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성명·통상임금 소송…신세계, 노조 줄공세로 몸살

  • 송고 2024.03.29 11:03
  • 수정 2024.03.29 11:04
  • EBN 신승훈 기자 (shs@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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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창사 31년만 첫 ‘전사 희망퇴직’ 단행…노조 “패잔병 취급” 반발

‘60년 무노조 경영’ 깨고 출범한 신세계백화점 노조도 통상임금 소송 예고

정용진 당시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24년 1월15일 스타필드 수원을 방문한 모습. [제공=신세계그룹]

정용진 당시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24년 1월15일 스타필드 수원을 방문한 모습. [제공=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이 노동조합(노조)의 잇단 공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가 창사 31년만에 희망퇴직을 단행하자 이마트 노조가 ‘비판 성명’을 낸 데 이어 신세계백화점 노조도 사측을 상대로 ‘통상임금 재산정’ 소송을 예고했다.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은 신세계그룹이 올해는 본업 경쟁력 강화·임직원과의 성과 공유를 강조하고 있지만, 노조가 강경 태세를 취하면서 올해 말로 예정된 임금·단체협상(임단협) 과정도 험로가 예상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신세계백화점이 노조와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25일 근속 15년 이상, 과장급 이상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는 내용의 신청 공고를 사내 게시했다. 이마트가 ‘전사 희망퇴직’을 추진한 건 1993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이마트가 전사 희망퇴직을 발표하자 한국노총 전국 이마트 노조는 다음날 성명서를 내고 “신세계를 국내 11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이마트 사원들이 패잔병 취급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실적 부진 등 이른바 ‘경영 실패’ 책임을 직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마트 노조는 “열거하기도 힘든 사업과 투자 실패는 누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라며 “산업이 전환되는 시점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시장은 선도하지 못한 채 여기저기 쫓아 다니다 ‘닭 쫓던 개’와 유사한 상황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노조의 비판을 의식한 듯 지난 28일 한채양 대표는 이마트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직원과의 성과 공유를 언급했다. 그는 “올해는 ‘이마트 제2의 창업’의 해로 업계 선도적 지위를 공고히 해 나갈 것”이라며 “고객, 주주, 임직원, 협력사 모두가 성과와 가치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신세계백화점 노조는 사측을 상대로 ‘통상임금 재산정’ 소송을 예고했다. 지난해 3월 ‘60년 무노조 경영’을 깨고 출범한 신세계백화점 노조는 첫 집단행동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당장 신세계백화점 노조는 명절 상여금과 성과급을 통상임금으로 다시 계산하자고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최근 법원 판례에 따르면 상여금과 성과급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신세계백화점 노조는 지난 그간 받지 못한 연장근로수당과 연차수당 등 소급분을 법원에 청구할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 노조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17년 성과급 일부(200%)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아직 나머지 성과급(400%)은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신세계백화점 노조는 “사용자 측에서는 급여 인상이란 목적을 언급했다”면서도 “통상임금 사태 발생 이후 문제 발생에 대한 리스크를 공론화하지 않고 묵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 노조는 통상임금 재산정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평균 밴드직은 650만원, 전문직1·2에는 400만원의 소급분이 돌아갈 것으로 추정했다. 연평균 기준으로 밴드직은 228만원 전문직1·2 132만원에 해당한다.


신세계그룹 내 주력 계열사 노조가 비판 성명과 통상임금 소송 예고하면서 신세계그룹은 사실상 ‘노조 리스크’에 직면한 모양새다. 특히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올해 ‘수익성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의 암초를 만난 셈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건설경기 부진에 따라 신세계건설이 대규모 손실을 내면서 연결 기준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마트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건 창사 이래 처음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2조5570억원)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은 12.4% 감소한 4399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노조가 사측을 상대로 강경 모드로 돌아서면서 올 연말로 예고된 임단협 과정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신세계백화점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노조가 첫 출범한 상황에서 사측이 노조를 인정하고 활동을 보장하기로 했다”면서도 “올해 (임단협 결과)는 만족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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