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부 성향' 새 금통위…재정·통화 정책적 화합 이룰까

  • 송고 2020.04.17 10:57
  • 수정 2020.04.17 11:01
  •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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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매파적이지만…적극적 완화정책 상황, 전통적 구분 의미 없다

코로나19 위기에 실물지표 반영한 폴리시믹스 효과 내는 게 더 중요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등 통화·신용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새롭게 짜여졌다.ⓒ한국은행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등 통화·신용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새롭게 짜여졌다.ⓒ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새롭게 짜여졌다. 오는 20일 4명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위원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른 후임위원의 결정이다.

신임 금통위원 다수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친정부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다수다. 향후 통화정책 결정 방향이 재정정책과 긴밀한 화합을 이루게 될지 주목된다.

16일 한은은 조윤제 전 주미대사(기획재정부 추천),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금융위원회 추천), 서영경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대한상의 추천)이 후임 금통위원으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이달 20일 임기가 끝나는 고승범 위원(한은 추천)은 재선임됐다.

이들 위원은 당연직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윤면식 부총재, 임지원 현 위원과 함께 차기 금통위를 이끌게 된다.

금통위 개편은 통화정책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책 결정이 다수결로 이뤄지는 만큼 완화적이거나 긴축적인 위원들의 성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위원의 성향을 '매파'(통화긴축 선호)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라는 이분법으로 재단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역대급으로 하강하고 있는 금융과 실물 지표의 방향에 맞춰 신속한 정책 결정이 이뤄져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새 금통위는 정부 정책과의 화합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감이 새나오고 있기도 하다. 신임 금통위원 대부분이 현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친정부 성향을 보이고 있어서다.

주미대사를 지낸 조 전 대사가 차관급인 금통위원으로 결정된 것을 두고 금융권에선 '총재급 금통위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조 전 대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경제보좌관을 지냈고 2017년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소장을 맡았다. 주 교수는 현재 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경제분과 의장을 맡으면서 현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을 대변하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을 극복하기 위한 신속하고도 과감한 통화신용정책을 주문하는 정부 안팎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라 금통위 내 이들의 역할에 금융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상영 교수는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최근 언론 기고 등에 따르면 주 교수는 금리 실효 하한이 제로가 아니며, 정부 부채를 미국이나 일본처럼 마냥 늘릴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새로운 정책 조합을 미리 구상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주 후보자는 지난해 5월 한 심포지엄에서 문 정부를 평가하며 "소득주도성장론을 계기로 불평등을 축소하는 정책 노력이 자원 낭비가 아니라 장기적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성장으로 분배를 해결하자는 과거 패러다임에 빠진다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옹호한 바 있기도 하다.

서영경 원장은 대한상의가 추천한 후보로, 2013년부터 3년간 한은 부총재보를 지낸 한은 최초의 여성임원 출신이다. 고 위원은 1950년 6월 금통위 출범 이래 사상 첫 연임을 기록하게 됐다. 금통위 내 유일한 정통 관료 출신인 그는 행정고시 28회로 합격해 1986~2001년 기재부의 전신인 재무부에서 일했고, 2016년부터 한은 금통위원을 지냈다.

시장에서는 서 원장이 한은에서 조사국 업무 등을 총괄하는 등 한은 고유 업무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한은 집행부의 관점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주요 정책의 의사결정을 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고 위원을 제외한 후임 3명이 어떤 성향인지 아직 뚜렷하게 판단하긴 이르지만, 후임 위원이 확정되면서 금통위 성향이 이전보다 매파적으로 이동했다는 평가가 시장 일각에서 나온다.

다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충격이 가시화한 만큼 과거 잣대로 위원 성향을 평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로 기준금리가 연 0.75%로 낮아진 지금은 과거와는 통화정책 환경이 달라졌다"며 "적극적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써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매파냐 비둘기파냐는 전통적인 구분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 금통위원의 합류는 금통위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친정부 성향을 보이고 있어 코로나19 발(發) 실물·금융시장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폴리시믹스'(Policy Mix·정책조합)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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