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이냐, 집값이냐…새 정부 부동산 딜레마

  • 송고 2022.04.07 11:07
  • 수정 2022.04.07 11:12
  • EBN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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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부동산 시장 반응 빨라 중간 발표 안하겠다"

재건축 기대감 강남권 아파트 10주만 상승 전환

재정비 대상 1기 신도시 '일산·분당'도 크게 올라

새 정부의 부동산 재건축 정책이 정해지기 앞서 시장 기대감이 번지며 대상 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이 이뤄지고 있다.ⓒ연합

새 정부의 부동산 재건축 정책이 정해지기 앞서 시장 기대감이 번지며 대상 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이 이뤄지고 있다.ⓒ연합

새 정부의 부동산 재건축 규제 완화 추진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공약 이행을 위해 규제완화 절차를 조속하게 실행해야 하지만 본격적인 정책 변화가 이뤄지기도 전에 재건축 대상 주택을 중심으로 집값 급등 현상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정치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전일 부동산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 발표에 대해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언급했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부동산 정책은 발표될 때마다 시장 반응이 빠르고 그에 따른 부작용도 함께 나오기 때문에 종합적인 부동산 정상화 로드맵을 만들고 발표하는 순서와 시기를 전략적으로 조절하겠다"고 말했다.


원일희 수석부대변인도 "부동산 문제는 종합적이고 질서 있게 발표 한다는 원칙에 따라 (특정 정책이 확정되더라도) 중간 발표를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인수위가 개선하겠다는 재건축 규제는 안전진단·용적률·초과이익환수제·분양가상한제 등이다. 기준과 방법은 다양하지만 규제 기준을 빠르게 낮춰 재건축 사업 활성화를 이뤄내겠다는 목적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인수위는 속도 조절을 결정했다. 명확한 정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임에도 집값이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강동구를 합한 동남권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01% 올라 10주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전국 아파트 가격도 6주 만에 하락세를 멈췄다.


가격 상승은 재건축 대상 단지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0.05% 상승했고 일반 아파트는 보합(0.00%)을 나타냈다.


지역별로는 △중구(0.19%) △강남(0.03%) △구로(0.03%) △노원(0.03%) △양천(0.03%) △동작(0.02%) △마포(0.02% 순으로 올랐다.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한 중구는 황학동 롯데캐슬베네치아의 일부 매물이 소진되면서 2000만원~2500만원 상승을 보였다. 강남은 대치동 한보미도맨션이 2500만원~5000만원 올랐다.


부동산원은 "강남구는 규제 완화 기대감 있는 재건축 위주로 신고가 나오며 상승세를 지속했고 서초구는 한강변 신축 등 반포동 위주로 매수세가 증가해 가격상승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신도시는 노후 아파트 재정비 가능성에 1기 신도시 위주로 올랐다. △일산(0.09%) △분당(0.08%) △중동(0.06%) △산본(0.01%) 등 상승했다. 일산은 일산동 후곡6단지동부·건영·주엽동 강선 19단지우성 등이 650만원~1000만원 올랐다. 분당은 서현동 시범한양, 정자동 상록우성 등이 500만원~2000만원 상승했다.


새 정부도 현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윤 정부의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한덕수 전 총리는 "재건축이 빠른 속도로 되면 그 자체가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된다"며 "전체 부동산 정책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을 신중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전문가들도 재건축 규제 완화에 앞서 안정화 대책을 마련해야 시장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전반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뒤 규제 완화 방향을 제시해야 부동산 시장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별 가격상승이 차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당연히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 실장은 "법 개정이나 공약 현실화 등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한강변이나 강남권 또는 1980년대 준공된 노후단지들을 중심으로 올 하반기 강보합 시장이 펼쳐질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다주택자가 보유주택을 매도해서 현금화하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른 쪽으로 재편하기보단 '똘똘한 한 채'로 집중할 가능성이 크고 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단순한 매매량 증가 만이 아니라 이에 대한 부분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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