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50도·탱크 바퀴도 견뎌라"…전자제품 '밀스펙' 입는다

  • 송고 2023.01.10 13:46
  • 수정 2023.01.10 14:07
  • EBN 이남석 기자 (leens0319@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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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군사표준규격 통과한 밀스펙 제품 인기…가혹한 환경서 '거뜬'

삼성전자, 6가지 항목서 밀스펙 기준 통과한 '갤럭시북고' 선봬

LG전자, 그램360 출시부터 IT 유튜버 통한 온라인 마케팅 활발

밀스펙 인증을 통과한 삼성전자 '갤럭시 탭 액티브4 프로'.ⓒ삼성전자

밀스펙 인증을 통과한 삼성전자 '갤럭시 탭 액티브4 프로'.ⓒ삼성전자

#매주말마다 야외 라이딩을 즐기는 김 모씨는 최근 스포츠 시계 구매를 위해 여러 브랜드를 살펴보고 있다. 얼마전 라이딩 도중 넘어져 시계가 고장나자 좀 더 튼튼하고 오래도록 사용이 가능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각종 충격에도 지속성을 자랑하고 저온과 고온, 진동 등 가혹한 환경에서도 완벽한 성능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밀스펙(밀리터리 스펙)' 인증을 받은 제품들이 주목 받고 있다.


외관 디자인과 함께 전자제품을 다양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의 중요도가 높아지자 기업들도 발빠르게 대응하는 모양새다. 스마트워치부터 노트북 등 밀스펙 옷을 입은 러기드(Rugged·튼튼한)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1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대만 PC 제조업체 에이수스는 최근 폐막한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3'에서 밀스펙 인증을 받은 커머셜 노트북과 크룸북 시리즈를 선보였다.


밀스펙은 미국 국방부의 군사표준규격(MIL-STD-810G)을 뜻하는 말이다. 사막이나 극지방 등의 가혹한 환경에서 전자기기가 정상 작동할 수 있는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대개 군사용품에 우선 적용되는 기준이다.


다만 최근 반도체 등 특수 분야를 비롯해 일반 상업용 제품 역시 밀스펙 인증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전자제품의 안전성을 판단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에이수스가 공개한 비즈니스 노트북 엑스퍼트북 B9 OLED는 견고하면서도 가벼운 몸체를 갖고 있다. 밀스펙 인증을 받아 내구성이 뛰어나며 마그네슘-리튬 합금 가벼운 소재로 제작돼 이동성을 상향한 까닭이다. 이에 더해 현실감 있는 색감으로 몰입도를 높이는 16:10 화면 비율의 QHD OLED 패널을 장착했다.


에이수스의 크롬북 바이브 CX34 플립도 밀스펙 인증을 받았다. 아울러 최대 10시간이 지속되는 배터리 용량으로 높은 휴대성을 제공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애플의 밀스 제품 '애플워치 울트라'는 항공 우주 등급의 티타늄으로 제작됐다. 손목 위 온도 작동 범위는 △영하 20도 △영상 55도다. 오셔닉 플러스(Oceanic+) 앱을 활용하면 최대 40미터 수심에서도 작동 가능하다. 애플워치 시리즈 중 처음으로 L1과 L5 GPS를 모두 통합한 정밀 이중 주파수 GPS(위성항법장치)가 적용돼 정확한 거리와 속도, 경로 데이터를 제공하고 마이크는 총 3개가 내장됐다.


머신 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바람이 많이 부는 등 소음이 심한 환경에서도 원활한 통화가 가능하다는 것도 특징이다. 최대 86데시벨 수준의 사이렌 기능을 통해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국내 전자업계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일찌감치 밀스펙 인증에 나섰다. 이를 통해 익스트림 스포츠 같은 바깥 활동을 즐기는 소비자와 건설현장 같은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2021년 7월 출시한 '갤럭시북고'는 총 6가지 항목이 밀스펙 기준을 통과해 주목 받았다. 지난해에는 야외 활동을 즐기는 소비자를 겨냥한 러기드 태블릿 PC '갤럭시 탭 액티브4 프로'를 국내에 출시하기도 했다. 밀스펙 인증을 거친 제품인만큼 IP68의 방수·방진 기능을 탑재했다. 최대 1.5미터(m) 수심에서 약 30분 버틸 수 있고, 스크래치나 충격에 강한 고릴라 글래스 빅터스 파이브가 들어갔다.


LG전자는 밀스펙에 "진심을 담았다"는 입장이다. 제품 출시와 마케팅 활동을 동반하면서 밀스펙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20년 3월 유명 IT 유튜브 채널 '깨봉채널'과 함께 자사 주요 IT 기기에 탑재된 '밀스펙' 알리기 온라인 마케팅을 진행한 데 이어 같은해 9월 밀스펙을 탑재한 실속형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이후에도 '그램360'과 '투인원 노트북' 등 밀스펙 옷을 입은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는 자신감을 보였다.


7개 항목에 대한 밀스펙 인증을 통과한 'LG 그램 360'ⓒLG전자

7개 항목에 대한 밀스펙 인증을 통과한 'LG 그램 360'ⓒLG전자

업계에서는 현재 마니아층 중심의 밀스펙 관련 시장이 앞으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나비오는 전 세계 러기드 기기 시장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연평균 7% 이상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마무리 되고 경제·사회·레저활동이 재개되면 밀스펙 인증을 거친 러기드 기기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환경에서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이 주목 받으면서 밀스펙 인증을 받은 제품들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며 "인증 절차가 까다로운 밀스펙은 획득 제품들의 안전성을 증명할 수 있는 지표로 부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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