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복지다⑨] 일자리 미스매치…기업 인재상 VS 취준생 조건

  • 송고 2024.03.04 06:00
  • 수정 2024.03.04 06:00
  • EBN 김창권 기자 (kimck2611@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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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이어지며 고용시장 위축
기업들 원하는 인재상은 ‘책임의식·소통’
취준생 ‘워라밸’ 높은 기업에 입사 원해

흔히 ‘일자리가 복지’라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일자리가 없다면 인간으로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기 힘들어서가 아닐까.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의 시대엔 더욱 그러하다. AI(인공지능)와 로봇, IoT(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 신기술이 속속 등장하면서 인간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일자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EBN>이 연중 기획으로 일자리 문제를 재조명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뉴노멀(새로운 기준)’ 시대를 맞아 일자리 변화를 들여다보고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해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최근 우리나라는 경기 침체로 인해 고용시장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한국은행은 ‘2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유지했다.


한은은 고물가·고금리 영향으로 내수 회복 모멘텀이 약화된 상황이 지속되는 만큼 당분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수출·설비투자가 양호한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완만한 개선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올해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25만명으로 당초 예상(24만명) 보다는 소폭 올랐다. 그러나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내수 회복 모멘텀 약화로 지난해(33만명)보다는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취업자 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과 취업준비생들이 바라는 기대감과의 괴리로 발생하는 인식 격차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일자리 미스매치가 여전한 상황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기업과 취준생이 원하는 요구조건을 잘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채용 상담하는 취업준비생들. [제공=연합]

채용 상담하는 취업준비생들. [제공=연합]

기업이 꼽은 인재상 ‘책임의식’…올해 ‘소통’도 중요

과거 기업들이 꼽는 인재상을 살펴보면 ‘전문성’을 중시해왔지만, 최근 들어 ‘책임의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이 홈페이지 등에 공개한 인재상을 분석한 결과 기업들이 요구하는 인재상 1위에 ‘책임의식’이 꼽혔다. 뒤이어 ‘도전정신’, ‘소통·협력’, ‘창의성’, ‘원칙신뢰’ 등으로 조사됐다.


인재상 순위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2008년, 2013년, 2018년 등 과거 세 차례의 조사에서 3위를 벗어난 적이 없던 전문성이 지난해에는 6위까지 떨어졌다. 이는 공채보다는 수시채용, 직무 중심 채용이 확산돼면서 대졸 취업자들의 직무 경험과 지식이 ‘상향 평준화’돼 다른 요건을 더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조사에서 5위를 기록했던 책임의식에 대한 중요도가 크게 상승했는데, 이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가 채용 시장의 주축으로 자리잡으면서 보다 책임감 있는 자세로 업무에 임해주길 바라는 기업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삼성과 LG 등 주요 대기업들은 채용사이트를 통해 ‘도전·열정’ 등은 여전히 강조하고 있다. 인재상이 변화하는 가운데 올해 더 강조되는 면모 중 하나는 ‘소통’이 꼽힌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올해 신년회에서 소통을 강조하고 나섰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다른 부서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알고 서로 소통해야 한다”며 “소통하는 조직문화로 개선한다면 보다 효율적인 회의와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주요 기업들이 소통을 다시금 강조하고 나선 이유는 지원자의 기술 역량 외에도 소통하려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소통이 강조됐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접하는 업무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디지털시대로 전환됨에 따라 빠른 적응과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인재라면 함께 일하는데 애로사항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한 업무 스킬은 전수가 가능하지만 지원자의 태도는 바꾸기 힘든 만큼 소통을 위한 받아들이는 자세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 기업 임원은 “최근 들어 자기주장이 옳다고 믿는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상호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 같다”며 “코로나 이후 이런 현상이 더 극심해진 듯한데, 서류상 스팩이 좋아도 막상 부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거나 친화력이 부족한 이들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일자리 정보 살피는 구직자들. [제공=연합]

일자리 정보 살피는 구직자들. [제공=연합]

취준생들 입사하고 싶은 기업은? ‘워라밸’

올해 2월 졸업예정자 중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5명중 1명에 그치는 등 취업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구직자들은 입사를 위한 기업의 조건으로는 ‘워라밸’ 등을 꼽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졸업 전 취업 성공 현황’에 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올해 2월 졸업자들 가운데 취업에 성공해 신입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들은 40.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월 졸업 예정자 중에는 21.9%만이 취업에 성공했다.


아직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신입직 구직자들은 평균 14곳의 기업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했고, 서류전형에 통과해 면접을 본 횟수는 평균 3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취업이 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영어점수와 학점 등 스펙이 부족해서’가 응답률 39.9%로 가장 높았으며, ‘기업이 신입을 잘 뽑지 않아서’란 의견도 31.6%에 달했다.


이처럼 취업이 어려운 상황속에서 입사하고 싶은 기업 조건은 명확했다. 잡코리아가 취업자들에게 ‘입사하고 싶은 기업 조건’을 묻는 질문에 전 연령층에서 ‘업무량이 적당해 워라밸을 챙길 수 있는 회사’가 응답자 44.9%로 1위를 기록했다.


다음으로는 40대 구직자들은 ‘사업 전망이 밝아 매년 성장하고 있는 회사(29.9%)’, 20대와 30대 구직자들은 ‘보고 배울 것이 많은 상사와 리더가 있는 회사’를 각각 19.1%와 20.3%씩 꼽았다.


회사 규모에 대해서는 ‘51~100명 정도의 기업’이 가장 많았으며, 20대에서는 ‘101~300명 정도 규모의 회사’가 가장 이상적이다는 의견이 가장 높았다. 이상적인 복지제도로는 30대와 40대 구직자들은 중식 제공하는 회사를, 20대는 당일 휴가 사용 허용을 1위로 꼽았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고용시장 위축과 동시에 노동시장의 일자리 미스매치도 심화하는 모습”이라며 “구직자들은 특정 기업에 제한을 두지 않고, 취업 시장에 먼저 진출해 경력과 전문성을 쌓은 뒤 원하는 기업에 도전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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