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권 재배분 조건에 대한항공 쓴웃음…LCC는 표정관리

  • 송고 2021.12.29 15:30
  • 수정 2022.10.21 12:02
  • EBN 정민주 기자 (minju0241@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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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항공사 운항 노선 47%, 경쟁제한성

비자유화노선 대상 운수권 재배분 추진

김포발 국제선, 몽골행 노선 재분배 기대

ⓒ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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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통합항공사) 합병 검토 결과를 발표한 것을 두고 업계의 평이 갈리고 있다.


공정위가 슬롯과 운수권 재배분을 거론하면서 통합 주체인 대한항공은 말을 아끼는 반면, 양사 합병 이후 출범할 통합LCC(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와 경쟁해야하는 다른 항공사들 사이에서는 항공사 재편의 기회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항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5개 항공사가 보유한 총 250개 노선 중 47%인 119개 노선에서 합병 이후 경쟁제한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여객 기준으로 경쟁제한성이 발생할 수 있는 노선은 국제선 65개, 국내선 22개다. 공정위가 판단하기에 항공사 합병 후 여객 점유율이 과반을 넘어갈 수 있다는 노선들이다. 이 중 인천~LA, 뉴욕, 시애틀, 바르셀로나, 프놈펜, 장자제, 시드니 등은 독점 노선으로 분류됐다.


공정위는 통합 후 생기는 경쟁제한성 노선 등을 두고 '슬롯 반납·운수권 재배분'의 조건을 내걸었다. 공정위가 앞서 조건부 승인 가능성을 내비쳤을 때부터 예상됐던 시나리오다. 독과점 노선은 통합 후 운임 인상과 같은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경쟁사가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대한항공은 그간 슬롯 반납이나 운수권 재배분은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는 조치이라고 반발해왔다. 독과점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도 장거리 일부 노선에 해당하며, 그 중 미주노선은 경쟁사들이 수익이 안난다고 판단해 진입하지 않았던 것일 뿐 양사가 독점을 노리고 운항을 해왔던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운수권을 재분배한다고해서 장거리 노선에 단거리용 항공기만 보유 중인 저비용 항공사(LCC)가 취항할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결국엔 외항사 배만 불리게 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무엇보다도 운항 노선이 줄면 유휴 인력이 발생해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도 있다는 이유를 강조한다.


대한항공은 공정위 심사 결과 발표 직후 "심사보고서를 송달 받으면 구체적인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당사의 의견을 정리하여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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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공정위가 결국 슬롯 반납·운수권 재배분의 시정조치를 내걸게 된 것은 다른 국내 항공사를 위해서다. 공정위는 "진입 항공사가 아주 좋은 슬롯을 배정 받게 되면 특정 항공사의 여객 점유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며 "진입 항공사를 들어오는 여건을 형성하기 위한 방향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운수권 재배분은 비자유화노선에 해당하도록 했다. 장거리는 물론이고 LCC가 다수 취항하는 중·단거리 비자유화노선 운수권은 자국 내에서만 재배분할 수 있어 국내 다른 항공사가 수혜를 볼 수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수권을 반납한다고해도 외항사에게 돌아갈 기회는 없다는 말이다.


그간 LCC가 진입하지 못했던 노선은 김포발 국제선, 몽골행 노선 등으로 추려진다. 김포발 국제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몽골행 노선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이 휩쓸었다. LCC들은 이같은 동북아 3개국 노선에서 운수권 재분배가 우선시될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포발 국제선만 열려도 LCC들은 항공업 재편이 얼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김포공항은 혼잡공항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신규 진입자가 슬롯을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내년 국제선 재개를 준비 중인 LCC들은 이곳만 확보해도 정상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공정위는 양사 결합을 우리나라 항공업 재편의 일환이라는 차원에서 심사를 진행해왔다. 현재 심사 중인 7개 해외당국 승인까지 완료되면 공정위는 슬롯과 운수권 재배분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로 국제선 운항을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인만큼 상당기간에 걸쳐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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