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개미투자자上] 일파만파 커지는 'DLS·DLF 사태'…상처만 남은 개미

  • 송고 2019.08.25 10:00
  • 수정 2019.08.25 17:46
  • 이형선 기자 (leehy302@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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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S·DLF' 상품 가입 개인투자자 약 90%…수천억원대 원금손실 전망

금융사 '불완전판매' 쟁점…업계 "재발방지 위해 '금소법' 조속 통과"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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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증권 사태·인보사 사태·골드만삭스의 무차입공매도·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사건…

이는 금융사와 관련된 '개미(개인투자자)' 등 금융소비자들의 피해사례들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개미들을 또다시 패닉에 빠뜨린 사건이 발생했다. 이른바 '제2의 키코 사태'로 불리는 'DLF·DLS 손실 사태'다.

DLF와 DLS는 주요 해외금리에 연계된 파생상품으로, DLS는 미국·독일 등 주요국 채권금리와 연계된 파생결합증권(Derivative Linked Securities)을, DLF는 DLS를 사모펀드 형태로 만든 파생결합펀드(Derivative Linked Funds)를 각각 의미한다.

이들 상품은 만기까지 금리가 일정 구간에 머무르면 연 3.5~4.0%의 수익률이 보장되지만, 반대로 기준치 아래로 떨어지면 손실을 본다는 특징이 있다. 최악의 경우 원금을 모두 날릴 수 있는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된다.

이번 사태는 글로벌 저금리 기조에 따른 영국·미국·독일 등 주요국의 금리 하락으로 이들 상품의 손실률이 악화되면서 촉발됐다. 실제 논란이 된 상품들은 모두 기초자산으로 영국과 미국의 이자율스와프(CMS) 금리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를 활용해 만들어진 상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영국과 미국 CMS 금리 연계상품은 대부분 손실구간에 진입한 상태다. 대부분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데, 만기 종료 시까지 현재 금리가 유지될 경우 예상손실률은 50%를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상품의 상황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이 상품은 해당 금리가 -0.7% 아래로 내려가면서 원금 전액 손실구간에 진입한 상태다. 만기 종료 시까지 예상손실률이 무려 95.1%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원금손실이 예상되는 DLF·DLS의 판매액은 총 8224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개인투자자가 7326억원(3654명)으로 전체의 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태로 이들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원금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란게 업계 중론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는 상품 가입자 대부분이 개인투자자라는 사실을 넘어 이들 가운데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 고령자였다는 점에서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재확산되는 모양새다. 특히 고령투자자들이 "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 은행들이 원금 손실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이 가입을 유도했다"며 '불완전판매' 주장을 하고 있어 은행권 간 비이자이익 확대 경쟁이 이번 사태를 촉발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금감원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지난 23일부터 DLF·DLS의 설계·제조·판매 등 전 과정에 대한 합동검사에 착수한데 이어 오는 26일부터는 금감원 분쟁조정국이 나서 분쟁조정 신청 건에 대한 '민원 현장조사'에 돌입하기로 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모습.ⓒ데일리안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모습.ⓒ데일리안


이제 시장의 관심은 개인투자자들이 손실금 일부를 되돌려 받을 수 있을지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업계 안팎에선 최대 피해자인 개인투자자들의 배상 가능성에 대해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우선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이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여부인데,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게 그 배경으로 지목된다.

또 파생상품의 경우 법적으로 제조 및 판매가 허용돼있는 데다 파생상품 투자가 투자자들의 책임하에 이뤄지는 것이 원칙인 만큼 개인투자자들의 책임론이 다시 대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사사례로 꼽히는 과거 '동양증권 사태' 당시 투자자들은 손해액의 15~50%를 배상받은 바 있지만, 이 역시 금융사의 불완전판매가 입증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만약 불완전판매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금융당국이 정한 배상 비율을 투자자나 금융사가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분쟁 조정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또다른 유사사례인 '키코 사태'가 대표적이다. '키코 사태'는 현재까지 배상책임을 놓고 은행과 피해투자자, 그리고 금융당국 간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지면서 분쟁이 봉합국면에 접어들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인투자자 대상 판매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표면적으로 이번 사태의 쟁점이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여부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태의 본질은 애초 고객이 상품 설계구조를 알 수 없고, 위험이 큰 파생상품에 투자를 하는데 대한 규제장치가 마련되지 않은데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설명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소법은 금융상품이 복잡·다양화하는 상황에서 금융사보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으로, 현재 3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금소법에는 위법 계약 해지권과 징벌적 과징금 조치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고위험 상품 판매를 제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은 "DLS 투자자들은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높다는 은행원들의 설명을 듣고 해당 상품을 가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은행원들의 경우 은행의 실적압박을 받기 때문에 투자유치를 위해 유리한 점을 강조할 수밖에 없고, 현재의 은행 평가 시스템으로는 불완전판매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체는 "만약 이미 금소법이 통과됐다면 DLS의 불완전판매로 인한 금융소비자 피해가 구제될 수 있으나, 현재는 금감원의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만 바라보고 있는 상태"라며 "현행 법체계로는 동일한 사건들이 일어나도 운용사와 판매사 모두 책임지지 않게 돼 있어 앞으로도 고위험 투자상품들이 수익성이 높고 안전한 상품으로 둔갑할 수 있다"며 금소법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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