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김 과장의 시선

  • 송고 2023.12.26 10:33
  • 수정 2023.12.26 14:43
  • EBN 손병문 기자 (moon@ebn.co.kr)
  • url
    복사

손병문 미래산업부장

손병문 미래산업부장

지난 2016년 개봉한 영화 ‘더 빅 쇼트(The Big Short)’를 최근 넷플릭스로 다시 봤다. 영화 제목은 ‘대량 공매도(空賣渡)’를 뜻한다. 헐리우드 특급스타 브래드 피트, 크리스천 베일, 라이언 고슬링 등 출연진이 화려하다.


영화 내용은 2007~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야기된 부동산 대폭락과 부실 대출에 따른 거대 은행들의 파산이 글로벌 경제공황을 촉발했다는 줄거리다.


당시 세계 4위 규모의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Lehman Brothers)가 2008년 9월 뉴욕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지구촌 금융위기를 자극했다. 미국 중앙정부나 금융산업 중심지인 월가(WALL家)의 수 많은 펀드회사, 골드만삭스 같은 매머드급 투자은행도 더 이상 안전하거나 신뢰하기 어렵다는 묵직한 주제를 담은 영화다.


이 사건이 계기였을까. 2009년 초 비트코인 창시자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는 논문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에서 비트코인을 ‘중앙기관의 의존없이 개인 간 안전한 전자적 거래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정의했다. 그는 비트코인을 화폐나 자산이라기 보다는 ‘시스템’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초창기인 2009년엔 별다른 쓰임새가 없었기 때문에 1개당 0.004달러(5원)에도 못 미치는 낮은 가격을 1년 넘게 유지하다가, 2010년 5월 미국의 한 비트코인 포럼 참여자가 1만 개의 비트코인으로 피자(당시 두 판에 4만원)를 구매한 사연이 해외토픽에 올랐다.


이후 익명성이라는 특징 때문에 비트코인이 마약거래 등 암시장에서 유통되면서 ‘블랙마켓 기축통화’로 의심됐다. 다수의 비트코인 거래소 해킹 사건의 배후에는 북한이 있을 것이란 뉴스는 아직도 종종 보도된다.


2023년 12월 중순. 비트코인(Bitcoin) 1개 가격이 4만 달러(국내 거래소 기준 6000만원)를 넘나들며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올 해 초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FTX) 파산 여파로 2100만원대를 보였던 비트코인은 11개월여 만에 세 배 정도 뛰었다. 비트코인 역대 최고가는 2021년 11월 기록한 9000만원 수준. 이를 2024년에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내년 초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이 유력하다는 소식과 함께 내년 4월경 비트코인 반감기가 4년만에 도래할 것이란 소식도 비트코인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공식화되면 기관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져 대규모 투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몰릴 것이란게 금융전문가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의 관측이다.


‘비트코인 반감기’란 채굴 보상을 반으로 줄여 시장에 풀리는 비트코인 양을 평소대비 반으로 줄인다. 비트코인 전체 발행량은 2140년까지 2100만개로 제한된다. 여기에 미국이 금리 인상을 멈추고 긴축정책 완화 분위기로 전환될 것이란 점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소다.


우리는 비트코인을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아직 용어 정립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각종 매체나 보고서에서 ‘암호자산’, ‘가상화폐’, ‘암호화폐’ 등 다양하게 불리는데, 2021년 3월 개정된 특정금융정보법에서 ‘가상자산’으로 통칭을 정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선언문에서는 암호화폐를 가상자산(virtual assets) 외에 암호자산(crypto assets)이라고 표현했다. 일본은 자금결제법 개정안(2019년)에서 기존 가상통화라는 용어를 ‘암호자산’으로 바꿨다.


비트코인은 아직 정식 화폐로 승인받지 못했을뿐더러 가상(假想·Virtual)이란 단어도 어울리지 않는다. 가상의 사전적 의미는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 여부가 분명하지 않은 가정’이란 뜻인데, 이미 우리는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살 수 있으며 투자자산으로 여기고 있다. 때문에 ‘디지털 자산’으로 명명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엘살바도르는 2021년 9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했다. 앞서 일본은 2016년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암호자산을 법률상의 재산적 가치로 인정하고, 결제 수단으로 허가하면서 비트코인 거래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자산이나 자본으로써 쉽게 활용하기엔 아직 한계가 있다. 비트코인을 형성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알고리즘 특성상 실시간 대량 거래가 어려우며, 수수료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때문에 결제 수단으로서의 ‘화폐’ 기능보다는 ‘투자 목적의 자산 가치’가 부각되는 추세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최근(2023.12.14) ‘한·IMF 공동 국제 콘퍼런스’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디지털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재정의 지속성을 제한할 수 있고 세금 집행이 불안하거나 어려워질 수 있다”며 “거시적인 금융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자리에서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디지털화폐는 기존 금융·통화체계의 약점을 보완할 잠재력이 있지만 세계 각국의 금융안정 시스템을 흔드는 양날의 검”이라며 “디지털 화폐의 편리성과 효율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플랫폼의 신뢰와 안정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유명 유튜버 가상자산 전문가는 “17세기 네덜란드의 튜울립 버블이나 2000년대 초 닷컴버블을 비트코인 시장과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희귀할지도 모르는 튜울립 뿌리’에 투자했던 400년 전 현상과 현재 비트코인 시장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또한 닷컴버블을 거치면서 수많은 IT기업들이 사라졌지만 현재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Seven. 애플·MS·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테슬라·메타) 등 기술력을 인정받은 소수의 IT·기술 기업들은 여전히 글로벌 디지털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 디지털자산 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다. 다만 옥석 가리기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있거나 투자하려는 김 과장께 한마디. ‘모든 투자 판단과 결정과 손실은 본인의 몫’이라는 명언을 되새기시길.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