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노조 출범 공식화…"50년 이어온 억압·통제 한계 넘었다"

  • 송고 2018.09.13 14:38
  • 수정 2018.09.13 14:45
  • 황준익 기자 (plusik@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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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조합원 대표 9명, 금속노조 가입개시 선언

9월 안으로 지회 설립 등 조직 완성 마무리

금속노조가 13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포스코 조합원 대표(왼쪽 세번째)가 금속노조 출범 선언문을 읽고 있다.ⓒEBN

금속노조가 13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포스코 조합원 대표(왼쪽 세번째)가 금속노조 출범 선언문을 읽고 있다.ⓒEBN

"모욕적이고 비인간적이며 차별적인 대우가 한계를 넘고 있다"

포스코 조합원 대표 9명은 13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민주노총 기자회견장에서 이같이 밝히며 "포스코 노동자로서의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평등한 기업문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합원 대표 9명은 '포스코의 새로운 노동조합, 금속노조 가입 추진위원회' 소속으로 이날 금속노조 가입 개시를 선언했다.

신분노출을 막기 위해 가면을 쓰고나온 이들은 "창립부터 현재까지 50년 동안 헌법에 보장된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인 노동3권 조차 누리지 못하고 억압과 통제를 받아왔다"며 "책임지고 반성하는 경영진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50년을 준비하는 포스코의 새로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측은 노조방해조직을 즉각 해제해 노동3권 보장하고 노조탑압 중단 △권위주의적이고 억압적인 노무관리 탈피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비리 실체 규명하고 민주적인 경영권 승계시스템을 노동조합과 협의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포스코 새노조 법률지원단 단장인 권영국 변호사, 추혜선 정의당 의원도 자리했다.

김 위원장은 "포스코 노동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가장 강력하고 힘있는 노조는 금속노조다"며 "현대제철이 20년 걸린 노조 역사를 1년 안에 만들어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삼성전자써비스)도 노조했다. 포스코도 노조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합원 대표 9명이 금속노조 가입개시를 선언하면서 포스코의 무노조 경영도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의 노조 설립 추진은 지난달 초 포스코 직원 일부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개설한 것이 시작이다. 채팅방에는 현재 15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포스코에 노조는 존재하지만 무노조에 가깝다. 과거 1990년 약 2만명 규모의 노조가 세워졌지만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노조 간부의 금품수수 사건으로 조합원들이 대거 이탈, 현재는 20명 안팎이다. 이후 1997년 발족한 노경협의회가 사실상의 노조 역할을 맡고 있다.

금속노조 측은 노경협의회가 노동자들의 대표성을 띠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이상섭 금속노조 포항지부 사무국장은 "노경협의회가 임금 및 근로조건에 대해 회사와 교섭할 권한이 없는데 수년 째 노조 역할을 하며 협상해 왔다"며 "사측에 백지위임하거나 사측이 제시하는 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등 노동자들의 요구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해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도 "(포스코가) 노조 설립을 무마하기 위한 기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포스코는 오픈 채팅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노무협력실장의 명의로 현장 직책보임자에게 메일을 발송해 오픈 채팅방에서 회사와 경영층에 대해 비방과 유언비어를 퍼트릴 경우 강력히 처벌할 테니 철저히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오픈 채팅방 참여자와 금속노조 가입 신청자를 색출하기 위해 1:1 면담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블랙리스트를 활용, 오픈 채팅방 참여와 금속노조 가입신청 여부를 파악하라는 지침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항노조' 준비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이 사무국장은 "대항노조 설립 움직임, 회유·협박·미행 등이 진행되고 있다"며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노조 가입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위해 여러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사측의 노동부당행위 근거들을 수집하고 있다"며 "더 이상 노조를 와해하려거나 노조 설립을 방해하려는 어떠한 범법행위도 중단돼야 한다"고 경고했다.

금속노조는 늦어도 이달 안으로 조합원 가입을 넘어 본조직 건설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오픈채팅방에 있는 정규직 조합원 대상들이 가입원서를 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지회 설치 등 조직 완성을 9월 달 안으로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는 금속노조측의 부당노동행위 지적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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