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조 퇴직연금 시장 참전 증권업계…은행권 ‘노심초사’

  • 송고 2024.07.16 15:06
  • 수정 2024.07.16 20:00
  • EBN 김민환 기자 (kol1282@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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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퇴직연금 가파른 증가세
불안한 은행…부가서비스 박차
업권 간 경쟁 심화 양상

[제공=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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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 이후 증권업계가 시장 공략을 본격화 하면서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나가자 은행권이 다급해졌다.


올해 들어 적립금이 200조원을 넘어서면서 전체 금융권의 절반 이상을 점유 중인 은행권이 다시 시장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1분기 기준 총 202조3522억원으로, 금융권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385조7521억원)의 53%에 달한다. 은행 적립금은 지난해 말 198조479억원 대비 3개월 만에 4조3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증권업계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90조7041억원으로 전년 동기 76조8838억원 대비 약 18% 증가했다. 직전 분기 대비로는 은행이 4조3041억원으로 2.17% 증가한 반면 증권업계는 3조9644억원 늘면서 4.57% 증가했다.


여전히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 상위권은 은행이 다수 차지하고 있지만, 증권사가 운용 방식을 안정성에서 수익성으로 탈바꿈함과 동시에 로보어드바이저 기술까지 접목시키면서 빠르게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이에 은행권은 퇴직연금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권 증정 등에 이어 여행 할인, 무료보험까지 부가서비스를 확대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IBK기업은행은 글로벌 여행업계 선두기업 익스피디아그룹과 퇴직연금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여행‧숙박 할인 서비스 제공을 시작했다.


기업은행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을 가입한 기업의 임직원과 개인형 IRP를 보유한 고객에게 전 세계 네트워크를 보유한 익스피디아그룹의 여행숙박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기업은행은 지난 5월에는 롯데손해보험과 퇴직연금(DC, 기업형 IRP) 신규 도입 기업의 근로자에게 무료 상해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퇴직연금 가입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앞서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도 퇴직연금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모바일 상품권 증정, 연금 및 은퇴노후 자산관리 강의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도입해 고객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은행권은 퇴직연금 관련 고객 편의성 증대를 위한 서비스도 강화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고객 유치를 위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며, 신한은행 퇴직연금 미청구 고객에게 매 분기 우편, 카카오톡, 신한 쏠(SOL)뱅크 팝업 등으로 관련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카카오톡을 통해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등을 알 수 있도록 해 차별화에 나섰다.


이처럼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까지 퇴직연금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 정도로 업권 내 경쟁도 심화되고 있지만, 증권업계의 퇴직연금 시장 공략에 다급해진 것이다.


특히 은행의 경우 지난해 고금리 장기화로 이자 장사 비판을 받으며, 더는 이자 수익에만 기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ELS 사태로 은행권 투자 상품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어, 퇴직연금 시장은 은행에 있어 얼마 남지 않은 비이자이익 활로다.


아울러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전망에 업권 내 경쟁도 치열하겠지만, 증권사 역시 미래 먹거리가 절실한 상황인만큼 각 업권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매년 평균 9.4% 성장해 오는 2033년에는 94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ELS 사태 이후 퇴직연금 외에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한 마땅한 대안이 없어 결국은 퇴직연금 시장에 힘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며 “증권사 역시 미래 먹거리가 절실하기 때문에 잠재력을 가진 시장을 그냥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은 안정성, 증권은 수익성인데 결국 고객 성향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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