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성과주의 도입" 외치니, 은행 "정년보장·특진"

  • 송고 2016.01.28 16:08
  • 수정 2016.01.28 16:12
  • 유승열 기자 (ysy@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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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40대 90명 지점장으로 발탁

"성과주의 도입 실패시 비용부담으로 작용"

각 시중은행들 본관 전경ⓒEBN

각 시중은행들 본관 전경ⓒEBN


은행권이 성과주의 문화 확산을 위해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수 성과자에 대한 정년을 보장해주고 특별승진으로 인사상 이익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경우 은행의 비용만 늘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28일 정기인사를 통해 지점장 승진자 138명 중 90명 가량이 40대로 발탁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40% 미만을 밑돌던 40대 지점장 승진자의 비율을 70%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아울러 차장→부지점장, 부지점장→지점장 승진 연한을 각각 6~7년에서 5년으로 단축했다. 이에 따라 차장급이 지점장으로 승진하는 데 필요한 기간이 기존 14년에서 10년으로 앞당겨졌다.

앞서 이 은행은 올해 첫 도입된 차등형 임금피크제에서 대상자 중 약 35%인 50명이 성과와 역량을 인정받아 임금피크제를 적용을 받지 않고 현직에서 본인들의 역량을 펼칠 수 있게 했다. 또 최근 열린 '2015년 종합업적 평가대회'에서 성과가 우수한 직원 8명에게 특별승진을 실시했다.

다른 은행들도 특별승진이라는 카드로 문화 조성에 나서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16일 성과가 우수한 행원급 직원 6명을 특별승진시켜 통상 4~5년 걸리는 승진 연한을 단축시켰다.

이같은 행보는 최근 정부·당국의 성과주의 도입 압박에 노조 합의 없이도 가능한 인사 조치를 통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함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금융개혁을 체감하려면 금융권에 성과주의가 뿌리내려야 한다"며 "잘하는 사람이 더 좋은 대우를 받도록 차등화하겠다"며 금융권 성과주의 도입을 요구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않다. 제대로 된 성과주의 도입을 위해서는 은행 노동조합와의 협의가 필수지만 노조의 반발이 문제다.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노조에 밀려 성과주의 도입이 무산된다면 특별승진을 단행한 은행들은 비용만 날리는 셈이 된다는 것.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승진을 통해 고성과자들을 승진시킨 것은 은행에 있어 인건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이는 구조조정 규모의 확대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은행들의 파격적 인사를 보면 상황이 달라지면 회사를 더 빨리 떠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며 "이전에는 50대에 지점장을 하는 게 통상적이었지만, 현재 40대 인원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 그만큼 회사에서 일할 시점에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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