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최정호 질타 국토위 의원들, 알고보니 다주택자에 '갓물주'

  • 송고 2019.03.28 10:16
  • 수정 2019.03.28 10:31
  • 김재환 기자 (jeje@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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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지난해 이어 2주택 이상 보유자 비율 그대로

"장관이나 국회나 서민들 정서와 거리감 멀다" 비판

"서민 주거복지를 위해 일한다고 하시면서 부동산 세 채 가지고도 장관 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나."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들은 최근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다주택 보유 및 부동산 투기 등을 빌미로 최 후보자를 마구 질타했다. 하지만 이들 의원의 절반 가량은 다주택 보유자이거나 이른바 '갓물주'(God+건물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위 의원 중에는 무려 90여개 항목의 부동산 재산을 소유한 의원을 비롯해 평균적으로 의원 한명당 부동산 재산 5개를 보유하는 등 조사 대상자의 44%가 다주택자였다. 이는 그나마 주택법상 주택 외에 근린생활시설이나 빌딩, 전세임차권 등을 제외한 수치다.

지난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최정호 국토부 장관 인사청문회 현장ⓒEBN

지난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최정호 국토부 장관 인사청문회 현장ⓒEBN

◆거대 양당 의원 1명당 부동산 자산 5.5개

EBN이 28일 공개된 공직자재산신고 내역을 분석한 결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의원 27명 중 12명(44%)이 다주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를 상대로 장관 자격을 운운하던 의원들도 결국 부동산 부자였던 것. 이에 정부나 국회나 서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은 매한가지라는 비판이 나온다.

A대학 사학과 교수는 "언제나 서민을 들먹이며 정치하겠다는 의원들이 장관(후보자)한테 다주택자여서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걸 보면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며 "장관도 의원도 결국 일반 국민이 보기엔 화만 돋우는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국토위 의원 본인과 배우자의 땅과 건물(빌딩·상가·아파트·주상복합 등)목록에 따르면 의원 1명당 평균 10.7개의 부동산 재산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압도적으로 부동산 재산이 많은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94개)과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57개)을 제외하면 의원 1명당 평균 부동산은 5.5개로 그나마 줄어든다.

의원들이 신고한 현재가액으로 1명당 평균 부동산 자산가치를 따져보면 공시가격 기준 22억원이다. 부동산 자산만 289억원을 신고한 박덕흠 의원을 제외하면 10억3000만원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토지·공동주택·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시세에 비해 30~40%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의원 1명당 평균 부동산 자산가치는 훨씬 높은 셈이다.

거대 양당의 부동산 자산 총액 평균과 수는 민주당(10명)이 7억2000만원, 5.6개로 조사됐고 한국당(11명·박덕흠 의원 제외)은 10억4000만원, 19.1개로 나타났다.

이외 민주평화당 정동영·윤영일 의원이 각각 24억원·12개와 14억원·3개였으며, 바른미래당 주승용·이혜훈 의원이 각각 65억원·57개와 29억원 4개로 집계됐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2억원·3개다.

상위 10위 부동산 자산 총액. 평균적으로 비교하기 어려운 박덕흠 한국당 의원과 주승용 바미당 의원은 제외함ⓒ국회 정기재산변동신고 갈무리

상위 10위 부동산 자산 총액. 평균적으로 비교하기 어려운 박덕흠 한국당 의원과 주승용 바미당 의원은 제외함ⓒ국회 정기재산변동신고 갈무리

◆최정호 후보자에 다주택·투기 질타…"누구 누굴 나무라나"

지난 인사청문회에서는 주로 야당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최정호 후보자의 부동산을 문제삼아 도덕성을 따져 물었다.

여당 의원들은 다주택자가 반드시 죄는 아니라고 두둔하면서도 서민 눈높이와 괴리감이 있을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최 후보자가 청문회 직전 자녀에게 아파트를 '꼼수' 증여한 점을 문제 삼았다.

특히 국토위 최다 부동산 자산 보유자인 박덕흠 의원은 "최 후보자가 아파트 세 채를 갖고 있는데 모두 투기 관련 지역"이라며 "(부동산 가격) 상승 정보를 미리 파악 가능한 자리에 있으면서 (재건축) 인가가 확실한 주공 아파트를 골라 투기 목적으로 매입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박덕흠 의원은 현재 본인 명의로 대표 투기지역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10억~20억원에 달하는 땅을 다수 갖고 있고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18억원짜리 강남구 아파트 두 채도 보유한 상태다.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최정호 후보자에게 "다주택 보유는 죄라는 게 문재인 정부 논리 아닌가?"라며 "그런데 이 정부가 죄악시하는 것을 십수 년 동안 오래 해왔으니 이 정부 장관 자격이 없고 김현미 국토부 장관 등의 말에 따르면 집값 폭등 주범이 최 후보자"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혜훈 의원 역시 다주택자는 아니지만 배우자 명의로 22억원에 달하는 서울 서초구 아파트 전세임차권을 갖고 있고, 총 7억3000만원 가량의 배우자 명의 상가 3개를 보유한 건물주다.

또 송석준 한국당 의원은 "분당과 잠실, 세종에 세 채를 갖고 있으신데 남들이 보면 놀라운 부동산 투자 능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느껴집니다"라며 "특히 잠실 주택은 거주하지 않으면서 갖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게 전형적인 갭 투자의 전형으로 보여진다"고 꼬집었다.

송 의원은 경기도 이천시에 2억2000만원짜리 아파트에 전세 아파트를 가지고 있으면서 경기도 의왕시에 5억원 가량의 전용면적 134㎡ 아파트를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청문회가) 부정한 방법으로 이익을 얻었다면 단죄하는 자리가 되고 탈법과 편법이었다면 재테크 기법을 한 수 지도받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후보자께서는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집값을 안정시키고 서민 주거문제를 해결해야 할 적임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민 의원은 투기지역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본인과 배우자 공동명의 아파트 2채를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다. 아파트를 공동명의로 가지고 있으면 단독 명의보다 더 낮은 종합부동산세 및 임대소득세 세율을 적용받게 돼 '세테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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