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개선 우리종금, 합병 시너지 키운다

  • 송고 2020.12.08 10:59
  • 수정 2020.12.08 11:04
  • EBN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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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확보 난항 '플랜B' 동시에 "실적개선 우리종금 영향력 키운다"

우리종금 덩치 커질수록 향후 증권사 합병 시 시너지 효과도 커질 듯

우리금융그룹이 증권사 대신 규모가 작은 벤처캐피탈(VC) 회사를 우선 인수하는 방식으로의 M&A 전략 노선 변경을 구상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이 증권사 대신 규모가 작은 벤처캐피탈(VC) 회사를 우선 인수하는 방식으로의 M&A 전략 노선 변경을 구상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이 증권사 대신 규모가 작은 벤처캐피탈(VC) 회사를 우선 인수하는 방식으로의 M&A 전략 노선 변경을 구상하고 있다. 그동안 그룹 안팎에서는 우리금융이 증권사를 최우선으로 확보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증시 호황으로 매물 출회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서다.


우리금융의 증권사 인수는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히지만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 증권사 확보는 계열사로 두고 있는 우리종합금융과 인수 증권사를 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한데, 현재 우리종금은 실적 개선을 꾸준히 이루고 있어 추후 합병 시너지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내년에 복수의 벤처캐피탈 회사들을 인수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출범 후에 증권사 확보가 최우선 목표였다. 벤처개피탈 회사의 인수는 '플랜 B'를 마련하는 것이다.


지난달 열린 우리금융 이사회에서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벤처캐피탈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만큼 우리금융도 벤처캐피탈 인수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5대 금융지주 중에서 벤처캐피탈을 보유하지 않은 곳은 현재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특히 지난 9월 신한금융지주가 두산그룹의 네오플럭스 인수에 성공하자 우리금융 안팎에서의 요구도 거세지는 모습이다.


벤처캐피탈 확보는 비(非)은행 부문 확충이 시급한 우리금융의 해결과제와도 일치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우리금융의 전체 순이익에서 비은행 부문은 20.9%에 불과하다. 신한금융(38.4%)이나 KB금융(32.3%), 하나금융(30.3%)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금융이 증권사 인수 등 공격적인 외형확대가 부담스러운 문제도 있다.


앞서 금융업계에 '배당 자제령'을 내린 금융당국은 우리금융이 지난 9월 아주캐피탈 인수를 결정한 것을 두고 달가워하지 않았다. 지난 7월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에 대한 내부등급법 부분 변경으로 자본 여력을 높여줬는데, 곧바로 아주캐피탈 인수에 나선 것을 지적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은 내부등급법 부분 변경 승인 이후 구체적인 자금 사용 이행 계획을 당국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마음대로 대규모 인수를 결정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뜻이다. 결국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우리금융의 증권사 인수는 내후년에나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호실적을 거두는 상황이라 우리금융의 증권사 인수도 시급하지만, 외부적 요인으로 강제로 주어진 시간은 시너지 확대 준비기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우리금융은 일단 우리종금을 최대한 키우고, 향후 증권사를 인수해 우리종금과 합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종금을 증권업 진출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우리종금의 덩치가 커질수록 합병 효과도 커질 것이라는 얘기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공격적 시계보다 잠시 숨고르기는 득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자본잠식을 털어낸 우리종금은 우리금융그룹 내 알짜 계열사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종금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취임 직후부터 활용방안을 두고 고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일한 종금사라는 희소성은 있으나, 나머지 종금사가 모두 사라진 탓에 종금사를 주목하는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단 우리종금과 우리은행의 협업 체계를 마련했다. 우리종금을 활용하면 은행이 할 수 없는 채권, 기업어음(CP), 사모사채, 단기사채 등의 발행 업무를 할 수 있게 되고,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 자문 업무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신디케이트론 업무 등도 가능해진다.


지난해 7월에는 지주 조직에 우리은행 IB 부문과 우리종금 IB 부문을 합친 CIB조직을 만들기도 했다. CIB조직은 강신국 우리금융그룹 기업금융투자(CIB)총괄 및 우리은행 IB그룹 상무가 총괄을 맡고 있다.


특히 향후 증권사 합병 이후에는 전통적으로 IB 영역인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주식자본시장(ECM)·부채자본시장(DCM) 외에도, 기업대출·인수금융 등 종금사 역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증권업 내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온다. 종금사와 증권사가 합병할 경우 10년간 겸영이 가능하다.


여기에 우리금융은 최근 계열사인 우리종금에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완료했다. 이번 증자를 통해 우리금융은 투자은행(IB)영업 및 채권운용 등 사업을 확대해 나가는데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일련의 과정들로 우리종금의 실적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자본잠식에서 벗어났으며, 당기순이익은 지난 2017년 217억원, 2018년 323억원, 2019년 549억원 등 매년 50%가 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 만해도 당기순익 187억원을 달성, 전년 동기 대비 39%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96억원으로 9.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11억원으로 37.3% 올랐다.


우리종금 관계자는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해 단기 우량여신 위주로 자산을 증대했고, PF 등 고수익 자산은 리스크 등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증대한 결과 순이자이익이 전년동기대비 49.5% 증가했다"며 "IB업무수수료수익, 유가증권 운용실적의 양호한 성장으로 비이자이익 또한 전년 동기 대비 20.6% 증가했다"고 말했다.


우리종금의 실적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 중 비이자이익의 경우 전 분기에 비해서는 22.8% 감소했다. 일부 IB관련 딜 수수료수익이 내년으로 이연했기 때문인데, 오히려 내년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이에 우리종금의 3분기 연환산 자기자본순이익률)은 18.1%로 높은 수준을 시현했다"라고 언급했다.


김 연구원은 "우리종합금융은 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로 장기적으로 그룹내 IB관련 업무와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며 "조직 내 CIB업무의 경우 2019년부터 우리은행과 협업을 준비하면서 올해 실적을 시현하고 있으며, 사전 작업 진행에 따른 향후 성장성 및 수익성이 기대된다"라고 내다봤다.


우리금융 입장에선 증권사 인수가 절실하지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증권사가 매물화할 가능성이 낮은 상황마저도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분석의 이유기도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우리종금을 내부적으로 키운 뒤 증권사와 합병을 통해 중위권 이상의 증권사를 만드는 게 목표일 것"이라며 "우리종금 규모를 점차 키우는 가운데 몸집이 가벼운 벤처캐피탈 인수로 비은행을 강화하면서 증권사 매물을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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