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품귀현상에…酒테크 활기

  • 송고 2022.04.05 13:54
  • 수정 2022.10.21 13:38
  • EBN 정민주 기자 (minju0241@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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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 싱글몰트 발베니 품귀현상…MZ세대에 인기

맥켈란 영국서 내집 마련 성공 사례로 주테크 대표 자리매김

글렌피딕 40년산 2017년 800만원서 현재 1600만원에 판매

수제 싱글몰트 위스키 '발베니'.ⓒ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수제 싱글몰트 위스키 '발베니'.ⓒ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위스키를 수집해 투자차익을 얻으려는 세간의 관심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 위스키는 오늘이 제일 저렴하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최근들어 위스키 공급이 어려워지자 1000만원이 훌쩍 넘는 위스키도 일단 구매부터 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보이면 일단 사자…영국선 酒테크로 내집 마련


5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위스키 수집 열풍이 영국, 홍콩 등에서 국내로 번졌다. 위스키 등 고급 증류주는 평생을 두고 마실 수 있다는 가치 인식이 시장에서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고 여기에 브랜드 스토리텔링과 한정 생산이라는 희소성이 더해지면서 젊은층에서 수집 욕구가 커지고 있다.


보리 작황에 따라 생산량이 결정돼 한정판 싱글몰트 위스키로 불리는 '발베니'는 현재 전국적으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그간 국내에서 수요가 많지 않았던 위스키였지만 애호가가 즐기는 술이란 이미지에 희소성이라는 이점이 더해지면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생)가 가장 열광하는 위스키로 떠올랐다.


추가 물량 입고일은 예상하기 어렵다. 대형 유통사들도 입고일 미정이라는 안내만 내걸고 있다. 때문에 위스키 커뮤니티에서는 "마지막 남은 1병 득템했어요", "목포 00마트에 오늘 물량 풀렸어요" 등 발베니 재고 관련글이 인기다. 발베니가 보일 때마다 구입해 '텅장'(잔고가 텅 비는)이 마이너스텅장 되어가고 있다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맥켈란 인기도 뜨겁다. 맥켈란은 영국에서 내집 마련에 성공한 1992년생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주(酒)테크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28년간 매년 아버지로부터 맥켈란 18년산(총 5000파운드, 약 790만원)을 선물 받았는데 이 가치가 4만파운드(6300만원)까지 오르면서 최근 이 위스키들을 처분하고 수익을 주택 마련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맥켈란의 경우 일부 판매점에서 올해 초 선주문을 받아 판매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에 이르자 해당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WHISKY&SPIRIT 매장.

롯데백화점 잠실점 WHISKY&SPIRIT 매장.

고가일수록 리셀에 유리…빈병도 100만원대 중고거래


현재 국내에서는 개인간 주류 거래가 금지돼 있어 해외만큼 리셀 열풍이 불고있지 않지만, 관심만큼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특히 고가 위스키일수록 일단 사두면 웃돈을 붙여서 팔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지갑을 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위스키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입고된 40년산 이상 위스키 가격은 매년 15~20% 정도 오르고 있다. 2017년 800만원에 판매됐던 글렌피딕 40년산(700ml)은 현재 소매점에서 1600만원선에 판매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소재 한 위스키 판매처에서는 "글렌피딕 40년산이 3병 입고됐는데 그날 바로 전량 판매됐다"고 말했다. 한 병당 가격이 2억5000만원인 고든 앤 맥페일 글렌리벳 제너레이션스 80년 2병도 최근 완판됐다.


위스키 재테크나 컬렉팅을 위해 직접 해외 경매에 참여하는 매니아도 늘고 있다. 옥션 등에서 희귀한 위스키라고 불리는 제품들의 가격은 10년새 500% 가까이 올랐다. 위스키 최대 생산지인 스코틀랜드의 증류소를 방문해 직매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컬렉팅에 열을 올리다보니 빈병도 돈이 되고 있다. 한정판 컬렉션이나 병 모양이 특이할수록 비싸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2007년 전 세계 786병 한정으로 출시된 루이13세 블랙펄 공병이 190만원, 리차드 헤네시 공병은 지난해 50만원대에서 현재 7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밖에 발렌타인 30년산과 카발란, 일본 히비키 공병은 각각 2만원, 1만5000원, 1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운반 컨테이너 부족하고 원료 가격 급등


위스키 가격 인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위스키를 운반하는 컨테이너가 부족해 수급난이 이어지고 있다. 원재료인 보리는 기후변화로 생산량이 줄어든 상태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며 최근 가격이 30% 이상 급등했다. 유럽 내 위스키 병을 제조하는 업체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셧다운이 있었고 최근에는 파업이 일어나면서 병 공급도 원활하기 않은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원자재, 포장, 공급망 등에 대한 차질로 인해 각종 비용이 상승한 상황"이라면서 "비용은 오르는데 공급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위스키 애호가들이 몰린 온라인 커뮤니티나 카페 등에서는 암암리에 직거래도 이뤄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주류 판매 면허가 없는 일반 소비자 간 거래는 현행법상 처벌 대상이지만 구하기 힘든 제품의 경우 웃돈 거래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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