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비 선사 발주금액 20억불 넘어서

  • 송고 2017.08.08 14:34
  • 수정 2017.08.08 14:34
  •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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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차익 노린 ‘안전투자’…투자은행·무역상 위주 발주 나서

공급과잉 등 시장 외면한 투자에 선사들 비난 목소리 높아져

한국 조선업계가 건조한 선박들.ⓒ각사

한국 조선업계가 건조한 선박들.ⓒ각사

올해 들어 전통적인 선사가 아닌 투자·무역업체들의 선박 발주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선사들이 시황침체와 자금유동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사이 이들 비 선사들은 선박가격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8일 트레이드윈즈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투자은행인 JP모건(JP Morgan)은 지난 6월 중국 상해외고교조선에 18만DWT급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2척을 발주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강화된 환경규제인 ‘Tier III’ 기준에 따라 건조되는 이들 선박은 오는 2019년 인도될 예정이다.

척당 선박가격은 4500만달러 수준이며 JP모건은 발주와 함께 동형선 2척에 대한 옵션계약도 체결했다.

이에 앞선 지난 4월 JP모건은 상해외고교조선을 비롯해 뉴타임즈조선, 진하이중공업 등 중국 조선업계와 옵션 포함 최대 12척에 달하는 케이프사이즈 및 뉴캐슬막스 벌크선 건조를 위한 의향서(LOI)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옵션까지 모두 행사될 경우 총 발주금액은 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곡물유통기업인 카길(Cargill)도 일본 미츠이상사(Mitsui & Co)와 손잡고 벌크선 발주에 나섰다.

카길은 지난달 중국 양즈장조선과 18만DWT급 벌크선 6척(옵션 3척 포함)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선박은 국제해사기구의 ‘Tier II’ 기준에 따라 건조해 오는 2018년 4분기부터 2019년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며 척당 선박가격은 4150만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에너지기업인 비톨(Vitol)도 한국 조선업계에 선박 발주를 단행했다.

비톨은 지난달 말 현대중공업과 8만4000㎥급 VLGC(초대형가스선) 2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선박평형수처리설비(BWMS), 황산화물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스크러버(Scrubber) 등이 장착되는 이들 선박은 울산 본사에서 건조해 오는 2019년 상반기 인도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수주와 함께 동형선 6척에 대한 옵션계약을 체결했으며 옵션이 모두 행사될 경우 총 계약금액은 6억달러에 달한다.

원유 무역상인 트라피구라(Trafigura)는 올해 들어 유조선 시장 ‘큰손’으로 부상했다.

지난 5월 트라피구라는 현대중공업과 옵션 포함 최대 22척의 유조선 건조계약을 추진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트라피구라는 수에즈막스 8척, 아프라막스 4척을 발주하고 옵션계약으로 10척의 유조선을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으나 가격을 비롯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를 포함해 트라피구라는 총 32척에 달하는 원유운반선 및 석유제품선 발주에 연관돼 있으며 옵션을 포함한 이들 선박이 모두 발주될 경우 선박에 투자되는 자금은 13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트라피구라의 선박 발주에 필요한 자금은 중국 BoCom(Bank of Financial Leasing)이 조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럽 선사와 한국 조선업계, 중구 금융권의 협업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선박을 직접 보유하며 사업에 나섰던 전통적인 선사들이 아니라 자원 무역상, 투자은행의 발주가 늘어나고 있다.

현지 업계에서는 선박가격이 지난 2003년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선박 투자로 인한 위험부담이 지극히 낮아진 것이 이들 비 선사의 선박 투자를 이끄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황악화와 선박금융 확보가 어려운 기존 선사들이 여전한 공급과잉 우려를 지적하며 발주를 자제하는 사이 향후 선박가격 및 시황 반등이 기대되는 시점에서 자금력이 충분한 비 선사들을 위주로 선박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지금 발주한 선박들이 인도되는 2019년에는 현재보다 선박가격이나 운임 등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하에 시세차익을 노린 비 선사들의 선박 투자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벌크선을 비롯해 컨테이너선, 유조선 시장에서까지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비 선사의 선박 발주는 글로벌 운임시황의 회복을 더욱 힘들게 할 뿐이라는 선사들의 비난도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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