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업체의 시세조정...장외주식 플랫폼은?

  • 송고 2021.05.31 14:46
  • 수정 2021.06.01 15:11
  • EBN 이남석 기자 (leens0319@ebn.co.kr)
  • url
    복사

증권플러스·서울거래소 비상장 장외주식 플랫폼 시세조종 빈번

전문가들 "주식 하락 막기 위한 불법 브로커들의 전형적 수법"

장외주식시장은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 물량은 적어 대표적인 매도가 우위 시장으로 꼽힌다.ⓒ픽사베이

장외주식시장은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 물량은 적어 대표적인 매도가 우위 시장으로 꼽힌다.ⓒ픽사베이

국내 대표 장외주식 플랫폼으로 꼽히는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서울거래소 비상장에서 '매도호가'와 '매수호가'가 역전되는 '시세조종'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은 해당 주식의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한 불법 중개업체들의 시세조종 전략"이라며 "플랫폼사들이 하루빨리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는 카카오뱅크를 9만3500원에 매도하겠다는 이른바 '팝니다(매도호가)' 신청이 올라왔다.


하지만 다음날 돌연 이해할 수 없는 거래 신청이 올라왔다. 누군가 같은 카카오뱅크 장외주식을 매도호가보다 5천원 높은 9만8500원에 매수하겠다는 '삽니다(매수호가)' 신청을 올렸기 때문.



최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올라온 '카카오뱅크' 호가. 매도호가로 9만3500원이 제시된 다음날 5천원 높은 9만8500원의 매수호가가 제시됐다.ⓒ증권플러스 비상장

최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올라온 '카카오뱅크' 호가. 매도호가로 9만3500원이 제시된 다음날 5천원 높은 9만8500원의 매수호가가 제시됐다.ⓒ증권플러스 비상장

이런 상황은 서울거래소 비상장에서도 쉽게 목격된다. 지난 28일 서울거래소 비상장에는 크래프톤의 장외주식을 52만5000원에 팔겠다는 거래신청이 올라왔지만, 같은날 해당 주식을 55만원에 사겠다는 거래자가 나타났다. 시장 매물로 나온 가격보다 무려 2만5000원을 더 내고 주식을 사겠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매수자가 등장한 셈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매도호가보다 비싼 값을 주고 주식을 사겠다는 시세조종 배경에는 불법 중개업체(브로커)의 개입이 존재한다. 해당 주식을 대거 사들이거나 중개한 불법 브로커들이 주식 하락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실질적인 거래 없는 호가만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소영주 한국장외주식연구소 소장은 "투자자들 간 일대일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외주식시장에서 매도호가보다 매수호가가 높은 현상은 너무나도 비상식적인 현상"이라며 "이런 경우는 불법 중개업체들이 해당 주식의 하락을 막기 위해 저가매도와 고가매수를 반복해 주식을 떠받치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장외주식시장은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 물량은 적어 대표적인 매도가 우위 시장으로 꼽힌다"며 "과거에도 불법 브로커들이 장외주식을 떼와서 38커뮤니케이션 등의 사설 업체를 통해 물량을 대거 푸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시세조종을 벌이는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증권플러스비상장과 서울거래소비상장 등 유망 플랫폼 중개업체에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불법 브로커 세력이 두 업체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근 서울거래소 비상장에 올라온 '크래프톤' 호가. 매도호가 52만5000원보다 높은 55만원의 매수호가가 제시됐다.ⓒ서울거래소 비상장

최근 서울거래소 비상장에 올라온 '크래프톤' 호가. 매도호가 52만5000원보다 높은 55만원의 매수호가가 제시됐다.ⓒ서울거래소 비상장

◆매수·매도호가 역전 현상은 '거품' 시그널


업계 관계자들은 장외주식시장에서 일어나는 저가매도·고가매수 시세조종 수법은 불법 중개업체들이 즐겨 쓰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설명한다.


장외주식시장은 특성상 개인 간 매수매도 호가에 의한 의사 합의가 이루어지는 시점에 거래가 성사된다. 다만 기관투자자나 불법 중개업체 등 대규모 세력이 시세를 장악하고 개인투자자들은 해당 시세를 따라 거래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결국 시장에서 고평가 된 주식을 일부 세력들이 억지로 지탱함으로써 시장 가격에 왜곡이 생기고, 해당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장외주식을 처음 접한 이들에게 허위 매수호가는 적정 가격을 판단하는데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개 장외주식시장에서 '매수호가'와 '매도호가'가 역전될 경우 고평가 '시그널'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현재 시세조종 현상이 나타나는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의 경우 모두 고평가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종목이다. 양 주가는 최근 들어 뚜렷한 하락세를 겪고 있다.


실제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8일 10만8000원(기준가)에 거래됐지만 현재 11.57% 하락한 9만5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크래프톤의 경우 이번달 18일 5대 1 액면분할을 통해 기존 300만5000원이던 주가가 63만원에 마감한 이후 현재 51만5000원(기준가)에 거래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법 중개브로업체들은 저가매도·고가매수호가가 나타나면 서로 간의 행위로 인지하고 해당 주식을 절대 구매하지 않는다"며 "장외주식 투자에 서툰 개인투자자들이 고점에 물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개플랫폼사와 불법 브로커는 악어와 악어새 관계(?)


문제는 중개플랫폼 업체의 경우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불법 브로커들의 시세조종 행위를 처벌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유일의 제도권 장외시장은 금융투자협회에서 운영하는 K-OTC 시장이다. 다만 K-OTC의 경우 거래종목이 적어 다수의 투자자들이 유망 중개플랫폼 업체를 찾고 있는 실정이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위원은 "제도권 장외시장의 여러 강점에도 불구하고 제도권 장외시장을 통한 거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비제도권 장외시장의 규모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는 존재하지 않지만 금융투자 협회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비상장주식 거래대금이 2014년 기준 약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결국 장외주식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평소 개인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와 함께 중개플랫폼사들의 자정적인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소영주 소장은 "중개플랫폼사들에게는 평소 높은 거래량을 유지시켜주는 불법 브로커들을 애써 퇴출시킬 이유가 적은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중개플랫폼 업체들이 자정적인 역할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이 가격 왜곡이 없는 환경에서 공정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38커뮤니케이션만 하더라도 호가를 제시하는 대상은 거의 95% 이상이 불법 브로커라고 보면 된다"며 "세제혜택과 안전한 거래를 원하는 개인투자자라면 K-OTC 시장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