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사장 교체·자금 수혈…'돈맥경화' 혈 뚫기 안간힘

  • 송고 2022.11.23 15:12
  • 수정 2022.11.23 15:38
  • EBN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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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11억원 사재 투입

박현철 지주 사장 긴급 소방수 등판

롯데 계열사 자금 지원·해외은행 추가 차입 예정

롯데 측 "단기 리스크 충분히 해결 가능"

롯데건설을 둘러싼 유동성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연합

롯데건설을 둘러싼 유동성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연합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롯데건설을 위해 사재 11억7254만원을 투입했다. 앞서 6년간 롯데건설을 이끌다 최근 사임을 표명한 하석주 대표를 대신해 박현철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사장)이 내정됐다. 재계 5위 그룹 오너의 대외적 의지 표출, 계열사의 자금 수혈과 더불어 롯데건설 역시 내부 변화를 통해 유동성 위기 극복 의지를 천명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비상장사인 롯데건설은 지난달 18일부터 최근 한 달 새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로부터 총 1조7500억원을 지원 받았다.


세부적으로 지난달 중순 유상증자를 통해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로부터 2000억원을 투자 받았고 케미칼에서 추가로 5000억원을 차입했다. 이달 들어서는 롯데정밀화학(3000억원)과 롯데홈쇼핑(1000억원)에서도 자금을 지원 받았다. 여기에 하나은행·SC제일은행과 3500억원 규모의 자금 보충 약정을 맺었다.


계열사 지원 이후로도 자금 수혈은 지속되고 있다. 롯데건설은 잠원동 본사 사옥을 담보로 일본 미즈호은행에서 3000억원 규모를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은 3613억원이며 통상 대출금 대비 120% 내외로 잡히는 것을 고려할 때 실제 대출액은 3000억원가량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소규모지만 팔을 걷고 나선 모습이다. 롯데건설은 신 회장이 지난 19일 롯데건설 보통주 9772주를 11억7254만2000원에 취득했다는 내용의 '최대주주 등의 주식 보유 변동'을 공시했다.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롯데홀딩스 등 계열사도 롯데건설 주식을 대거 매입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 보통주 72만9874주를 875억7758만1000원에 사들였다. 호텔롯데과 롯데홀딩스는 각각 롯데건설 보통주 71만7859주(861억3590만1000원), 2만7894주(33억4700만1000원)를 취득했다.


이번 차입으로 올해 말까지 도래하는 우발채무 문제는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21일 열린 롯데케미칼 유상증자 컨퍼런스콜에서 김연섭 ESG본부장은 "롯데건설 리스크가 상당한 수준으로 해소됐다고 판단한다"며 "긴급한 상황은 지난 것으로 알고 있으며 더는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도 "일부 PF 대출은 차환에 성공했고 차입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연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PF 대출을 상환할 여력은 충분하다"며 "미착공 대형 사업장이 착공에 들어서면 PF 우발채무의 상당수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완전한 해소라기에는 무리가 있다. 올해 9월 말 기준 롯데건설이 자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788억원 수준이다. 12월 일반에게 분양하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에서 약 1조원의 공사비가 나오지만, 향후 1~2년에 걸쳐 받게 된다. 게다가 주택·분양 경기가 침체하고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건설사의 영업 및 재무적 변동성이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다는 데도 이견이 없다.


또한 우발채무 문제는 내년까지도 이어진다. 한국신용평가(KIS)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우발채무 규모는 6조7491억원으로 KIS가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건설사 중 가장 많다. 우발채무는 아직까진 빚이 아니지만 향후 조건에 따라 채무로 잡힐 가능성이 있는 자산을 가리킨다.


우발채무 가운데 절반가량인 3조1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연말까지 집중돼 있다. 만약 만기 연장이나 차환에 실패하면 보유한 현금으로 빌린 돈을 갚아야 한다. 내년 롯데건설 우발채무는 1분기 1조8696억원 규모로 예상되고 이후엔 2분기 4819억원, 3분기 4030억원, 4분기 이후 8931억원이 예정돼있다.


사장 교체 카드를 꺼내며 경영 쇄신에 대한 의지도 밝힌 상황이다. 사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전해진 박현철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사장)은 이사회를 통한 정식 임명 전이지만 서둘러 업무 파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현철 사장은 1985년 롯데건설로 입사해 롯데쇼핑 운영담당 전무, 롯데물산 대표이사 등을 거쳐 2019년부터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을 맡아왔다. 자금 부담이 그룹 전반으로 퍼진 만큼 지주 출신 사장이 문제 해결의 적임자라는 내부 관측이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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