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파리·런던 슬롯 반납…공정위, 대한항공·아시아나 '조건부 승인'

  • 송고 2022.02.22 12:00
  • 수정 2022.10.21 12:33
  • EBN 정민주 기자 (minju0241@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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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개 중첩노선 중 미주·유럽 가격인상률 높아

런던·파리 등 11개 노선서 운수권 반납

신규 진입 전까지 공급 축소 금지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심사에 대해 '조건부 승인'으로 결론 지었다.ⓒ대한항공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심사에 대해 '조건부 승인'으로 결론 지었다.ⓒ대한항공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건부 승인'으로 결론 지었다.


양사 합병으로 경쟁제한성이 발생할 국내·외 40개 노선에서는 10년에 걸쳐 슬롯(운항시간)과 운수권 재조정이 실시된다. 국내 항공사의 신규 진입이 있기 전까지 통합항공사는 운임인상 제한, 서비스 품질 저하 금지 등 구조적·행태적 조치를 이행하게 된다.


통합항공사 중첩노선 119개…국제선 26개 노선에서 경쟁제한


조성욱 공정위 위원장은 22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통합항공사) 합병을 '국내 대형항공사간 최초의 결합사례'로 소개하며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공정위가 8명의 전담심사팀을 구성해 심사에 착수한 지 1년 만이다. 공정위는 통합항공사 출범으로 인한 경쟁제한성을 분석하기 위해 시장을 출발-도착지 왕복으로 획정했다. 중·단거리 노선은 직항편, 장거리 노선(운항 8시간 이상)은 경유편까지 포함해 구분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여객 점유율은 2019년을 기준으로 했다.


그 결과 총 119개 시장에서 결합 후 중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국제선 26개(미주 5개·유럽 6개·중국 5개·일본 1개·동남아 6개·대양주 3개), 국내선 14개(김포·청주·진주·광주·부산·여수·울산↔제주) 노선에서 운임인상 등 경쟁제한이 있을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여기에는 점유율 100%인 독점 노선이 포함됐다.


"미주·유럽 노선 가격인상률 아주 높아"


분석대로라면 미주와 유럽 노선 경쟁제한성이 가장 크다. 통합항공사 출범 후 점유율이 미주 78~100%, 유럽 69~100%에 달한다.


서울~뉴욕·로스앤젤레스·시애틀·바르셀로나 노선은 합병 후 독점이며 서울~샌프란시스코·호놀룰루·파리·런던·로마·프랑크푸르트·이스탄불은 경유편과 외항사가 경쟁 중이나 점유율이 13~31%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 위원장은 "해당 노선들은 가격인상률이 아주 높은 것으로 분류됐다"면서 "다른 항공사 신규진입이 용이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미주와 유럽은 2019년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여객 매출의 절반을 내던 효자 노선이다.


이밖에 통합항공사는 중국 5개 노선에서 65~100%, 동남아 6개 노선 66~100%의 점유율을 보일 전망이다. 다만 중국 대형항공사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다수 취항하는 점을 미루어보아 미주·유럽보다는 가격인상 가능성이 비교적 높지 않으며 신규 진입 가능성도 충분하다.


일본은 1개 노선에서만 경쟁제한성이 인정되나 가격인상 가능성이 미미하다.


국내선에서는 14개 노선에서 경쟁제한성이 있지만 LCC 취항과 KTX, SRT 등 고속철도가 충분한 대체수단이 될 수 있어 가격인상 가능성이 낮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연합뉴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연합뉴스

10년간 운수권·슬롯 재분배…공급 축소 금지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분류된 노선들에서는 구조적 시정조치가 이행된다.


먼저 국제선 중 운수권이 필요한 프랑크푸르트·런던·파리·로마·이스탄불·장자제·시안·선전·베이징·시드니·자카르타 등 11개 노선에 대해서는 통합항공사가 운수권을 반납해야 한다.


단 미배분된 운수권이 있어 국토부가 신규 진입자에게 이를 배분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반납해야 할 운수권 개수에서 이를 차감한다.


슬롯은 점유율 50%를 기준으로 탑승객을 줄이거나 점유율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조정된다. 슬롯 개수와 시간대, 이전 대상 항공사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정위와 국토부가 협의해 결정하게 된다.


공정위는 코로나19로 여객 시장 회복 속도가 더디고 해외경쟁당국에서 양사의 기업결합심사가 종료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시정조치를 기업결합일로부터 10년간 지속하기로 했다.


통합항공사는 해당노선 운임인상을 제한하고 공급축소를 금지하는 행태적 조치도 병행한다. 운임 인상은 2019년 운임 대비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하지 못하며, 공급좌석은 2019년 미만으로 줄이지 못한다. 공급 축소로 인한 운임 인상을 방지하고자 두 조건을 모두 내걸었다.


또 서비스 질을 유지하고 마일리지 통합은 기업결합일부터 6개월 내 결정해야 한다. 이밖에 통합항공사는 신규 진입 항공사가 운임결합 협약, 외국 공항 슬롯 이전·매각, 영공통과 이용권 획득 협조 등을 요청할 때에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조 위원장은 "구조적 조치 이행시기가 유동적임을 고려할 것"이라며 "향후 외국 경쟁당국의 심사결과를 반영해 시정조치 내용을 수정하고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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