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권 강화, 금융권 긴장②] 보험·카드사 '열일' 앞둔 이유는?

  • 송고 2019.03.31 06:00
  • 수정 2019.04.01 08:01
  •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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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행동주의 강화로 '주가 부양' 목소리 커져

윤종규 회장 "카드·손보·증권 1위 도약 노력"

교보생명은 FI에 경영권 위협…각자 대표 체제로

주주가 경영에 적극 관여해 기업 및 보유주식 가치의 상승을 추구하는 '주주행동주의'가 최근 본격화됐다.ⓒ픽사베이

주주가 경영에 적극 관여해 기업 및 보유주식 가치의 상승을 추구하는 '주주행동주의'가 최근 본격화됐다.ⓒ픽사베이

주주들이 행동에 나섰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가만히 앉아 고수익을 얻던 시절이 지나서다. 주주가 경영에 적극 관여해 기업 및 보유주식 가치의 상승을 추구하는 '주주행동주의'가 최근 본격화된 이유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직을 박탈당했다. 이날 대한항공 주가는 장중 5%대까지 상승세를 그렸다.

제1금융권은 물론 제2금융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경영권 방어를 비롯, 금융지주를 모기업으로 둔 보험·카드·증권사는 주가 부양을 위한 '열일' 강도가 상승할 전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최근 열린 주총에서 주주들이 주가 부진을 성토하자 "KB금융 포트폴리오를 보강하겠다"며 "주요 계열사인 KB국민카드, KB손해보험, KB증권 등이 1위에 근접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경영권을 위협받는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주주인 재무적 투자자(FI)들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풋옵션(지분을 특정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 이행을 요구하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을 상대로 중재소송을 시작했다. 원만한 해결 없이는 회사가 연내 목표로 한 연내 증시 상장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9일 주총에서 윤열현 보험총괄담당 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하며 신창재 회장과의 각자 대표 체제를 구축한 것은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윤 사장이 회사 살림을, 신 회장이 중재대응을 맡는 포석이라는 게 보험업권 해석이다.

금융사들은 '사회적 가치'도 강조하고 있다. 기업들의 사회적 가치 이행이 오너리스크를 줄이며 기업가치 부양은 물론 금융당국의 기조와 부응하는 순기능적 측면이 높아지면서다.

지난 26일 신한생명 주총에서 선임된 성대규 신임 사장은 "보험의 진정한 가치는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것에 있기에 보험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자"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최성욱 JT저축은행 대표이사는 "지나온 성공을 바탕으로 회사의 견실한 성장은 물론 서민금융사로서 지역 경제와 함께하는 저축은행이 되고자 노력하겠다"고 피력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행동주의 투자 원칙이 이미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에 따르면 전세계 행동주의 펀드 규모는 2017년 1256억 달러(약 143조원)로 2011년(509억 달러) 대비 147% 성장했다.

2017년 아시아에서는 총 106건의 주주행동주의 공세가 있었다. 6년 전인 2011년 10건에서 견줘 급격한 오름세다. 이 중 32%가 일본에 몰렸으며, 다음은 홍콩(24%), 싱가포르(14%), 중국(10%), 인도(8%), 한국(6%) 순이었다. 우리나라는 그간 주주 목소리가 작은 편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행사, 토종 행동주의 펀드의 등장 등 국내 자본시장은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 등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올 1월 보고서를 내고 전 세계적 저금리·저성장, 기업의 성장잠재력 약화 등 최근의 시장 및 기업 환경에 비춰 볼 때 주주행동주의의 강화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연구소는 "기업들이 행동주의 투자자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본구조·지배구조·사업전략 등의 측면에서 자신의 취약성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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