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값 4% 하락한다지만…보증사고 급증에 전세 기피

  • 송고 2022.12.19 10:58
  • 수정 2022.12.19 11:00
  • EBN 정민주 기자 (minju0241@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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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보증사고 전월比 21% 급증

"전세가 하락해 차액 마련 차질"

신혼부부들은 월세 선호 현상 가중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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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억2000만원 오피스텔 전세 거주 중인 A씨. 전세대출 1억원을 껴서 들어간 곳이다. A씨는 두 달 전 계약기간이 끝났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증금을 지금까지 돌려받지 못했다. 집주인이 개인회생을 신청해서다. A씨는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한 상태도 아니다. 이 오피스텔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A씨의 보증금은 보호되겠지만, 매물이 낙찰 될지 그동안의 이자는 청구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2. B씨는 신혼집 전세 만기를 앞두고 주변에 자문을 구하고 있다. 거주 중인 아파트 전세 시세가 하락해 보증금을 깎아달라고 하고 싶어서다. 임대인은 보증금을 조금 내주는 대신 지금같은 역전세난에 새 임차인을 찾지 않아도 돼 가능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임대인이 차액을 돌려주지 못할 우려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떨어진 가의 일부를 융자로 남기고 싸게 전세를 내놓는 경우가 많지만 B씨 집주인이 해당될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이유다.


최근 전셋값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보증사고가 역대 최다 수준을 기록했고, 서민을 옥죄는 전세대출 이자는 8%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전세 시장이 심리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일 한국부동산원 임대차시장 사이렌 등에 따르면 올해 11월 전국 보증사고는 852건으로 10월 704건보다 148건(21%)이나 늘었다. 사고 금액은 1862억20만원으로 한 달 만에 22% 확대했다. 이 기간 수도권 보증사고는 786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1~11월 전월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 건수는 서울만 국한해도 3719건으로 1년 만에 26% 뛰어올랐다.


집주인들은 "1년 만에 전세가격이 급락해 차액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전세를 여러채 내준 집주인들의 경우 사정이 더 좋지 않다. A씨에게 전세를 내준 집주인은 동시에 4~5채를 수도권에 보유, 수도권 전세가격이 최근 폭락한 탓에 전세 보증금을 돌려막지 못해 결국 개인회생까지 넘어가게 됐다.


상황이 악화하자 정부 차원에서도 전세사기 지원을 위한 합동 법률지원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국회에서도 이 같은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 등은 임차인의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는 법안을 최근 발의했다. 2억원 이상의 임차보증금을 변제하지 않아서 주택보시보증공사가 보증채무를 대신 이행한 경우, 과거 3년간 보증금 미반환으로 경제집행, 보전처분 등 3회 이상 받은 임대인의 인적사항 등을 공개한다는 게 골자다.


전세 수요가 높았던 신혼부부들은 최근 월세를 선택하는 분위기다. 보증금을 전액 반환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큰데다 최근 전세대출 이자가 급등해서다. 금융권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최고 금리가 연 7~8% 박스권을 형성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내년 4월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알아보고 있는 한 부부는 "계산해보니 전세를 들어가는 것보다 월세를 내는 게 더 합리적"이라며 "주위에 최근 결혼한 부부들 5쌍 중 3쌍이 월세를 택했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현 시장 분위기로는 내년에도 역전세난이 지속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년 전세 가격이 전국적으로 4% 하락한다고 전망했다. 주산연은 "올해 기준금리가 8차례나 인상했고 매매가격이 동시에 떨어지면서 입주물량이 증가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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