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시행…은행상품 판매 '급중단' 빗발

  • 송고 2021.03.26 06:00
  • 수정 2021.03.26 09:24
  • EBN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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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의무 강화 등 전산시스템 적용위해 STM·비대면채널 통한 상품가입 잇달아 중단

시중은행 영업점을 방문한 은성수 금융위원장(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금융위원회

시중은행 영업점을 방문한 은성수 금융위원장(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첫 날인 25일 은행업권이 비대면 서비스를 급히 중단하고 나섰다. '금소법 위반 1호'가 될 경우에 따른 징벌금 및 신뢰도 저해보다는 일시적인 영업 타격을 감수하는 고육지책을 펴는 셈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은 전산시스템과 영업 프로세스에 변경된 규정을 적용하기 위한 '급수선'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내달 30일까지 STM(스마트 텔러 머신)에서 새로 입출금 통장을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STM은 일반 ATM(현금출납기) 기능에 통장·체크카드 신규 발급, 통장 재발행 등의 서비스까지 지원하는 기기를 뜻한다.


금소법에 따르면 입출금 통장을 새로 만들 때 약관, 상품설명서, 계약서를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STM에서 수십 쪽에 달하는 설명서를 교부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전자메일로 전달하는 시스템 등을 도입하기 위해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중단한다는 KB국민은행의 설명이다.


신한은행도 STM과 같은 성격의 '유어스마트라운지(YSL)' 내 서비스 중 상품 신규·해지 서비스 등을 금소법에 맞춰 시스템을 갖출 때까지 중단하기로 했으며, 우리은행 역시 키오스크를 통한 예금과 펀드의 신규 판매, 신용카드 신규 발급 등 키오스크 일부 기능을 중단하고 내달부터 순차적으로 재개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AI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하이로보'의 펀드 신규·리밸런싱(재조정) 거래를 오는 5월 9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금소법 시행에 따라 하이로보의 마켓 포트폴리오 구성 관련 알고리즘 및 펀드 가입 프로세스 등을 변경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시대에 주채널이 된 비대면 상품 판매도 중단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금소법 시행에 맞춰 설명 의무 강화 등 법규 준수를 위해 25일부터 펀드 일괄(포트폴리오) 상품과 연금저축펀드계좌의 비대면 신규 가입 등 일부 펀드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여러 펀드 상품을 엮는 일괄 가입이 안 된다는 뜻이다. 판매 재개 시점은 미정이다.


하나은행은 AI 채팅상담 시스템인 '하이챗봇'을 통한 예·적금 가입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금소법은 일부 금융상품에만 적용하던 '6대 판매규제'(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 금지·부당권유행위 금지·허위 과장광고 금지)를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가운데 적합성, 적정성 원칙을 제외한 나머지 4개 판매규제를 위반한 금융사에는 관련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한다.


은행업권은 최근 사모펀드 사태로 은행권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누적된 상황에서 '금소법 폭탄'까지 맞을 경우를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본다. 금융당국이 관련 감독규정과 가이드라인(업무지침)을 예상보다 늦게 마련한 점도 은행권의 불안감을 더하는 모양새다.


금소법 시행 첫날인 이날 영업일선에서는 고객들이 적금 가입 시 30분, 펀드는 90분이 소요되는 등 절차가 크게 복잡해지고 직원들은 바뀐 내용을 한꺼번에 숙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권 관계자는 "소비자보호가 중요한 만큼 당국에서 지시를 하고 은행도 그 입장을 따라야 하지만 급작스러운 부분도 없지않아 있다"며 "상품 가입할 때 가입 자체가 바로 안 되는 등 오늘 대부분 은행에서 보완사항, 현장의 애로사항 등을 살피고 있을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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