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바쁜 쌍용차·한국지엠, 노사 이슈에 ‘발목’

  • 송고 2018.09.11 12:26
  • 수정 2018.09.11 15:35
  • 박용환 기자 (yhpark@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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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해고자들 복직 요구에 “정치논리 앞세우면 부실화 가속 우려”

한국지엠, “3000명 구조조정했는데 1600명 정규직 전환하라니 당혹”

쌍용차 회사전경

쌍용차 회사전경

경영정상화를 향해 갈 길이 바쁜 쌍용자동차와 한국지엠이 갑작스런 변수로 등장한 노사 문제에 속병을 앓고 있다.

쌍용차의 해고자 복직과 한국지엠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요구가 지나쳐 부실을 털고 조금씩 걷기 시작한 이들 업체의 경영에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가 최근 지난 2009년 쌍용차 옥쇄 파업 당시 국가 경찰력을 과도하게 행사하고 인권을 침해했다고 발표하면서 쌍용차의 해고자 복직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2015년 12월 쌍용차 노노사가 해고자 복직에 합의한 이후 지금까지 45명이 돌아왔다. 아직까지 복직을 못한 해고자는 119명에 이른다. 쌍용차 해고자 문제는 강건너 불구경할만큼 남의 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는데 고민이 따른다. 지난 6월에 복직을 기다리던 해고자인 김주중씨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는 등 지금까지 30명이 운명을 달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에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 해고자 복직 문제를 거론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해고자 복직에 있어 노사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쌍용차가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비용부담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복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1000여명의 희망퇴직자를 마다한 채 해고자만 회사로 불러들일 수도 없어 쌍용차는 난처한 입장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쌍용차의 처지가 곤궁해 뾰족한 해법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매출액 3조4946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653억원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액 1조7506억원을 냈지만 영업손실은 387억원에 이르렀다. 매출액은 전년같은기간보다 3.5% 늘었지만 영업손실 규모는 확대됐다.

쌍용차는 2015년 노노사합의를 통해 해고자, 희망퇴직자, 신규인력 등을 3:3:4 비율로 채용한다는 원칙을 세워 진행하고 있다. 지금도 해고자와 희망퇴직자 규모가 10배 차이에도 비율이 같아 오히려 해고자 복직에 무게중심이 맞춰져 있다. 때문에 해고자 일곽복직은 희망퇴직자에 대한 역차별을 더 가속화시킬 뿐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가 적자 상황에서도 노노사 3자합의의 어려운 결단을 내려 해고자 및 희망퇴직자를 충원을 하고 있는데도 해고자들이 일괄복직을 주장하는 것은 자칫 사태를 2009년으로 되돌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라면서“정치권에서 국정조사를 거론하고 있는 것도 가뜩이나 어려운 쌍용차의 자원이 분산돼 경영정상화에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정치논리로 접근하다보면 쌍용차 회생은 요원해질 수있다”고 강조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렉스턴스포츠 가격을 낮춰 가동률을 올리는 결단 역시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던 것처럼 해고자와 희망퇴직자 복직을 위해 인기 차종을 출시하고 생산을 늘려나가는 것이 회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한국지엠 부평공장

올들어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로 군산공장 폐쇄와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한국지엠 역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이슈가 등장하면서 경영정상화를 향한 발걸음이 꼬이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한국지엠 부평공장 17개 사내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 888명이 불법파견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검찰에 전달했다.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시정명령을 내릴지도 검토할 방침이다.

앞서 한국지엠 창원공장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774명에 대해서도 불법 파견으로 판단해 직접 고용을 지시한 바 있다.

한국지엠은 이러한 고용부의 판단에 대해 좀처럼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2015년께 불법파견 판단은 2005년 당시의 일로, 판결에 대해 받아들여 6명을 정규직 채용한 바 있다. 2012년에는 고용부로부터 모범사례로 뽑혔는데도 올해들어 갑작스럽게 불법파견 사업장이라는 딱지를 받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부실화로 인한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3000여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한 한국지엠으로서는 당장 1600여명을 정규직화할 여력이 없다. 고용부의 지시를 따르자니 다시 부실화로 갈 수밖에 없어 한국지엠의 고민이 깊다.

한국지엠은 2016년 약 1조원의 적자를 낸데 이어 2017년에는 약 6000억원 부실로 올해들어 군산공장 폐쇄를 단행하는 등 인적물적 구조조정을 시행한 바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 “GM 한국 철수 사태로 인해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단계를 밟아 나가고 있지만 판매가 부진하는 등 경영정상화에 어려움이 있다”라며 “당장 정규직 전환은 부담스런 것이 사실이지만 여력이 되는 한 법 테두리에서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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