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문석 금감원 프랑크푸르트 소장 “K컬처 향유하는 유럽, 가상자산·ICT엔 신속 대응”

  • 송고 2024.07.19 15:11
  • 수정 2024.07.19 16:01
  • EBN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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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채문석 사무소장, 내달 6일자로 금융감독원 한국 본원으로 귀임
“유럽인, K-POP·드라마 등 K컬쳐에 대한 관심 많아…韓기업 입사지원도”
“주재원 업무 별도로 120건 산업·규제정보 직접 생산·정리하며 내공 쌓아”
“유럽 감독당국, 금융사 조직문화 직접 점검하는 관행 자연스럽게 인식돼”

EBN산업경제는 채문석 금감원 프랑크푸르트 사무소장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근대금융의 발상지인 유럽 금융 환경에 대해 알아봤다. 프랑크푸르트(독일) 사무소의 담당 지역은 독일 국경을 뛰어넘는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27개 EU 회원국 대부분과 스위스 금융권, 그리고 바젤 은행감독위원회(스위스)와 유럽중앙은행(프랑크푸르트) 등 15개 금융관련 국제기구다. 여기에 더해 지역내 통할 감독기구들을 만나야 하고 프랑크푸르트에 진출한 한국 금융사 19개 현지법인과 지점을 살펴야 한다. [사진제공=본인]

EBN산업경제는 채문석 금감원 프랑크푸르트 사무소장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근대금융의 발상지인 유럽 금융 환경에 대해 알아봤다. 프랑크푸르트(독일) 사무소의 담당 지역은 독일 국경을 뛰어넘는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27개 EU 회원국 대부분과 스위스 금융권, 그리고 바젤 은행감독위원회(스위스)와 유럽중앙은행(프랑크푸르트) 등 15개 금융관련 국제기구다. 여기에 더해 지역내 통할 감독기구들을 만나야 하고 프랑크푸르트에 진출한 한국 금융사 19개 현지법인과 지점을 살펴야 한다. [사진제공=본인]

금융감독원이 은행 조직문화를 평가해서 손질하겠다고 하자 은행권은 아연실색(啞然失色)했다. 금감원의 각오가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해 보인다. 홍콩 ELS 판매 과정에서 대규모 불완전판매가 발생했고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른 것이다.


금감원은 선진국 제도를 응시했다. 주요국은 금융사 조직문화에서 취약점이 발견될 경우 조치를 취한다. 때마침 EBN산업경제는 채문석 금감원 독일 프랑크푸르트 사무소장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근대금융의 발상지인 유럽 금융 환경에 대해 알아봤다.


프랑크푸르트 사무소의 담당 지역은 독일 국경을 뛰어넘는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27개 EU 회원국 대부분과 스위스 금융권, 그리고 바젤 은행감독위원회(스위스)와 유럽중앙은행(프랑크푸르트) 등 15개 금융관련 국제기구다. 여기에 더해 지역 통할 감독기구들을 만나야 하고 프랑크푸르트를 중심으로 EU권에 산재해 있는 한국 금융사 19개 현지법인과 지점을 살펴야 한다.


다음은 채문석 프랑크푸르트 사무소장과의 인터뷰 문답.


--프랑크푸르트 사무소가 유럽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데 사무소 인력은 어느 정도 인지.


우리 사무소에 파견된 인력은 저를 포함해 총 2명이다. 그렇다 보니 항상 한국 금융을 대표하는 정예직원이라는 일당백의 자세가 필수적이다. 한 명이 백 명을 상대해야 하는 셈이다. 국익과 우리 금융감독 업무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 긴장감으로 일하고 있다. 앞으로도 금융사와 기관들이 추가로 진출해 올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3월14일자로 프랑크푸르트 사무소장으로 부임했는데 내달 6일 자로 한국 본원으로 귀임한다.


--금감원 베트남 사무소에서는 베트남의 한류 바람으로 인해 한국 금융사에 대한 호감도가 올랐다고 들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도 같은 현상이 있었는지.


제가 사무소장으로 부임 후 현지 인사들을 만나보면서 2000년대 초중반 독일에서 공부하면서 느꼈을 때와는 확연히 높아진 한국의 경제력과 국력, 한국 대기업의 세계 경제에서의 위상, K-POP·드라마·푸드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예컨대 그간 많은 유럽 현지인이 일본 기업들로 알고 있었던 기업들을 이제는 명확히 한국 기업들로 인지하고 있고 한국인들은 어느 사업 분야에서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유럽인 평가도 종종 들었다.


아울러 제가 업무상 또는 생활상 사적으로 만난 다수 유럽인은 관심 분야와 정도는 각기 다를지언정 K-컬처를 본인이 직접 또는 가족들이 향유하고 있어서, 이들과 짧은 시간 내에 공감대와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었다.


이 모든 좋은 상황들이 어우러져 일반 기업과 금융회사들의 현지 경영에도 무형의 자산처럼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류에 관심이 큰 현지 젊은이들이 한국 기업과 금융회사에서도 근무해 보고 싶어 현지 채용의 문을 예전보다는 많이 두드리고 있다고 들었다.


프랑크푸르트 사무소 집무실의 채문석 사무소장[사진제공=본인]

프랑크푸르트 사무소 집무실의 채문석 사무소장[사진제공=본인]

--한국에서 늘 보던 한국 금융사 간판을 한국에서 8491km나 떨어진 프랑크푸르트에서 보게 되니 한국인으로서 어떤 기분이었나.


우리 국민들이 유럽 대도시 랜드마크에서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화려한 대형 광고판을 볼 때 자부심을 느끼며 애국자가 된다고 하는 것처럼 금융인으로서 이역만리 유럽 금융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에서 우리 금융회사 간판을 처음 보았을 때 가슴이 뭉클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마음에서 한국에서 출장 온 분들과 같이 우리 금융사 근처를 지나가게 되면 간판 앞까지 들러서 보여드리곤 했다. 아쉬운 점은 현지 건물에 입주한 여타 기업 간판과 같은 크기로 규정에 맞추다 보니 한국에서 보는 것보다는 작게 보인다는 점이다.


--근대금융이 최초로 탄생한 유럽은 한국 금융사에 결코 만만한 시장은 아닐 것 같다. 유럽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금융사에 전하고 싶은 당부가 있다면?


은행업의 경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높고 경제가 전반적으로 계속해서 크게 성장하는 추세에 있는 신흥국 시장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낮거나 정체된 경제 성장률을 보이는 경제 상황이다. 여기에 역사와 전통, 막대한 자본력을 보유한 대형 금융회사들이 즐비한 유럽에서 한국 금융사가 단기간에 수익을 내며 경쟁에서 우위에 있기란 분명히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러나 예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나라 글로벌 기업이 현지에 진출해 있고 현지 유럽 우량 기업들도 안정적 금융지원이 필요한 곳이 상당하다.


또 전통적으로 관계형 금융이 발달했다는 점에서 시간을 갖고 기업들과 신뢰를 쌓아가며 초기 시장안착 전략과 현지화 방안을 체계적으로 마련해 구사해 나간다면 상징성이 큰 프랑크푸르트와 같은 유럽 금융중심지에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나아가 동유럽 등 주변국으로 영업을 확장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대외 신인도가 높고 인적·물적 자원이 풍부한 본점에서 현지 법인·지점과 소통하며 우수 인력과 자금 지원을 살펴야 한다.


일희일비는 금물이다. 해외에 진출해 놓고 보자고 의사결정을 하고 단기적으로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성급히 철수한다면 정작 사업 진출이 필요한 경우 이미 현지 감독당국 등으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사업을 철수한 뒤 다시 진출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본점 경영진의 장기적 안목에서의 해외 진출과 지속적 지원·안착 전략 관련 의지와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한편 일부 금융사들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 연합 탈퇴) 이후 독일 등 EU권으로의 진출을 다각도로 검토한 바가 있으나,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사업 진출을 신중히 하게 됐다. 추후 EU 시장 호전 상황에 맞춰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이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 기대와 함께 우리나라와 경제 관계가 확대되고 있고 성장 잠재력도 높은 폴란드 등을 고려하면 동유럽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BaFin(독일 연방 통합 금융감독원)과 상호 협력 강화 관련 회의 후 찍은 사진. 왼쪽부터 BaFin 국제국의 엥겔스(Engels) 박사, 캐롤라인(Caroline) 변호사, 채문석 사무소장. [사진제공=본인]

BaFin(독일 연방 통합 금융감독원)과 상호 협력 강화 관련 회의 후 찍은 사진. 왼쪽부터 BaFin 국제국의 엥겔스(Engels) 박사, 캐롤라인(Caroline) 변호사, 채문석 사무소장. [사진제공=본인]

--유럽 주요국 금융당국도 금융사 조직문화를 직접 감독하고 있다고 들었다. 금융감독자이자 금융법 전문가로서 경험한 유럽 금융 정책과 규제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금융감독당국은 스위스 바젤 은행감독위원회의 각종 규제·감독기준을 검토·도입했다. 같은 글로벌 규제·감독 스탠더드를 국내 은행권에서 준수하고 있어서 한국과 유럽과 다른 점은 많지 않다.


다만 가상자산 거래와 금융 정보통신기술(ICT) 위험 관리, 기후·환경 위험 및 ESG 투자 관련 사항 등과 같이 새롭게 주목받은 이슈에 대해선 유럽이 신속하면서도 깊이 있고 체계적으로 검토·대응한다는 점이 눈이 띤다.


예를 들어 관련 입법(가상자산·ICT 위험 관리 관련 EU 단일 규제법 MiCA·DORA)과 정책 대응이 속도감 있게 펼쳐지고 있다. 이를 감독 실무에 반영하는 움직임도 빠르다. 한국보다 더디다고 평가되는 유럽에서 새로운 산업에 대한 대응 태도가 신속한 모습이 신선하고 인상 깊게 느껴졌다.


아울러 금융사 위기관리도 미리 준비하고 있다. 금융사에 위기 징후가 나타나면 은행 자본 확충 요구 등 감독상 필요한 지도가 규정 반영 전에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유럽 금융당국이 금융사 조직문화를 직접 감독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금융회사 임원 적격성 심사에서 감독당국 재량권이 강한 가운데 당국이 정한 기준에 맞지 않는 인사를 불승인(혹은 조건부 승인)한다고 해도 관치금융 논란이 사실상 없다.


제도가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사회 전반적으로 금융사 건전성과 경영진 자질 및 감독기관 결정 등을 중시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이해관계에 있어 법률적 대응이 빈번한 유럽 사회에서 상당히 이질적이면서도 특징적인 측면으로 보였다.


--8월이면 귀국해서 금감원 본원으로 합류하는데 해외사무소의 경험이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본원에 다시 합류하는 마음은 어떠한지.


2000년대 초중반 독일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등 금감원 최초 독일 박사로서 나름대로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지역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기회를 얻게 되어 (유럽 금융 관련) 실무적 측면도 다룰 수 있게 됐다.


개인적으로 유럽 금융법의 이론과 실무를 상당히 겸비하게 돼 감사한 마음이 크다. 물론 업무적으로 제일 소중한 자산은 실무 주재원 업무실적과는 별도로 120여건의 업무정보들을 직접 생산·제공했다는 점이다. 본원의 다양한 업무에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도록 각종 정보를 조사하고 고민하면서 박사학위와 다른 차원의 폭넓고 깊이 있는 시각을 갖게 됐다.


금감원은 업무 특성상 변동성이 심한 금융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임직원들이 밤낮으로 뛰고 있다. 업무 열정이 넘치는 우수한 젊은 직원들이 선진 해외 감독당국 연수 프로그램 참여하게 된다면 감독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예방할 수 있는 능력이 한층 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금감원은 시기에 따라 강도는 조금씩 다르지만, 설립 이래 역동적인 조직·업무문화가 항상 흐르고 있었다. 현재 알고 있는 본원의 문화에도 신속히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해외에서 그간 조금이라도 느슨해진 측면이 행여 있었는지 다시 자세를 가다듬으려고 한다.


본원에 복귀해 어떤 업무를 하게 되든 유럽에서 습득한 소중한 지식과 경험을 선후배와 나누고 한국은행과 금감원에서 지난 30여 년 동안 금융감독자로서 매진해 왔던 직장 생활의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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