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N 칼럼] ‘내연기관 vs 전기차’, 거대 공룡의 충돌

  • 송고 2024.05.22 02:00
  • 수정 2024.05.22 02:00
  • EBN 외부기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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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미국에 이어 캐나다도 중국산 BEV(Battery Electric Vehicle)의 관세 인상 카드를 내밀 태세다. 혼다가 캐나다에 18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겠다고 하니 당연히 보호할 필요가 있어서다. 중국에서 생산돼 캐나다에 판매되는 테슬라 제품은 물론 ‘메이드 인 차이나’ 전기차는 아예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테슬라가 판매를 지속하려면 미국산을 공급하라는 압박이기도 하다.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2035년까지 내연기관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목표 아래 유럽산 BEV 확대에 집중한다. 하지만 중국산 BEV도 수출 보조금에 힘입어 저가 시장을 공략한다. 그러자 EU는 보조금을 문제 삼고 관세를 올리겠다는 의도를 감추지 않는다. 한 마디로 세계 양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EU가 합동 작전을 펼치는 형국이다.


반면 중국은 어떻게든 BEV 수출을 늘리려 한다. 올해 목표 삼은 경제성장율의 견인 역할을 BEV 수출에서 찾는다. 중국 BEV 기업을 만날 때마다 끊임없이 듣는 이야기가 해외 진출 현황이다. 이런 때에 미국과 EU가 장벽을 세우니 시선은 당연히 동남아와 남미로 쏠린다. 당연히 소득을 고려해 저가 BEV를 폭포처럼 쏟아낸다. 진출 기업도 2~3곳이 아니라 10여개 이상이며 제품도 30종 이상이다. 마트의 가전 제품처럼 BEV의 손쉬운 구매를 유도한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중국 방어 장벽을 세우니 한국은 반갑다. BEV 경쟁자가 배제되는 효과 덕분이다. 그러나 BEV의 ‘한국 생산-미국 수출’은 제한적이다. 리스나 렌탈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 자체가 임시적인 탓이다. 결국 ‘미국 생산-미국 판매’ BEV에만 보조금을 주겠다는 게 미국의 의지다. 그리고 유럽연합을 대표하는 프랑스는 BEV 제조 및 판매 과정에 탄소 점수를 매긴다. 이때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이탈리아도 동참 의지를 드러낸다. 그 결과가 ‘한국 생산-프랑스 수출’ BEV의 보조금 배제다. 결국 국내 완성차기업은 BEV를 ‘EU 생산-EU 판매’로 전환했다.


걱정은 한국의 생산이다. 거대 시장을 가진 국가들이 BEV 장벽을 높일수록 수출 입지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기업은 당연히 ‘현지 생산-현지 판매’로 돌파구를 찾겠지만 그럴 때마다 국내 일자리는 감소한다. 연간 400만대 이상을 만들어 해외로 내보내는 260만대가 흔들릴 수 있다.이대로라면 한국산 BEV는 ‘국내 생산-국내 판매’로 만족(?)할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 국가 간의 BEV 경쟁은 ‘어디서 BEV를 만들 것인가?’에 집중된다. 미국은 BEV 만큼은 각자 만들어 생산국 내의 판매를 제안한다. 하지만 중국은 생산지와 무관하게 판매 시장을 열어야 한다고 맞선다. 30년 전과 비교하면 둘은 입장은 100% 역전됐다.


1990년대 중국이 자동차 시장을 개방할 때 관심은 시장 보호다. 고민 끝에 중국 정부는 내연기관 기업과 중국 기업의 합작을 의무화했다. 중국 내 토종 기업이 사라질 것을 우려해 내린 조치다. 하지만 그 사이 내연기관은 쇠퇴하고 BEV가 득세했다. 여기서 얻은 자신감을 배경으로 세계 시장의 자유화를 외친다. 위기감을 느낀 미국은 관세율 100% 인상으로 시간을 벌고 싶다. 이 과정이 진행될수록 한국은 BEV 생산을 해외로 내주게 된다. BEV 판매보다 우려되는 게 바로 생산지다. 거대 공룡이 충돌할수록 자꾸 한국이 아픈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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