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손해율에…농협생명도 실손보험 중단

  • 송고 2019.08.30 15:04
  • 수정 2019.08.30 15:04
  •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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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9개 생보사 실손 손해율 모두 100% 넘겨…'팔면 손해'

실적 악화세도 영향…24개 생보사 상반기 순이익 전년비 32.4%↓

NH농협생명은 8월 31일까지 온라인실손의료비보험 가입 시 신세계 모바일 상품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던 중 8월 9일 해당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NH농협생명

NH농협생명은 8월 31일까지 온라인실손의료비보험 가입 시 신세계 모바일 상품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던 중 8월 9일 해당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NH농협생명

실손보험이 생명보험사들의 상품 목록에서 급속한 추세로 사라지고 있다. 본전도 남지 않을 만큼 손해율이 치솟았다. NH농협생명은 온라인 실손보험 판촉을 위한 이벤트를 하는 중 상품 판매를 중단할 정도로 사정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농협생명은 'NH온라인실손의료비보험(갱신형, 무배당)' 판매를 이달 9일부로 중단했다. 이는 당초 8월 31일까지 가입 시 신세계 모바일 상품권 1만원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적용 중이었던 상품이다.

사측은 판매 중단 이유와 관련해 입장을 따로 밝히진 않았으나 급증한 손해율 때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실손보험을 취급하는 9개 생보사의 실손 손해율은 모두 100%를 넘겼다. 농협생명의 경우 129.3%에 달했다. 손해율이 100%를 넘어가면 들어온 보험료보다 나간 보험금이 더 많아 손해를 봤다는 의미다.

농협생명이 급히 온라인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데는 악화된 실적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생명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75.8% 급감했다. 상반기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 역시 194.9%로 지난해 말보다 0.1%p 하락했다.

대주주인 농협금융지주로부터 유상증자를 받는 것이 농협생명 입장에선 가장 좋은 대안으로 꼽히나 낮은 수익성, 자본적정성 측면에서 우려를 얻고 있다. 농협생명의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2017년 2.63%에서 지난해 -3.28%로 크게 떨어졌다. 수익창출력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생보업계 '빅4'로 꼽히는 농협생명뿐 아니라 중소형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실손보험 판매 중단 방침이 이어지고 있다. 2017년 푸본현대생명을 시작으로 2018년 KDB생명, DGB생명, KB생명, 올해 4월 DB생명까지 생보사 총 5곳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다만 농협생명은 대면채널을 통해서는 실손보험 판매를 이어가면서 전면중단은 피했다.

여타 대형 보험사들도 보험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판매 수수료를 낮추는 방법으로 실손보험 판매를 조정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손보험은 보장 범위가 넓어 보험금 청구가 빈번한 상품으로 꼽힌다. 여기에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시행으로 의료계가 비급여 의료행위를 늘리며 실손보험의 이용이 급등, 손해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보사와 경쟁하는 손보사의 경우 국내 5대사의 실손보험 청구 의료비 총액(급여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의료비 합산)이 지난해 4분기 2조2506억원, 올해 1분기 2조229억원, 2분기 2조828억원으로 각각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37.9%, 19.3%, 24.1% 증가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 실손보험 운용 적자는 연간 2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보험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전반적인 업황도 악화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24개 생보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32.4% 줄어든 2조1283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료 인상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또 이태열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액이 급증하고 있어 보험회사의 재정 건전성뿐만 아니라 국민 의료비 관리 측면에서 비급여 의료비를 통제하기 위한 공·사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단순히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실손보험 손해율이 증가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다만 실손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등이 손해율 증가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바, 보건당국과 손해율 증가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필요한 대응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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