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제값받기 20년] MK·정의선 ‘뚝심 경영’… 글로벌 ‘톱 車 메이커’ 신화

  • 송고 2024.07.24 00:10
  • 수정 2024.07.24 00:10
  • EBN 조재범 기자 (jbch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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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 경영철학 깊게 자리

정의선 회장 계승·완성 효과

“판매량 집착 말고 질적 성장”

싸구려차→고급차 인식 제고

탑티어 브랜드 도약 원동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제공=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제공=현대자동차그룹]

“판매량을 늘리는 데 집착하지 말고 질적 성장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


현대자동차의 ‘제값 받기’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지속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주춤한 사이 현대차는 내실 성장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이름값 좀 한다는 완성차들을 제치고 실적은 물론 브랜드 제고 효과까지 높아지며 전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값 받기’는 현대차의 대표적인 품질경영 전략 중 하나다.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이루자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이 깊게 자리한다. 정 명예회장의 이 철학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계승 및 완성시키며 본격적인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양보다 질’ MK 집념 통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제공=현대자동차]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가 ‘제값 받기’ 정책을 펼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당시 한국자동차 산업은 빠르게 발전이 이뤄지던 시기였지만 정 명예회장이 마주한 현실은 냉혹했다. 지난 1999년 회장직에 오르자마자 떠난 미국 출장길에서 현대기아차 품질을 두고 불만이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값싼 중저가 이미지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다. 미국에서는 ‘싸구려차’라는 이미지가 지속되며 판매율까지 영향을 미쳤다. 철수까지 고민할 정도였다.


정 명예회장은 깐깐하기로 유명한 미국 시장조사기업 제이디파워에 품질관련 컨설팅을 받도록 지시했다. 정 명예회장은 서울 양재동 사옥 품질상황실에 ‘제이디파워의 충고’를 액자로 걸어놓을 만큼 확고했다.


지난 2001년 정 명예회장은 월례조회 자리에서 “벤츠는 고작 100만대 생산에 매출은 비슷한 규모이고 혼다는 생산량은 현대차보다 20만-30만대 적으면서도 매출은 60조원으로 2배에 가깝다”며 “현대차는 브랜드 이미지나 품질면에서 많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역부족인 측면이 많다”고 언급했다.


현대차는 본격적으로 품질관리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품질상황실을 설치하고 ‘라인 스토베’, ‘더블 큐시(QC) 제도’ 등을 도입한데 이어 과도한 판촉 비용도 줄였다.


무리하게 광고비를 책정하거나 딜러들의 인센티브를 늘려 적극적인 홍보를 하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오로지 성능으로 인정받아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우려섞인 시선도 있었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유증에서 벗어난 일본 토요타·혼다가 파격적인 가격 할인을 통해 다시 시장 확대를 노리자 이런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그럼에도 정 명예회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품질경쟁력을 통한 ‘제값 받기’ 정책을 더욱 강력히 밀어 붙였다. 할인푹을 축소하고 생산 확대도 무리하지 않았다.


이후 품질에 자신감이 붙은 정 명예회장은 ‘10년 10만 마일 워런티(보증수리)’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당시 ‘2년, 2만4000마일’ 수준이었던 GM, 도요타의 5배에 달하는 수리 보증기간은 파격 그 자체였다.


시행 초기 현대차를 비웃던 토요타·혼다 같은 일본 경쟁사들도 현대차를 따라 품질보증 수위를 높이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2004년에는 ‘쏘나타’가 미국 J.D파워 품질조사에서 일본 토요타를 제치는 쾌거를 이뤘다. 현대차가 세계 자동차의 본고장 미국에서 품질을 인정받게 된 것이다.



정의선 품질경영 계승… 글로벌 ‘빅3’ 이끌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제공=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제공=현대자동차그룹]

이 같은 기조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룹 총수에 오른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내실은 물론 외형까지 괄목한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20년 취임사에서 품질 경영을 언급하며 “정주영 창업주(할아버지)와 정몽구 명예회장(부친)의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아 현대-기아차를 글로벌 선도 업체로 성장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몽구 명예회장 밑에서 오랜 기간 경영수업을 받아온 정의선 회장은 취임 후 부친의 경영철학을 이어받아 기회 있을 때마다 품질경영을 강조했다. 자동차 산업의 본질인 품질에서 세계인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할 경우 글로벌 선도업체로의 도약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가격 인하 경쟁을 펼칠 때도 현대차는 기존 판매가격을 고수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테슬라가 잇따라 판매가격을 낮추자 포드와 GM, 폭스바겐 등 경쟁사들이 가격을 내리면서 맞불을 놨지만 현대차는 ‘제값 받기’ 전략을 고수하면서 시장에 대응했다.


이런 노력은 현대차가 글로벌 탑티어 브랜드로 도약을 위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2년 토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세계 판매 3위 완성차그룹에 이름을 올린 이후 2년 연속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빅3’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 판매 실적 기준 10위에 처음 오른 현대차는 2010년 5위, 2020년 4위, 2022년 3위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제 현대차그룹의 앞에 서있는 완성차그룹은 토요타그룹과 폭스바겐 그룹(폭스바겐·아우디·포르쉐 등)뿐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부진이 지속된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성정이다.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대비 6.7% 늘어난 730만4282대를 판매했다. 판매 실적 기준으로 글로벌 완성차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각각 15조1269억원, 11조6079억원으로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 2위를 차지했다. 지난 2009년부터 14년간 영업이익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를 넘어섰다.


올해도 호실적이 이어지며 이를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당장 지난 2분기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실적이 역대 분기 최대를 기록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합산영업이익이 7조8699억원으로 점치고 있다. 전망이 실현되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 2분기 7조6409억원을 경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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