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사, 합의안 갈등 평행선…출구는?

  • 송고 2021.06.09 11:05
  • 수정 2022.10.20 18:02
  • EBN 정민주 기자 (minju0241@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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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사회적 합의 결렬…합의안 이행 시점 등에 노사 의견 불일치

"현장에선 택배기사가 여전히 분류작업 중"…"약속대로 투입 완료"

"절대 근로시간 준수하는 게 관건…실버택배처럼 대안 더 가져와라"

분류작업을 거부하고 있는 택배노조가 8일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단체협약 쟁취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분류작업을 거부하고 있는 택배노조가 8일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단체협약 쟁취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8일 진행된 2차 사회적 합의 논의에도 택배업계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사는 분류인력 투입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채 합의안 적용시점에 대한 갈등까지 빚게 됐다. 양측 모두 팽팽한 긴장감을 이어가는 가운데 노조는 코로나19로 수혜를 본 사측이 보다 책임있는 태도로 합의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합의안 이행 1년 유예 vs 즉각 이행

전국택배노조는 2차 사회적 합의가 택배사들의 몽니로 무산됐다고 주장한다. 택배사들이 올해 초 나온 1차 합의안을 지금까지 불이행하면서도 합의안 적용 시점을 1년 유예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택배기사의 분류작업 중단이 즉각 이행돼야 하고 분류인력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올해 들어 5명의 택배기사가 과로사했고 지금도 과로로 쓰러지는 택배기사들이 속출해 분류작업 중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일명 '까대기'라고 불리는 분류작업은 택배기사를 과로사로 내모는 주원인으로 꼽힌다. 하루평균 6시간 이상을 분류작업에만 매달려야 하고, 이마저도 공짜 노동 형식으로 진행돼 왔다.


때문에 합의안 이행 1년 유예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이미 합의안 시행과 관련해 부분 유예기간을 줬는데도 또 미루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2차 합의 결렬을 예상한 택배노조는 하루 먼저 분류작업 중단을 공식화하고 9시 출근·11시 배송출발을 시작했다. 이 중 쟁의권이 있는 조합원 2100여명은 파업에도 돌입할 계획이다.


택배사들은 약속한 분류인력 6000명을 채용했고 합의안도 이행 중이라 억울하다고 밝혔다. 노조가 지적하는 부분은 한진과 롯데택배가 각각 1000명 중 200명만 투입했다는 점인데 이들은 당시 투입을 완료했다고 반박했다.


택배사 관계자는 "당시 택배사들이 약속한 인원을 모두 투입한 게 맞다"면서도 "모두가 장기 계약을 한 것은 아니며 단기 계약도 섞여 있어 지금 계약이 완료된 분류인력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적용시점 1년 유예에 관해서는 사실무근이라고 단언한다. 택배사들은 "합의를 했다는 것 자체가 당시 즉각 이행을 동의했기 때문"이라며 "거래구조 개선 등 논의 중인 사항도 성실히 이행 중"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분류작업 속도를 높이는 자동분류기도 허브터미널에 대부분 도입했다. CJ대한통운은 서브터미널에도 자동분류기를 대거 적용했고, 한진과 롯데택배는 일부 서브터미널을 시작으로 설치를 서두르고 있다.


"상당한 투자비용 지출 중"…"현장에선 지금도 과로사 우려"

택배사들은 30년 가까이 고착화 된 구조가 단기간에 변화하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효율을 높이고 편의 향상을 위해 코로나19 수혜로 불어난 이익을 택배기사 근로환경 개선 투자비용으로 지출 중이라고 전했다.


노조는 지금도 85%에 달하는 택배기사들이 분류작업에 투입 중인 점을 근거로 들면서 택배사들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한다. 더불어 분류작업에서 제외된다 하더라도 택배기사들은 여전히 과로사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임을 언급한다.


최근 5년 간 10% 안팎으로 늘어나던 물량이 코로나19로 21% 이상 증가하면서 오전부터 배송을 시작해도 끼니를 걸러야하는 상황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노조는 이동 시간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실버택배와 같은 방안들을 택배사에서 전면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실버택배는 택배기사가 아파트 단지까지 배송을 완료하면 노년층 실버택배기사가 집 앞까지 직접 배송하는 방식이다.


강규혁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절대 근로시간을 준수하는 게 중요하다"며 "실버택배 도입 등 택배사들이 여러가지 안을 두고 고민해보길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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