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심화되는 카풀 vs 택시 갈등…정부 수수방관할 때 아니다

  • 송고 2019.05.21 13:34
  • 수정 2019.05.21 13:34
  • 이경은 기자 (veritas@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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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아웃' 외치며 택시기사 분신·사망…업계 갈등 악화일로

정부, 대타협안 이후 두 달 간 손놔…산업발전·상생 위해 정부 나서야

이경은 EBN 산업부 기자

이경은 EBN 산업부 기자

지난 15일 또 안타까운 목숨이 세상을 떠났다. 이날 새벽 개인택시기사 안모씨(76세)가 서울 시청광장 인근 인도에서 분신을 시도해 끝내 숨진 것이다.

안모씨는 자신의 택시에 '타다 OUT'이라는 문구를 붙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타다 영업에 반대해 분신한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의 카풀, 타다 등에 반대하며 분신한 택시기사는 안씨가 네 번째다.

고령의 택시기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까지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었다. 지난 3월 7일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국민안전을 위한 초고령 운전자 개인택시 감차 방안 적극 추진, 근로시간에 부합하는 월급제 시행, 출퇴근 시간대 카풀 허용 등의 내용이 담긴 대타협안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합의안이 나온 이후 두 달이 넘게 흘렀지만 이중에 지켜진 것은 전무한 실정이다. 국토교통위원회는 대타협안 도출 이후 지난 3월 관련 법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택시기사 월급제 관련 정부 지원부분에서 여야간 이견을 보이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4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었지만 선거제와 사법제도 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관련 정치권의 갈등이 심화되며 현재까지 대타협안에 대한 후속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동안 택시업계와 모빌리티업계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조합은 '타다' 퇴출을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나갈 것임을 밝혔다.

이에 타다를 이끌고 있는 이재웅 쏘카 대표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상의 변화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전국 택시 매출의 1%도 안되고 서울 택시 매출의 2%도 안되어서 결과적으로 하루 몇천원 수입이 줄어들게 했을 지도 모르는 타다에 모든 책임을 돌리고 불안감을 조장하고 죽음까지 이르게 하는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맹비판했다.

모빌리티 산업의 발전도 점점 지체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개별적인 차량공유, 승차공유를 허용할지 말지를 두고 싸움을 벌이는 동안 미국에서는 자율주행택시가 달리고 있다.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Waymo)는 지난해 12월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일부 지역에서 자율주행택시 '웨이모 원'을 서비스하고 있다.

신산업의 태동은 기존산업의 일정 부분을 대체함에 따라 갈등을 야기하기 마련이다.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MP3 플레이어, 게임기, 카메라 등에 대한 수요가 줄고 해당 산업들은 위축됐다. 도태되는 기존산업 종사자들은 실업의 공포와 생존권의 위협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셈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모빌리티 혁신과 자율주행이라는 큰 흐름을 우리나라만 무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정부는 택시업계 종사자들을 보듬어 구체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활로를 찾는 동시에 산업 발전을 위해 불합리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그게 업계 사이에서 교통정리를 하고 택시와 모빌리티업계의 상생·발전을 위한 입법을 해야 할 정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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