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셀트리온·야놀자’…나스닥 노리는 韓 기업

  • 송고 2024.02.21 14:59
  • 수정 2024.02.21 15:00
  • EBN 이해선 기자 (sun@ebn.co.kr)
  • url
    복사

국내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 책정…높은 수수료·유지비용 부담

2021년 쿠팡 상장 시 기업가치 100조…올해 SSG닷컴 10조↓

[제공=픽사베이]

[제공=픽사베이]

올해 들어 셀트리온홀딩스, 네이버웹툰 등 국내 굵직한 기업들의 나스닥 상장 계획이 알려지며 눈길을 끌고 있다.


2021년 쿠팡 이후로 자취를 감췄던 국내 기업의 나스닥 상장 움직임이 다시금 본격화됨에 따라 그간 국내 기업의 나스닥 상장 사례들과 미국 증시 진출로 얻을 수 있는 득과 실이 재조명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이르면 올해 6월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네이버웹툰의 기업가치는 약 30억~40억 달러(약 4조~5조300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상장을 통해 조달할 금액은 최대 5억 달러다.


앞서 올해 나스닥 상장 계획을 알린 기업은 셀트리온홀딩스다. 지난달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연내 셀트리온그룹의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의 나스닥 상장을 관련 부서에 주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서 회장은 나스닥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셀트리온홀딩스를 투자사로 키워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최근 몇 년간 나스닥 상장 이슈가 있었던 야놀자의 경우도 지난 연말 미국 증권거래소 출신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선임한 것을 계기로 연내 나스닥 상장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야놀자는 2020년 국내 상장을 목표로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기도 했으나 다음해 소프트뱅크로부터 2조원의 투자를 받으며 미국 나스닥으로 목표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에 따르면 야놀자가 나스닥 상장을 위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현재 막바지 IPO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회사 측은 상장 관련 일정이나 세부 사항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한국 증시가 아닌 미국 증시 진출에 도전하는 이유는 높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책정받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쿠팡 나스닥 상장 시 시총 100조…‘SK하이닉스’와 동급?

가장 최근 사례로 예를 들어보면 2021년 3월 나스닥에 상장한 쿠팡은 상장 당일 주당 49.25달러로 공모가(35달러) 대비 40.71% 상승 마감했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한화로 100조4000억원. 상장 당일 쿠팡의 기업가치는 무려 100조원으로 평가받았다.


같은 날 국내 코스피에 상장된 기업 중 쿠팡과 시총이 비슷한 기업을 단순 비교해 보면 SK하이닉스(99조7000억원)로 나타났다. 심지어 쿠팡의 시총이 약 7000억원 더 높았다.


물론 약 3년이 지난 현재 SK하이닉스의 시총은 108조900억원으로 성장했지만 쿠팡의 시총은 37조7000억원으로 약 3분의 1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상장 당시 국내였다면 받을 수 없는 높은 밸류에이션을 책정받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올해 국내 상장을 추진 중으로 알려진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 SSG닷컴의 기업가치는 한때 10조원가량으로 거론됐지만 현재는 이보다 더 낮게 책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0조원으로만 잡아도 쿠팡이 나스닥 상장 당시 받았던 몸값 100조에 10분의 1 수준이다.


다만 나스닥 상장이 무조건 이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밸류에이션을 높게 받는 만큼 상장하는데 드는 수수료를 비롯해 회계·법률·공시 자문료 등 상장 유지비용 역시 국내 증시 상장 대비 수십 배가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쿠팡에 앞서 나스닥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경우 절반 이상이 5년 내 상장을 폐지하거나 해외에 매각됐다.


1999년 ‘미래산업’을 시작으로 2006년 ‘지마켓’까지 국내 강소 IT 기업을 비롯해 총 9개의 국내 기업이 나스닥에 상장했지만 이 중 일본기업에 매각한 ‘그라비티’를 제외하고는 현재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곳은 없다.


이후 다수의 기업이 나스닥 상장을 언급했지만 결국 준비 과정에서 무산됐다. LG에너지솔루션, SK바이오팜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나스닥 상장을 검토했으나 끝내 국내 증시로 마음을 돌린 것은 국내 상장에 4~5배에 달하는 상장 비용을 비롯해 매년 수반되는 천문학적인 유지비용 때문으로 알려졌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나스닥의 상장 유지비용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일반주주들에게 해야 하는 의무 사항이 많다는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중심의 사업을 한다면 나스닥 상장이 대외신뢰도 및 인지도 제고 측면에서 훨씬 유리할 수 있다”며 “유지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면 나스닥 상장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선택지”라고 말했다.


수출 중심 기업이라면…나스닥 상장으로 시너지↑

올해 나스닥 진출 계획이 전해진 네이버웹툰과 셀트리온홀딩스, 야놀자 모두 글로벌 확장성이 큰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진 기업들로 국내 증시보다 나스닥 상장이 사업적으로 큰 시너지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네이버웹툰의 경우 최근 K-콘텐츠 열풍이 웹툰과 웹소설로 확장되며 웹툰의 지식재산권(IP)들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이 이미 미국과 유럽의 직판 체계를 구축하고 바이오시밀러 판매를 확대하고 있어 지주사의 나스닥 상장이 현지 영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또한 과거 국내 숙박 플랫폼으로 시작했지만 지난 2년간 아시아, 유럽, 미국 등 글로벌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온 야놀자 역시 국내 증시보다는 나스닥 상장이 대외신뢰도 및 인지도 확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업 영역이 글로벌 중심이라면 국내보다 미국에서 상장하는 게 기업가치도 높게 받고 글로벌 확장성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상장사보다 나스닥 상장사가 투자자들 눈에 더 매력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기회비용을 따져 최종 판단을 하면 될 것”이라며 “나스닥에 도전해 높은 가치를 평가받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