염이 우려되는 식품업계는 유리병 용기로 시급히 전환하고 유리병 재사용을 통해 자사 제품의 플라스틱 오염을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연대 주장의 핵심은 △플라스틱 사용량 줄이기 △유리병 용기로 포장재 전환 △유리병 재사용 체계 마련 등이다. 유리병 재사용은 표준 유리병 용기를 도입해 용기 반납과 세척을 통해 실물 그대로의 유리병을 재사용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현재 유리병 재사용은 맥주·소주·음료에 한해 시행 중이다. 분리수거를 통해 수거된 유리병을 파쇄해 다시 활용하는 ‘유리병 재활용’과는 다른 개념이다.


시민연대는 “(플라스틱·유리병) 재활용은 유해 물질 잔류, 새 자원의 투입 등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면서 “재활용보다는 재사용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리재사용시민네트워크 2023 용기 재사용 탐정단 조사 결과 주류를 제외하면 전체 유리병 702개 중 재사용 유리병은 64개(9.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조사에 따르면 전체 플라스틱 배출량의 78.1%가 식품 포장재에서 발생했고, 배출량 상위 10개 식품 제조사가 전체 배출량의 23.9%를 차지했다.


시민연대는 상위 10개 식품 기업이 재사용 용기로 전환할 경우 가정용 플라스틱의 4분 1이 감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연대가 상위 10개 기업 중 롯데칠성음료를 주 타깃으로 삼은 이유는 롯데칠성음료가 주류 업계 1위이자 음료 비닐·플라스틱 포장재 배출량이 가장 많은 기업이기 때문이다. 또 롯데칠성음료가 펩시를 유통 중인 가운데 코카콜라가 표준 용기를 출시해 재사용에 나선 점도 영향을 미쳤다.


코카콜라사는 2018년부터 브라질에서 표준 용기를 출시해 아르헨티나, 칠레, 멕시코 등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서 재사용 중이다. 재사용 용기 도입 이후 재사용병은 평균 25회 사용돼 일회용 페트병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7%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코카콜라사는 오는 2030년까지 자사 음료 제품의 최소 25%를 재사용 용기에 담아 판매하고 용기를 회수할 계획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은 ‘포장 및 포장재 폐기물 지침 개정안’을 통해 오는 2030년 20%, 2040년에는 80%까지 재사용 용기로 전환할 것을 명시했다. 시민연대는 정부와 국회 차원의 입법 노력에 앞서 식품업체가 선제적으로 유리병 재사용 계획을 밝히길 희망하고 있다. 기업이 먼저 유리병 재사용에 앞장선다면 정부와 국회에서의 ‘유리병 재사용’ 관련 입법 논의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시민연대의 기대와 달리 식품업체는 유리병 재사용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시민연대가 ‘소비자가 가장 많이 사용한 상위 10위 식품기업’에 유리병 재사용 계획을 질의한 결과 7개 기업이 구체적인 재사용 계획을 밝히지 않았고, 나머지 3개 기업은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


시민연대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일부 음료병에 빈용기 보증금제도를 이행하고 있다”면서 추가적인 재사용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다만 ‘유리병 재사용을 위한 표준 규격병 제작 논의에 참여할 의사’를 묻자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식품업체들은 공통적으로 유리병 재사용의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유리병 재사용을 위해선 정부 차원의 표준 규격병 생산 지원과 전국적인 수거·회수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유리병 세척에 필요한 대규모 설비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롯데칠성음료는 관계자는 “재활용 측면에서는 유리병이 좋다”면서도 “유리병 도입에 따른 무게 문제를 비롯해 인프라가 우선적으로 구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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