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속 운항에 인도 연기까지…위기대응 나선 선사들

  • 송고 2023.01.05 14:00
  • 수정 2023.01.05 14:00
  • EBN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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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임 급락과 선복량 과잉 문제 불거지며 발주한 선박 인도 미뤄

초저속운항으로 계선율 낮추고 대륙 우회로 운하 이용료도 줄여

중국 후동중화조선소가 건조한 'MSC Tessa'호 진수 모습.ⓒ스플래시247

중국 후동중화조선소가 건조한 'MSC Tessa'호 진수 모습.ⓒ스플래시247

2021년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운임이 치솟으며 호황기를 맞이했던 컨테이너선사들이 운임 급락과 선복량 과잉 문제가 불거지며 위기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말 예정됐던 초대형 선박들의 인도를 연기하는가 하면 벌크선보다 느린 속도로 운항하는 대신 항로에 투입되는 선박을 늘림으로써 계선율을 낮추는데 주력하고 있다. 일부 선사들은 운하 대신 대륙을 우회하는 항로를 선택함으로써 부담스러운 운임 이용료를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 트레이드윈즈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로 예정됐던 초대형 컨테이너선 'MSC Tessa'호의 인도가 올해 2월로 미뤄졌다.


MSC(Mediterranean Shipping Co)에 인도되는 이 선박은 선주측의 요청에 따라 인도일이 조정됐다.


중국 후동중화조선소에서 건조한 'MSC Tessa'호는 2만4116TEU급으로 지난해 6월 진수됐으며 현재까지 건조된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으로 기록됐다.


MSC는 'MSC Tessa'호를 비롯한 약 20척의 컨테이너선을 지난해 말까지 모두 인도받는다는 계획이었으나 인도일정을 조정함에 따라 지난해 건조된 다수의 초대형 선박이 '2023년생'으로 변경됐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컨테이너선 운임이 하락세를 지속함에 따라 기존에 발주한 선박을 인도받는 것에 대한 선사들의 부담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월 3500선을 넘어섰던 컨테이너 운임지수(CCFI)는 12월 30일(1271) 1300선이 무너졌으며 스팟운임의 경우 아시아 지역에서 하락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 2021년말 아시아에서 미국 서안으로 향하는 컨테이너선 항로의 FEU(1FEU는 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스팟운임은 1만4600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지난해말에는 1379달러까지 떨어지며 1년만에 90% 이상 급락했다.


중국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설명절을 전후로 최대 5주간 정상적인 생산활동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운임 하락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며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소비심리가 위축되기 시작한데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경기둔화 우려가 높아졌다는 점도 향후 시황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선사들은 인도연기와 함께 계선율을 줄이기 위한 속도조절과 운하를 이용하지 않는 우회 운항에도 나서고 있다.


운송할 화물이 없는 선박들은 항구에 묶여 화물수요가 늘어나길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 선사 입장에서는 선박이 항구에 계선돼 있더라도 관리비용과 금융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계선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대외적으로도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등 부정적인 요소일 수밖에 없어 선사들은 선박의 운항속도를 줄이는 대신 항로에 투입하는 선박을 늘리는 방식으로 수요둔화에 대응하고 있다.


화물선 중 가장 빠른 속도를 갖고 있는 컨테이너선은 25노트(시속 약 46km) 안팎의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설계되며 실제 운항에서는 18~20노트(시속 약 33~37km)의 속도로 화물을 운송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부 선사들이 벌크선보다도 느린 10노트(시속 약 19km)의 속도로 컨테이너선을 운항하는 초저속운항(super slow steaming) 사례까지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방식을 통해 일주일에 두 척의 선박을 추가로 투입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파나마·수에즈 운하를 이용하지 않고 대륙을 우회해서 선박을 운항하는 것도 계선율을 줄이는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들 운하를 이용할 경우 화물 운송기간을 단축할 수 있으나 선사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서남단에 있는 희망봉(Cape of Good Hope)를 거쳐 돌아가는 항로를 선택함으로써 항로에 투입되는 주간 선박을 늘리고 운하 이용료를 부담하지 않음으로써 비용절감도 가능해진다.


HMM을 비롯해 하팍로이드(Hapag-Lloyd), ONE(Ocean Network Express), 양밍해운이 가입한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는 운송수요가 감소한 항로의 선박을 다른 항로로 재배치하는 작업에 나섰다.


현재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물동량을 보이는 항로는 지중해 항로가 유일한데 선복량 과잉으로 운임이 급락한 아시아~태평양 항로의 선박들을 운임 하락세가 상대적으로 덜한 항로로 투입하는 것이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선사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공급망 교란에 따른 어려움보다 선복량 과잉이 더 큰 고민거리로 떠올랐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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