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돌리기 이익공유제…은행 손에서 터진다

  • 송고 2021.01.27 11:24
  • 수정 2021.01.27 13:38
  • EBN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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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은행이 서민금융기금에 매년 1100억 신규 출연 방안 추진 중

"정책금융 동원 과도"…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등 부실 커질 것

정보기술(IT), 플랫폼 업계에서 사실상 거부 받은 이익공유제가 은행권에서 강제 동원될 것으로 전망된다.ⓒ게티이미지뱅크

정보기술(IT), 플랫폼 업계에서 사실상 거부 받은 이익공유제가 은행권에서 강제 동원될 것으로 전망된다.ⓒ게티이미지뱅크

정보기술(IT), 플랫폼 업계에서 사실상 거부 받은 이익공유제가 은행권에서 강제 동원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이 제기한 이익공유제 성과가 IT업계에서 지지부진하자 정부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은행권에서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서다. '폭탄 돌리기' 차례가 넘어가기 전에 정부는 은행들의 손을 묶어버리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IT업계로부터 넘어온 '고통분담' 폭탄의 도화선은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서민금융기금에 은행 등 대형 금융사들이 매년 약 1100억원을 신규 출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여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서민금융법(서민의 금융 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최우선으로 처리하고, 올해부터 저축은행과 정부·은행 등이 부담해 연간 5000억 원 규모의 서민금융기금을 조성할 방침이다.


정부와 금융회사의 출연금 등을 통해 3500억원 규모로 운영 중인 서민금융기금에 은행 등 대형 금융사가 1100억원가량을 새로 출연하는 방안으로 의견이 오가고 있는 것이다. 서민금융법이 상시 법으로 전환되면서 연간 5000억 원이라는 목표가 유지될 경우 은행 등은 앞으로 매년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출연해야 한다.


서민금융기금은 '햇살론' 등 정부 지원 서민 대출의 보증 재원이 된다. 개정안은 서민금융진흥원의 신용보증 재원이 되는 금융회사 출연을 상시화하고 출연금을 내는 회사 범위를 기존 상호금융조합·저축은행에서 은행과 보험·여신전문금융회사 등 가계 대출을 취급하는 전체 금융회사로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정부가 금융권에서 이익공유제를 실현하기 위해 속도를 내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금융권은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들은 코로나 국면에서도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저소득층에 대한 은행권의 대출 지원에 대해 정부가 약 80%를 보증함으로써 리스크를 대폭 줄여줬다. 여기에 은행권은 지난해 본업인 대출 이자를 수월하게 챙기고 증권, 카드 등 자회사들이 호조를 보이면서 많은 이익을 냈다.


이익을 많이 내긴 했다. 에프엔가이드가 전망한 지난해 금융지주사 실적 예상치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전년보다 2.5% 오른 3조 4872억원, KB 금융이 전년보다 5.2% 오른 3조 4836억원, 하나금융이 전년보다 5.0% 오른 2조 5100억원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과 농협금융까지 합한 순이익 예상치는 12조원을 넘는다.


은행들은 사회적 책임 수행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부담이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실적 상승을 기록했지만, 그만큼 충당금도 쌓았고, 이미 정책금융의 피로감도 쌓였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은 지난해 1∼3분기 누적 기준으로 1조9346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새로 쌓았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8168억원)보다 2.3배 증가한 것이다. 은행권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후 대출 만기연장, 이자상환 유예, 방역 지원, 착한 임대인 운동, 연수원 지원 등 공공기관 이상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게다가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는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동참도 요구받고 있다. 신한·KB·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약 70조원 규모의 대출·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K뉴딜 금융지원 계획을 마련하기도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이익의 주요 수입원인 순이자마진(NIM)이 5대 은행 기준 2019년 1.5%대에서 지난해 1.3%대까지 하락한 상황에 추가적인 정책금융 동원은 은행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익성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에 정책 금융으로 부실을 계속 늘릴 경우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는 쌓였던 부실이 한번에 터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 금융당국은 이익공유제가 좀 더 구체화 될 경우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은행권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익공유제는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사건 때문에 경제적·사회적으로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어 합심을 해 치유해보자는 뜻이라고 생각한다"며 "은행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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