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마켓컬리 시스템은 '구멍가게' 수준?…구매품 앱 취소도 안돼

  • 송고 2021.08.31 14:27
  • 수정 2021.09.01 10:42
  • EBN 구변경 기자 (bkko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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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시간 내 고객센터로만 가능

기업 덩치 커졌지만 서비스 발전 더뎌

앱 취소 가능 쿠팡·SSG닷컴 큰 대비

마켓컬리 "시스템 구축 안 돼 개선하겠다"

김포 물류센터 전경. ⓒ마켓컬리

김포 물류센터 전경. ⓒ마켓컬리

#. 평소 장보기 앱(애플리케이션) 마켓컬리를 애용하는 주부 A씨. 그날 그날 필요한 상품을 즉흥적으로 구매하는 편이어서 이를 취소하는 경우도 왕왕 있는데, A씨는 최근 불편함이 배가되고 있다. 육아를 하는 A씨 입장에선 아이를 재우고 난 저녁즈음에야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는데 구매 후 일정 단계가 넘어가면 앱 상에서 직접 취소가 불가한 탓이다. 구매 취소를 위해선 고객센터에 직접 연락을 취하는 방법 뿐이다. A씨는 "마켓컬리는 상품구매 결제 후 자체적으로 취소하지 못해 너무 불편하다"며 "육아 후 보통 저녁에 장보기를 많이 하는데 고객센터 운영시간이 마감돼 취소가 절대 안된다"고 토로했다.


내년 상장을 목표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마켓컬리의 내부 시스템이 커진 외형에 걸맞지 않게 '구멍가게'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 쇼핑환경에서 '구매 취소' 기능이 실행되지 않으면서 기본적인 시스템 체계 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31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마켓컬리 앱에서 상품 구매 후 상품이 준비중인 단계로 넘어갔을 경우 고객센터를 통해서만 취소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켓컬리에서 물건을 사면 상품주문→입금→상품준비중→배송준비중 단계를 거쳐 소비자에게 최종 전달된다. 예컨대 3만원 상당의 상품을 구매 후 단순 변심 등의 이유로 취소를 원할 경우 앱에서 '상품 준비중'인 상태로 표시되면 소비자가 직접 취소할 수 없다. 고객센터를 통한 취소도 고객센터 운영시간(오전 7시~오후 7시)에만 접수가 된다. 이후 시간에 취소 요청을 해도 다음날 오전 7시가 돼야 처리가 가능하다.


반면 새벽배송 경쟁사인 쿠팡과 SSG닷컴은 앱에서 구매 취소가 가능하다. 우선 쿠팡의 경우 '상품준비중'인 상태가 뜨면 소비자가 즉시 앱에서 취소할 수 있으며 24시간 고객센터를 가동 중이다. SSG닷컴 역시 상품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피킹(picking·주문된 상품을 집는 업무)되기 2시간 전까지는 취소가 가능한 구조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마켓컬리의 미비한 시스템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인 데 이어 소비자들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B업체 관계자는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마켓컬리는 직매입으로 배송해 컨트롤하기가 더 수월함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을 구현하지 못했다는 건 이와 관련한 개발 시스템에 아직 투자가 안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요즘같이 각 사가 편리함을 추구하는 쇼핑 환경에서 기본적인 부분"이라며 "취소 자체는 앱으로 돼야하는게 맞다"고 꼬집었다.


C업체 관계자도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편의성 확대를 위해서라도 C/S시스템 확충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마켓컬리 관계자는 "신선식품 새벽배송은 합포장하는 게 어렵다"며 "시스템 구축이 안 돼 있는게 맞고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마켓컬리는 2015년 5월 창업 6년만에 매출 1조원을 달성하며 급성장했다. 지난해 매출 9523억원, 거래액은 1조원을 기록하며 쾌거를 이뤘다.


취급 상품도 3만개까지 대폭 늘렸다. 지난 6월 말에는 사업 목적에 자동차 임대업(렌터카)과 항공권 및 선표 발권 예매업도 추가했다.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기업공개(IPO)도 추진 중이다. 지난달에는 2254억원 규모의 시리즈 F 투자 유치를 성공시키며 총 6400억원의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을 보유했다.


시리즈 F 투자금은 상품 발주와 재고 관리, 주문 처리, 배송 등 데이터 인프라 고도화를 위한 기술개발에 적극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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