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핀란드 vs 한국 1등 하림…누가 더 잘 키우나

  • 송고 2022.06.23 15:38
  • 수정 2022.06.24 15:40
  • EBN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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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무항생제 사료 및 건강·복지형 사육…36일 성장한 육계

한국 1위 하림, 무항생제 71%·동물복지 23%…28일 이상 사육 후 출하

각 사가 키우는 육계농장의 병아리.ⓒ각 사 홈페이지 캡처

각 사가 키우는 육계농장의 병아리.ⓒ각 사 홈페이지 캡처

전 세계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이 가장 많아 '치킨 공화국'이라 불리는 한국에 핀란드가 '친환경'을 무기로 국내 닭고기 시장에 상륙했다. 국내 1위 하림을 포함해 육계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핀란드와 하림 모두 자국 기준 하에 쾌적한 환경에서 닭을 키우면서 무항생제 사료를 쓰고 있기 때문에 특정 기업이 큰 변별력을 가질 것인지는 미지수다.


다만 큰 차이는 하나 있다. 부화 후 도축까지 걸리는 닭 사육 기간이다. 핀란드는 부화 후 도축까지 36일이 걸리는 반면 한국 하림은 28일 이상 사육 후 닭고기로 출하했다. 핀란드가 8일 가량 더 자란 육계를 생산하는 셈이다.


단순 비교했을 때 핀란드가 더 많은 닭들에 충분한 수면 시간(6시간)을 보장하고 자유로운 사육방식을 실행 중인 것으로 판단됐다. 다만 하림에서도 '동물복지 부문'에서 키워지는 닭들에 6시간 이상 수면시간을 제공했다. '가치 소비'가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에 소비자들은 어떤 닭을 선택하게 될까.


핀란드: 무항생제 사료, 건강·복지형 사육…36일 성장한 육계


23일 EBN이 입수한 핀란드 육계 사육 규정에 따르면 친환경 닭고기 브랜드 'NOPO(노포)'를 운영중인 국가 핀란드는 2010년부터 항생제 사용 없이 닭을 키우고 있다.


이 기준에는 닭에 대한 성장 호르몬의 사용도 금지돼 있다. 핀란드는 가정 농장에서 재배되거나 사료 제조업체가 생산한 곡물(귀리와 밀 70%)로 이루어진 가축 사료를 사용토록 하고 있다.


대두와 같은 수입 사료의 경우 핀란드만의 생산 방식에 따라 살모넬라균 감염 방지를 위해 상시 검사하고 있다. 판란드 노포 측은 "EU 법률에 따라 항생제로 간주하지 않는 항·기생충 콕시디오스탯(Antiparasitic Coccidiostat)만 사료 첨가제로 허용하고 있다"면서 "또한 핀란드 식품안전청은 국가 동물 사료 통제 프로그램 일환으로 동물 사료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 사 육계농장 시스템.ⓒ각 사 홈페이지 캡처

각 사 육계농장 시스템.ⓒ각 사 홈페이지 캡처

앞서 7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핀란드산 친환경 닭고기 '노포' 한국 론칭 기자간담회에서 야나 후수-칼리오(Jaana Husu-Kallio) 핀란드 농림부 사무차관이 참석해 "EU 규정에 따라 핀란드 육계는 2010년부터 항생제 사용 없이 사육되고 있다"면서 "이같은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이례적인 성과"라고 밝혔다.


노포 측 닭 농장은 일정수준의 사료 공급과 사육 조건을 유지하며 육계의 복지와 건강을 도모하고 있다는 설명했다. 우선 부화된 병아리는 토탄(식물 퇴적층)이나 나무 부스러기 깔짚 바닥에서 5~6주 동안 자유롭게 사육되는데 이를 통해 육계의 행동 장애를 방지한다는 설명이다. 노포 측은 "병아리 부화 후 도축까지 대략 36일 걸린다"고 설명했다.


다른 나라와 달리 핀란드는 육계의 부리를 자르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이다. 통상적으로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는 육계의 특징은 다른 닭들을 공격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서로 상처 입히는 경우가 많은 데 농장에서는 이런 경우를 방지하려고 닭의 부리를 자르는 것이다.


노포 측은 "병아리 무리를 한 사육장에서 기르고, 전체 무리를 동시에 도축하는 생산 방식(올인-올아웃 방식)을 사용하고 사육장에 가축이 남아있지 않을 때 사육장은 세척 및 소독된다"고 설명했다.


다수 한국 닭들이 수면을 잘 취하지 못하고 사료를 잘 먹어야 하는 시스템에서 자라는 것과는 달리 핀란드 육계는 잠을 잘 수 있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핀란드 육계는 24시간 중 최소 6시간을 어둠 속에서 수면을 취하고, 원할 때마다 음식과 물을 먹고 마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스트레스 해소 차원으로 공같은 놀이기구도 제공된다고 했다.


사육장의 온도와 습도와 같은 가금류의 사육 조건은 연중무휴 24시간 동안 모니터링되는 데 노포 측은 "육계의 삶의 질은 하루에 적어도 두 번 체크하고 있다"라면서 "특히 육계의 복지는 발바닥(foot pad)의 상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건강한 발바닥은 푹신한 짚이 깔려있는 사육장과 같은 좋은 환경에서 사육됐음을 뜻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핀란드 수의사들이 점검한 핀란드 유통 체인 내 육계 무리 중 98.8%가 발 패드 건강수치 0을 기록했다. 해당 수치는 최고 수준이란 설명이다.


이밖에 핀란드에서는 육계 생산을 위한 별도의 환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 환경 허가는 운영 모니터링, 배출 및 폐기물 관리와 같은 이슈에 대한 규제 사항을 포함한다. 노포 중 하나인 닭고기 브랜드 HKScan의 경우 세계 최초로 육계 '환경 발자국'을 계산해 육계 농장 시스템의 환경 기여 수준을 측정했다. 이 회사는 2040년까지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Atria 또한 소비자 대상 가금류 제품 포장 과정 중에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을 계산해 친환경적인 활동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한국 1위 하림, 무항생제 71%·동물복지 23%…28일 사육 후 출하


각 사의 농장 전경.ⓒ각 사 홈페이지 캡처

각 사의 농장 전경.ⓒ각 사 홈페이지 캡처

국내 닭고기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자 종합식품기업인 하림에 속한 닭 농장의 경우 △일반(91곳:29%) △무항생제(228곳:71%) △동물복지(73곳:23%) 부문으로 나누어진다.


농축산식품부 자료 기준 동물복지농가는 항생제 등의 동물용 의약품 첨가가 금지된 사료를 쓰고 ㎡당 19수 이하 및 30kg/㎡ 이내 사육 밀도를 지켜야 한다. 별도 격리돼 사육되며 공기 품질도 정해져 있다. 암모니아 농도 25ppm 이하, 이산화탄소(Co2) 농도 5000pp 이하가 해당 기준이다.


무항생제농가 특징은 △질병취약시기(3주) 이후 항생제 사용금지 △가축에 합성농약사용 금지 △축사소독제와 해충제거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동물용의약품으로 허가받은 제품만 사용가능 기준을 지켜야 한다.


하림 측은 "하림의 동물복지 농장의 육계는 동물의 습성을 최대한 유지해주며 건강을 증진시키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등 복지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복지 닭고기는 출하일령 기준으로 28일 이상 사육 후 출하를 하며 자유롭게 활동 할수 있도록 ㎡당 19수 이하, 30kg이내로 사육하고 있다.


사료의 경우 항생제, 합성항균제, 성장촉진제 및 호르몬제 등의 동물용 의약품을 첨가하지 않으며 포유류 또는 조류 유래 단백질 포함 금지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이상 행동을 하는 닭고기는 별도로 격리하고 왕겨를 5cm이상 도포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게 하림 측의 설명이다. 또한 동물복지 육계농장 인증기준에 따라 계사의 조명 시간은 최소 8시간 이상의 연속적인 명기와 최소 6시간 이상의 암기를 준수해야 하는데 명기 때 조명시설의 조명도가 최소 20lux 이상이 돼야 한다.


하림 관계자는 "이밖에 공기품질 또한 암모니아 25ppm이하, CO2 농도 5000ppm이하로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고 닭의 쪼는 습성을 위한 녹색채소를 공급하고, 볏짚 등의 놀이기구를 공급한다"고 말했다.


한편 핀란드의 국내 닭고기 시장 진입에 대해 국내 육계업계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 치킨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당장은 노포를 강력한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가치소비 트렌드가 부상하고 환경 친화적인 제품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는 만큼 '행복한 음식'을 추구하고 있는 핀란드 사업 철학에 소비자들이 금세 공감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에서 치킨은 서민들이 즐기는 대중적인 요리인데다 가격 민감도가 크게 좌우하는 만큼 핀란드의 프리미엄 제품은 한정된 소비자와 만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이 한국 시장에 진입할 때 테스트베드 차원에서 맛보기로 사업했다가 잘되면 적극적인 드라이브를 거는 방식을 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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