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퇴직, CEO 플랜으로 '인생 2막'

  • 송고 2019.04.03 14:29
  • 수정 2019.04.03 15:05
  •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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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수수료 개편 후 퇴직자 늘어나는 구조에 퇴직 직원 창업 지원

회사서 상담부터 오픈 후까지 全과정…창업자 "안정적 지원 든든"

지난해 11월 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42층에 있는 현대카드 'CEO LOUNGE'에서 열린 'CEO PLAN, 창업지원 제휴모델 설명회' 전경.ⓒ현대카드

지난해 11월 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42층에 있는 현대카드 'CEO LOUNGE'에서 열린 'CEO PLAN, 창업지원 제휴모델 설명회' 전경.ⓒ현대카드

법정 퇴직금과 퇴직 위로금을 전달하고 직원들을 내보내는 구조조정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CEO PLAN'(이하 CEO 플랜)이 대표적인 사례다. 퇴직 후 창업을 꿈꾸는 직원을 대상으로 창업 전 과정을 지원한다. '제2의 인생'을 원하는 수요 직원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며 구조조정에 '책임'을 가미한 새로운 제도다.

3일 현대카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2015년부터 CEO 플랜을 운영 중이다. 창업을 원하는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 직원이 신청하면 참가자에 맞춰 창업 상담과 교육부터 아이템과 입지 컨설팅, 오픈 컨설팅, 오픈 후 지원까지 창업 전 과정을 지원한다. 창업 의지를 중심으로 대상자를 선발한다는 사측 설명이다.

블랙모티브 사당역점을 운영 중인 장채형 대표는 "혼자서 고민하고 해결했어야 할 수 만가지 일들은 CEO 플랜 프로그램 안에서 정제된 정보와 경영 노하우를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어 든든했다"며 창업 후기를 전했다. 블랙모티브는 현대카드의 창업지원 아이템 중 하나다.

CEO 플랜 대상자로 선정되면 지원자에게 다양한 창업 정보가 제공되고 전문가들과의 창업 상담이 진행된다. 창업 상담에서는 지원자의 사업성향과 업종별 특성 등을 기준으로 9가지 그룹으로 지원자를 분류, 지원자에게 가장 적합한 창업 형식을 제안한다. 지원자가 창업 방식을 결정하면 창업에 필요한 맞춤형 교육이 진행된다.

교육이 끝나면 창업 전문가들과 함께 시장성과 수익성, 생존율 분석 등을 통해 구체적인 창업 아이템을 결정하고, 과학적인 상권분석 시스템을 바탕으로 입지를 선정한다. 아이템과 입지 선정이 완료되면 현대카드는 마케팅을 비롯해 사업장 디자인과 각종 브랜딩, 외식 창업의 경우 메뉴 개발과 사업 운영 노하우 전수, CS교육 등 전방위적 지원을 펼친다.

현대카드는 사업 개시 이후에도 온·오프라인 홍보와 제휴마케팅, 운영상황 모니터링 등을 통해 지원자가 순조롭게 사업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2015년 서촌 골목에 딤섬집을 연 윤석권 사장은 "해외에서 근무하며 즐겨 먹던 딤섬의 매력을 한국에 전하고 싶어 오랜 기간 준비했다"며 "포담을 찾는 많은 고객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를 통해 감동을 선사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CEO 플랜은 창업지원 제휴모델도 새롭게 도입했다. 현대카드가 시장에서 가맹사업 역량을 구축한 기업과 제휴를 맺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현대카드 임직원들이 이 브랜드로 창업할 경우 가맹비와 로열티 등 창업 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게 설계했다.

창업지원 제휴모델의 첫 아이템은 '프리미엄 독서실(그린 스터디/THE GREEN STUDY)'과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한 '카페(블랙모티브/BLACK MOTIV)'다. 블랙모티브는 자체 로스터리 랩에서 생산한 신선한 고급원두로 시그니처 메뉴를 개발하고, 현대카드 'UX&Design랩'의 도움을 받아 독특한 패턴으로 실내 디자인을 구성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직원이 회사를 떠나는 상황이 된다 하더라도 회사와 직원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탄생해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바로 CEO 플랜"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은 지난해 희망퇴직과 자연 감소 인원 등 700명 규모에 달하는 인력이 회사를 떠났다. 현대카드의 지난해 12월 기준 직원 수는 1943명으로 전년 말(2444명)에 견줘 20.5% 감소했다. 정규직이 1735명에서 1486명으로, 기간제 근로자는 709명에서 457명으로 줄었다.

올 1월 말 정부 카드수수료 개편에 따라 연매출액 500억원 이하 가맹점의 카드수수료는 연간 7800억원 감면된다. 수익 상쇄에 필요한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은 무위로 돌아가며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가 이해관계 조정에 '뒷짐'을 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천억원대 수익 감소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만큼 일정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게 카드업계 목소리다.

가맹점 수수료는 10년간 9차례 인하됐다. 현대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4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8억원 줄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023억원으로 21.8% 떨어졌다.

다만 카드수수료 이슈뿐 아니라 현대카드의 기업환경 자체가 장기근속이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카드 평균 근속연수는 타 카드사 대비 절반 수준인 6.1년에 그친다.

기업 정보 플랫폼 잡플래닛에서 현대카드의 한 퇴직자가 올린 평가를 보면 "워라밸을 추구하고 근무시간 유연화에 노력하며, 프라이드를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는 회사"라고 현대카드의 장점을 꼽았다. 반면 단점으로는 "너무 이랬다 저랬다 휙휙 바뀌는 분위기로, 조직구조를 쉼 없이 바꾼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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