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동산금융 활성화 현장…IoT가 움직인다

  • 송고 2018.05.23 17:08
  • 수정 2018.05.24 10:14
  • 이송렬 기자 (yisr0203@ebn.co.kr)
  • url
    복사

200g 단말기 통해 동산위치·가동률·위험신호 '감지'

중기 동산 600조원 보유…대출잔액 2000억원 불과

동산금융 활성화 시스템 시연 현장.ⓒEBN

동산금융 활성화 시스템 시연 현장.ⓒEBN

23일 오후 2시 즈음,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한국기계거래소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였다. 금융위원회에서 동산금융 활성화를 위한 자리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동산은 익히 알고 있는 부동산 이외의 것들을 말한다. 기업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고 기업 성장에 따라 자연스레 늘어나며 경기변동에 내성을 지닌다. 부족한 신용을 보강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산금융은 활성화되지 못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담보로 인정이 잘 되지 않고 혜택이 없다. 은행의 경우 대출 취급과 담보 관리가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이날 한국기계거래소에서는 동산의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하나의 방안이 소개됐다. 바로 사물인터넷(IoT)를 활용한 방식이다.

쉽게 말해 유동성이 심한 동산의 위치가 파악되면 동산은 담보물로서의 가치가 상승할 뿐만 아니라 담보물을 잡고 대출을 해줘야 하는 은행의 입장에서도 관리가 편해진다는 것이다.

단말기 CN-100의 모습.ⓒEBN

단말기 CN-100의 모습.ⓒEBN

카페의 진동벨처럼 생긴 이것은 '기계담보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한 핵심장치이다. 200g 남짓한 단말기는 CN-100이다. 해당 단말기를 담보물에 붙이기만 하면 끝이다. 동산의 위치를 원격으로 파악 가능하고, 기계장치의 위험이동 발생 시 담당자에게 문자메시지(SMS)로 즉각 알려준다.

실제 단말기가 부착된 동산을 용달차에 실어 주행을 해보니 어느 위치로 동산이 움직이고 있는지 상세하게 나타났다. GPS만 이용하면 추적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Cell ID까지 활용해 실내와 실외 모두 위치 추적이 가능하게 했다.

동산의 현황을 알 수 있는 것은 위치만이 아니다. 기계가 움직이지 않는지, 공회전을 하는지, 정상가동을 하는지 등 가동상태를 분류, 실시간으로 가동률을 확인한다. 기계의 가동률은 그래프로 나타나게 되는데 평소와 다른 그래프 반응을 보이면(위험요소가 발생하면) 담당자에게 바로 알려준다.

단말기가 부착된 동산의 위치와 가동률을 웹사이트와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다.ⓒEBN

단말기가 부착된 동산의 위치와 가동률을 웹사이트와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다.ⓒEBN

웹사이트와 앱을 통해 쉽게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신담당자가 직접 업체를 찾아 확인하는 수고를 덜 수 있게 됐다. 또한 기존에는 위험상황 발생 시 경비업체를 고용해 감시하는 형태로 이뤄져 왔으나 월 1만9900원짜리 단말기 부착으로 관리비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은행은 단말기를 활용해 동산담보대출 상품도 만들었다. 해당 단말기가 부착된 동산은 담보인정비율(LTV)이 기존 40%에서 60%까지 상승한다. 담보물 가치 평가 후 사실상 중요한 것은 담보인정비율이다. 담보인정비율이 높을수록 더 많은 자금을 대출 받을 수 있다.

동산금융이 활성화 되기 어려웠던 점은 하나 더 있다. 대출이 나간 이후 대출금이 회수되지 못할 경우 해당 동산을 팔아 현금화 시키는 것이다. 금융당국에서는 동산 전문매각시장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공동 데이터베이스(DB)와 IoT 시스템을 활용해 자산 정보 이력을 관리하고 기업구조혁신센터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인프라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단말기를 동산에 부착하고 있다.ⓒ금융위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단말기를 동산에 부착하고 있다.ⓒ금융위

동산금융의 활성화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저금리 추세가 지속되고 있고 향후 금리가 더욱 낮아진다고 봤을 때 신용을 통한 대출은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원회가 추산한 국내 중소기업의 동산은 600조원으로 부동산의 400조원 보다 200조원이나 많다. 하지만 동산 대출잔액은 2000억원으로 부동산 대출잔액 360조원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은 수준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동산금융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빙산의 나머지 부분을 끌어내는 것이 금융위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동산금융 활성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