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경쟁도 이젠 옛말…건설사들 시공권 경쟁 신중

  • 송고 2023.02.17 14:42
  • 수정 2023.02.17 14:44
  • EBN 김창권 기자 (kimck2611@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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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시공사 선정은 경쟁없이 수의계약으로 진행

입찰 참여로 매몰되는 비용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연합뉴스

올해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가자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에서 출혈경쟁을 벌이던 건설사들이 예전과 달리 사업성 악화를 우려해 숨 고르기에 들어가고 있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정비사업의 격전지로 꼽히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신동아아파트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재건축 조합이 지난달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당초 이 지역은 지난해 8월 현장설명회에서 여러 건설사가 참여할 만큼 출혈경쟁이 예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입찰 시기가 다가오자 포스코건설과 현대건설이 참여해 2파전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마저도 현대건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포스코건설이 단독 응찰하며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공사비 3746억원 규모의 이 사업에 포스코건설은 프리미엄 브랜드 ‘오티에르(HAUTERRE)’를 아파트에 처음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등 도시정비사업에서 시공사를 선정한 곳들을 보면 GS건설이 공사비 3342억원 규모의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시공권을 따냈으며, 현대건설은 3423억원 규모의 경기 일산서구 ‘강선마을14단지’ 리모델링 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외에도 DL이앤씨가 공사비 3151억원 규모의 서울 ‘강북5구역 공공재개발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됐으며,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SK에코플랜트가 부산 ‘괴정7구역재개발’에 시공권을 따냈다.


이처럼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나선 건설사들의 특징은 대부분 경쟁입찰이 아니어서 수의계약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2017년 개정된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정비사업은 경쟁 입찰을 원칙이지만, 단독 입찰로 2회 이상 유찰되면 조합이 단독 입찰한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


지난해만 해도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곳에서는 다수 건설사들이 경쟁입찰에 참여해 출혈경쟁에 나서는 등 치열한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들어 이 같은 모습은 찾기 힘들어졌다. 업계에서는 미분양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분양 완판을 자신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또 경쟁입찰에 나서기 위해서 들어가는 비용도 현재는 건설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행사인 조합원에게 선택받기 위해 건설사들은 설명회나 홍보 등을 통한 특화설계안을 제시하는데, 이 과정에서 들어가는 설계 도안, 인건비, 홍보비 등의 비용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입찰에 참여하기 위한 비용으로 프로젝트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도급액에 따라 1%내외를 기준으로 보고 있다. 예를들어 공사비가 3000억원이라고 가정하면 1%인 3억원이 들어가는 적지 않은 예산이다.


문제는 시공사로 선정되면 다행이지만, 탈락하게 되면 이 비용은 매몰되는 만큼 쉽게 입찰에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활황일 때는 흔히 다다익선이라는 말처럼 수주를 많이 해도 문제가 없었다”며 “그러나 최근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PF(프로젝트파이낸싱)비용이 증가하고 있어 무분별하게 사업을 늘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존 사업 대비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비용 부담도 늘어나게 되는데, 이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결정적으로 분양이 잘 되면 문제가 없지만,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는 분양을 장담할 수 없어 보다 신중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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