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출, 금융위 '독촉'에도 은행 "확대 쉽지 않아"

  • 송고 2020.03.03 10:00
  • 수정 2020.03.03 10:00
  •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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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위원장 "일선창구서 제대로 자금 공급 이뤄질 수 있게 하라"

"내 책임 아니라고 부실채권 걱정 사라지나" 대출 확대 쉽지 않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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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위기에 빠진 소상공인에 대한 적극적인 금융지원을 독려하면서 은행권도 이에 발맞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실무자에 대한 면책을 보장하며 실수요자의 손에 현금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리스크관리를 외면할 수 없는 은행권의 고민은 깊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신한금융지주를 비롯한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참석한 조찬간담회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고 있는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자금지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금융회사 CEO가 직접 나서서 매일 지역별로 지원실적을 점검하고 일선창구를 격려해달라고 주문한 은 위원장은 "일선 직원이 내방·전화문의를 하는 분들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고 최대한 친절하고 상세하게 응대·설명할 수 있도록 내부 교육·안내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마련한 자금지원 프로그램을 몰라서 활용 못하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인 홍보도 당부한 은 위원장은 일선 창구에서 '제대로' 자금이 공급되기 위해 금융회사 CEO가 직접 발벗고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침체는 자영업자들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으며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된 대구·경북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기존 대출의 만기를 연장하고 대출 이자 및 연체수수료를 감면하는 등 소상공인의 금융부담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신규대출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스럽다는 고민을 숨기지 않는 모습이다. 정부는 7등급 이하의 저신용 소상공인도 코로나19 피해가 확인되고 연체가 없다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리스크관리를 외면할 수 없는 은행권은 이전보다 대출기준을 다소 완화한다 해도 무작정 대출을 늘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정책도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건실하게 운영하다 최근 어려움에 빠진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을 지원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연체문제까지 발생하면 위기가 가중되므로 만기연장이나 이자감면 등을 지원해 현재의 위기를 넘긴다면 건전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2월 초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상할 수 없다는데 있다.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도 한 달만 자금이 순환하지 않으면 폐업위기에 몰리는 만큼 자영업자의 위기는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당장은 은행이 정한 대출기준에 다소 못미치더라도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영업자가 예상보다 길어지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다음달에 폐업을 신고할 경우 은행이 지원한 대출은 고스란히 부실채권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전까지와 달리 올해부터 실적악화를 대비하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하는 은행권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확실한 면책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일선창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면책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볼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면책을 보장한다지만 내 이름으로 대출의 승인이 이뤄지는데 부실채권으로 돌아와도 내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나"라며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이 가게를 유지하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되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지원이 위기를 겪고 있는 자영업자에 직접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보증기금 등 여러 곳을 거쳐 진행되는 것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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