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세금 돌려달라" 주택임대차 분쟁 급증

  • 송고 2019.02.17 15:16
  • 수정 2019.02.17 15:16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 url
    복사

작년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접수 건 71%가 '전세금 반환'…서울도 늘어

임대인 불응시 조정절차 성립 안돼 '무용지물'…제도 보완 및 홍보 필요

최근 전셋값 하락으로 역전세난 위험이 커지면서 세입자와 집주인간 전세 보증금 반환 분쟁이 늘고 있다.ⓒEBN

최근 전셋값 하락으로 역전세난 위험이 커지면서 세입자와 집주인간 전세 보증금 반환 분쟁이 늘고 있다.ⓒEBN



최근 전셋값 하락으로 역전세난 위험이 커지면서 세입자와 집주인간 전세 보증금 반환 분쟁이 늘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산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는 임차인들의 상담 문의와 전세금 반환과 관련한 조정 신청이 최근 급증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속타는 세입자들이 '보증금 찾기' 방편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17일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위원회에 총 2515건의 분쟁 조정이 접수됐는데 이 가운데 71.6%인 1801건이 전세 보증금 반환과 관련한 분쟁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보증금을 제때 못받고 있어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받게 해달라는 조정신청이 10건중 7건을 넘는 셈이다.

이는 유지·수선보수(201건)나 계약갱신 문제(143건)나 손해배상(156건) 등의 다른 분쟁 사례와는 천양지차다.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는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주택임대차와 관련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률 전문가들이 조사를 거쳐 합리적으로 심의·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임차인과 임대인은 상호 합의한 조정 결정을 따라야 하고, 조정 결과에 집행력이 부여돼 상호 조정 결과를 이행하지 않으면 별도의 민사소송을 거치치 않고도 세입자가 집을 경매에 넘기는 등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지방 지역산업 침체와 입주 물량 증가, 정부의 9·13대책 등으로 지방에 이어 서울·수도권에서도 매매·전셋값이 동반 하락하며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보증금 반환과 관련한 분쟁 상담과 조정신청은 조금씩 늘고 있다. 올해 1월 공단에 접수된 주택임대차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총 260건으로 작년 1월(231건)보다 12.6%(29건)가 증가했다. 지난해 12월의 240건에 비해서도 20건이 늘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측은

대한법률구조공단 측은 "전세 만기가 지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답답한 심정으로 찾아오는 세입자들이 대부분"이라며 "압도적인 증가 수준은 아니지만 최근 전셋값이 하락하고 임대차 순환이 삐걱거리면서 분쟁조정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EBN



특히 서울지역의 주택보증금 반환분쟁 증가가 두드러진다. 작년 1월 조정위원회 서울지부로 접수된 건수는 총 70건으로, 이 가운데 62%(44건)가 보증금 반환 분쟁이었다면 올해 1월에는 그 비중이 76%로 증가했다.

전체 88건중 67건이 전세보증금을 만기에 돌려받지 못해 반환 중재를 요청해온 것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측은 "전세 만기가 지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답답한 심정으로 찾아오는 세입자들이 대부분"이라며 "압도적인 증가 수준은 아니지만 최근 전셋값이 하락하고 임대차 순환이 삐걱거리면서 분쟁조정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지방 자치단체가 자체 운영하는 임대차분쟁 조정위원회에도 분쟁조정 상담과 신청이 늘고 있다.

2016년 9월부터 임대차 분쟁조정을 시작한 서울시의 경우 2017년 총 75건의 분쟁조정 신청을 받아 24건의 조정성립이 이뤄졌는데 지난해에는 접수 건수가 97건으로 전년보다 30% 가까이 늘었고 조정 실적도 37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 1월 한 달 동안에도 총 11건의 분쟁 조정신청이 접수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식 분쟁조정 신청 전에 임대차 상담을 받으려는 문의 전화도 증가했다"며 "올해 서울의 전셋값 하락이 계속될 경우 개소 이래 최대 수준의 조정 요청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현행 임대차분쟁조정에는 제도적인 맹점이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는 세입자가 조정신청을 해도 집주인이 조정절차에 응하지 않거나 의사 통지를 하지 않는 경우 신청이 자동 기각된다. 집주인이 조정을 거부하면 무용지물인 것이다.

지난해 대한법률구조공단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2515건 가운데 실제 조정이 이뤄진 경우는 1125건으로 44.7%에 불과했다.

조정 요건에 맞지 않거나 전화 상담 과정에서 세입자가 직접 조정을 취한 취하하기도 하지만 집주인이 조정에 응하지 않아 기각된 경우도 많다는 게 분쟁조정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 등은 지난 2016년 9월 임차인의 조정 신청이 있으면 임대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조정절차가 개시될 수 있도록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2년이 넘도록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해당 상임위(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위원회의 규모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는 2015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에 따라 지난 2017년 5월 말 서울에서 처음 출범한 뒤 현재 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등 총 6곳에 설치돼 운영 중이다.

그러나 홍보 부족으로 아직 위원회의 존재를 모르는 국민들이 많은 데다 전국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6곳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지방 일부 지역의 경우 역전세난과 깡통전세 문제가 심화하고 있는데도 조정신청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지 않는 이유다.

지방 광역시·특별자치도 등에도 자체 실정에 따라 분쟁조정위원회를 병행 설치, 운영할 수 있으나 현재 서울과 경기도 외에 지방 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곳은 없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강원도 거주자가 임대차 분쟁을 해결하려고 서울까지 오가는 것은 너무 멀고 오히려 심리적인 문턱만 높이는 격"이라며 "지방에서는 깡통주택, 깡통전세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분쟁조정위원회를 확대 개편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