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유동성비율 '깜박깜박'…머니무브 유탄(?)

  • 송고 2021.03.08 11:07
  • 수정 2021.03.08 11:08
  • EBN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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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아야할 예대율은 높고, 높아야할 LCR은 낮고…확 줄어든 예금이 문제

은행채 발행으로 자금조달하고 있지만 '역부족'…은행 수신금리 오를수도

시중은행들의 유동성 비율에 비상등이 켜졌다.ⓒ게티이미지뱅크

시중은행들의 유동성 비율에 비상등이 켜졌다.ⓒ게티이미지뱅크

시중은행들의 유동성 비율에 비상등이 켜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지원 독려 차원에서 예대율 규제가 완화된 데다 초저금리에 예금 수요까지 떨어진 탓에 최근 은행들이 예금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다.


유동성 비율은 규제 수준을 밑돌고 예대율 비율은 완화 수치를 넘어서고 있어 은행들의 예금 운영 전략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예대율 평균은 올해 들어 100%를 넘겼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평균 예대율 잠정치는 98.1%로, 금융당국이 제시한 건전성 기준을 맞췄지만 한두 달 새 100%를 넘긴 것이다.


게다가 100%를 넘긴 것은 연초 기준으로 현재까지 누적으로는 금융당국의 완화 기준에 가까워졌을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앞서 금융당국은 올해 6월까지 은행들의 예대율 기준을 105%선까지 허용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은행권에서 일어나는 예·적금 이탈 현상이 지속, 가속화되면서 예대율 수준이 기준치를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지난 한 해에만 5대 시중은행에서 정기예금은 13조6734억원(2.12%)이나 빠져나갔다. 정기예금이 빠져나갔더라도 통상 연초에 회복이 되지만, 올해는 이 효과도 없어 보인다. 실제, 지난 1월말 기준 4대 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495조21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조8972억원 감소했다. 2월 정기예금 잔액도 전월 대비 0.55% 증가한 데 그쳤다.


예대율이 기준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높아야할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규제 수준을 밑돌고 있다. LCR이란 고유동성 자산을 1개월간 순현금유출액으로 나눈 비율로 은행들에게 적용되는 대표적인 유동성 규제다. LCR이 높을수록 자금 악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해당 은행이 자체적인 여력으로 오래 버틸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일부 은행의 LCR은 91.28~91.4%로 집계됐다. 규제 비율은 100%지만, 이 역시 코로나19 상황에서 은행들이 적극적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이번달까지 85%(통합 LCR 기준)로 기준을 완화한 상황이다.


그러나 시중은행의 LCR은 지난 한 해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분기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LCR은 104.45~107.72%로 규제 기준을 맞췄지만, 3분기엔 91.48~95.65%로 큰 폭 떨어졌다.


두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조치는 수신 잔액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최근 예금 확보에 소홀했던 은행들이 확대 정책을 꺼내들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예금을 대규모로 유치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금리를 얹어줘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순이자마진(NIM)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 초저금리까지 맞물려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것은 어려운 선택이다.


앞서 지난 3분기 기준 은행권 순이자마진은 전년 동기(2019년 3분기) 대비 0.15%포인트 줄어든 1.4%를 보였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2020년 순이자마진은 1분기(1~3월) 1.47%, 2분기(4~6월)는 1.42%였다.


일단 은행들은 유동성을 조달하기 위해 은행채를 발행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1일부터 2월28일까지 은행채는 28조원이 발행됐다. 발행액 중 차환 발행분을 차감한 나머지인 순발행액은 5조85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조5300억원, 순발행액이 5533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다만, 최근 은행들의 유동성 비율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 은행채 발행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예금 확보 같은 자금 조달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요구불예금이 늘어났지만, 은행예금 금리가 제자리인 상황에서 대기성 자금이 은행에 머물 이유가 없다"며 "예금 확보를 위해서 은행들이 수신 금리를 조금 올리거나 특판 예금을 판매하는 전략을 선택하는 등 예금 운영 전략을 변경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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