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구본성의 보복 매각?…구지은 체제 흔들리나

  • 송고 2022.05.04 10:45
  • 수정 2022.10.25 18:32
  • EBN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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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성 전 부회장+구미현 이사 연합전(지분 58.62%)으로 '과반' 압력

자본·유통업계 "1,2대 주주 경영권 프리미엄 목적 보유 지분 동반매각"

전문가 "수세 몰린 구지은 반전승리하려면 거래처와 노조의 힘 빌려야"

친오빠 구본성 전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을 밀어내고 아워홈 경영을 진두지휘해 온 구지은 대표이사가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EBN 자표 사진, 아워홈, 픽사베이

친오빠 구본성 전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을 밀어내고 아워홈 경영을 진두지휘해 온 구지은 대표이사가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EBN 자표 사진, 아워홈, 픽사베이

친오빠 구본성 전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을 밀어내고 아워홈 경영을 진두지휘해 온 구지은 대표이사가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4남매 중 1남인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이 자기 지분(38.56%)과 1녀인 구미현 이사의 지분(19.28%)을 합쳐 경영권 매각에 나서는 등 연합전으로 구지은 대표이사를 압박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6월 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로 선임, 이사회에서 부회장으로 오른 구 대표는 올해부터 아워홈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해오고 있던 상황이었다.


구본성·구미현 지분에 대한 매각 주관사인 '라데팡스파트너스'는 지난달 28일 국내 잠재 투자자들에게 발송한 티저레터(투자안내문)를 통해 "국내 2위 급식·식자재유통업체 (주)아워홈의 경영권 지분(58.62%)을 거래 대상으로 바이-백(Buy-back) 등의 조건이 없는 진성 매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국면은 지분 전쟁으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1대주주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2대주주인 구미현 이사가 지분을 합치면 압도적인 지분 비중(57.87%)을 차지하게 된다.


자본시장과 유통업계에선 "1, 2대 주주인 이들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목적으로 보유 지분을 통합해 외부에 매각하기 위한 일환이라는 판단하고 있다.


한 사모운용펀드에 몸담은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1, 2대 주주인 구본성과 구미현이 조금이라도 더 비싸게 지분을 정리하기 위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목적으로 한 연합전이 시작된 것 같다"면서 "나머지 주주들도 1, 2대 주주에 붙어야 한 푼이라도 더 챙길 수 있는 상황으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했다.


또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구지은 대표는 백기사 일환으로 구명진 이사와 연대할 가능성이 있지만 1, 2대 주주의 지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구지은 대표가 지분 대결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이같은 지분 전쟁은 앞서 치른 이른바 범 LG계열 아워홈에 벌어진 이른바 '남매의 난'의 3차전으로 풀이된다. 앞서 구본성 전 부회장은 올 2월 보유 지분을 전부 매각하고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선택에는 지난해 6월 구지은 등 여동생 3명(구미현·구명진·구지은)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 해임된 배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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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구지은 대표는 주총과 이사회에서 각각 신임 대표와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결과적으로 구지은 대표가 전임 구본성 대표의 직책과 직위까지 모두 이양받게 된 셈이다. 당시 시장에선 구본성 등 4남매가 이해관계에 따라 지속적으로 연대하거나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후 구지은 대표는 아워홈 경영 정상화에 공을 들여 적자 성적표를 흑자로 돌려놨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단체급식 및 식자재 업계 불황으로 2020년 적자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매출액 1조7200억 원, 영업이익 250억원을 기록했다.


경영상 최대 위기를 맞은 구지은 대표가 1,2대 주주의 연합전을 어떻게 방어할 지에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1,2대 주주가 발표한 데로 제 3자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보유 지분을 매각하게 되면 구지은 대표는 새로운 대주주를 맞이하게 된다. 새 대주주는 자신들이 발탁한 이사를 선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시선이다. 구지은 대표가 임기를 채우게 되면 상법상 아워홈 주요주주 중 한명이 된다. 구지은 대표 현직에 대한 임기는 3년으로 오는 2024년 5월까지 공식 업무 기간이다.


업계에선 새로운 대주주가 지속적으로 유상증자를 하게 되면 구지은 대표의 보유 지분은 점차 희석될 수 있고 주주로서의 권한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본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1,2대 주주 지분율 58%로 과반을 넘었기 때문에 특별결의로 경영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면서 "특별결의 안건은 보통결의 안건보다 통과 기준이 높다"고 말했다.


아워홈 오너 일가 일원으로 오너십을 보유한 구지은 대표가 아워홈 경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인수합병업계 한 관계자는 "4대 주주인 여동생의 경영을 막는 1, 2대 주주의 연합전은 자본시장에서 보기 드문 분쟁"이라면서 "새로운 대주주가 아워홈의 새 주인이 된다고 했을 때 새 대주주가 구지은 대표를 믿고 신뢰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다만 아워홈 기업의 거래 관계자들이 구지은 대표 없이는 거래를 끊겠다는 강경 태도를 취하고 직원, 노조들이 구지은 대표의 경영을 지지할 때 수세에 몰린 구지은 대표가 반전 드라마를 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노조들도 편이 갈려 '남매 전쟁'에 합류했다. 한국노총 전국 식품산업연맹노동조합 소속 아워홈 노조(위원장 장덕우)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통해, 구본성 전 회장 쪽이 촉발한 경영권 분쟁 사태를 강력히 규탄했다. 노조는 성명에서 "구본성 전 회장의 경영 참여로 인해 회사가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냈으며, 이로 인해 노동자들의 근무환경과 처우가 급격히 악화한 바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회사를 살릴 방안을 찾는 것이 경영진의 책무 임에도 그 해 9월 보복운전으로 회사와 노동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고 비판했다.


구지은 대표 체제를 비판하는 노조도 있다. 전국아워홈노조는 지난 1일 "주주간 이전투구식 경영권 분쟁을 중단하고 모든 주주가 경영일선에서 퇴진, 전문경영인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성명을 냈다.


ⓒ아워홈

ⓒ아워홈

아워홈 경영권 분쟁은 지난한 과정 동안 펼쳐져왔다. 분쟁의 시작은 2015년이다. 구지은 부회장(당시 부사장)이 보직 해임되면서다. 이전까지 구 부회장은 4남매 중 유일하게 회사 경영에 참여하며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돼왔다. 해임된 구 부회장의 자리는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맡았다. 구 부회장은 계열사 캘리스코 대표로 밀려났다. 소강 상태였던 이들의 갈등은 지난해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복운전·뺑소니 사고를 내면서 다시 점화됐다. 구지은 대표는 두 언니 구미현·구명진씨와 함께 구 전 부회장을 해임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들 남매의 전쟁은 2차전으로 종결되는 듯 했다.


이후 경영 복귀 기회를 찾던 구본성 전 부회장은 아워홈과의 배임 소송전까지 직면하게 됐다. 올해 초 구본성 전 부회장은 "회사의 정상 경영과 가족의 화목을 위해 경영에서 물러날 것"이라며 자신의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최근 구본성 전 부회장이 "구지은 부회장도 지분을 매각하고 경영권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면서 남매의 난은 3차전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구지은 부회장의 편에 섰던 장녀 구미현 씨가 이번에는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의 편에 섰다는 점이 달라진 점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남매들의 전쟁 등 갈등에서 피로감을 느낀 구미현씨가 지분을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해당 사태에서 빠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1대 주주 쪽에 서야 그나마 경영권 프리미엄이라도 받고 팔 수 있어서 내린 선택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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