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더 단단해진 포스코, '스마트 팩토리' 최상의 쇳물 만든다

  • 송고 2023.03.27 10:00
  • 수정 2023.03.27 10:00
  • 포항(경북)=EBN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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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복구 과정에서 세대간 통합까지 이뤄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반 조업·품질성 강화

완전 정상화 성공 이후 생산량 계획치 초과

포항 스마트 고로 4차 산업혁명 기술 집약체

포항제철소 전경.ⓒ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더욱 단단해진 모습으로 새로운 도약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사상 초유의 태풍 피해로 모든 설비의 가동이 중단되는 위기를 겪었던 포항제철소가 피해복구 과정에서 세대간의 통합까지 이뤄냈다. 포항제철소는 세계 제조업의 미래인 '등대공장'으로서 스마트 팩토리로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3일 EBN 취재진은 이른 아침부터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기 포항제철소를 찾았다. "태풍 '힌남노'로 침수피해가 발생했던 지난해 9월 이후 포항에 비가 오는 것은 거의 처음"이라고 말한 포스코 관계자는 "앞으로 포항제철소는 수해복구를 경험해 본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로 나뉘게 될 수도 있다"며 제철소 설립 이후 최대위기를 겪으며 더욱 단단해진 직원들의 유대관계를 설명했다.


'힌남노'로 인한 냉천 범람 이후 6개월여만에, 피해복구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23일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찾은 포항제철소는 거대한 설비가 움직이는 굉음과 뜨거운 쇳물에서 나오는 열기만 가득할 뿐 태풍 피해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포스코 측은 "지난해 11월 23일 기자들이 방문했을 때는 2열연공장의 재가동 시점도 불확실할 만큼 완전 정상화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며 "하지만 올해 1월 20일 포항제철소가 완전 정상화에 성공한 이후 생산량도 계획치를 초과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냉천 범람 직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신속히 전기와 가스를 차단한 덕에 4만3000개에 달하는 모터는 침수 피해에도 정비를 통해 복구할 수 있었다. 다른 기계류도 정비작업을 거쳐 정상 작동 중이다. 각 공장별 수천 개에 달하는 센서류들은 전자제품이다. 수량도 많으므로 아직까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설비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센서가 발견될 경우 즉시 교체하며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포항제철소를 덮친 냉천은 상류보다 하류의 폭이 좁은데다 거센 물살에 휩쓸려 온 냉장고 등이 제철소 바로 앞에 위치한 냉천교에 걸려 댐 역할을 하면서 피해 규모를 더 키웠다. 포스코는 냉천교 구간 정체로 냉천이 범람하기 시작하면서 포항제철소 침수량은 약 620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포항제철소 설립 이후 약 50년만에 처음으로 냉천이 범람함에 따라 향후 '힌남노'보다 더 강한 태풍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정문부터 3문까지 약 1.9km 구간에 걸쳐 슬라이딩 차수문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정석준 3선재공장 공장장은 "3선재공장은 냉천과 가장 근접한 설비 중 하나인데 전기는 끊기고 어디서부터 복구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며 "복구 우선순위를 정해 순차적으로 진행하면서 조금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000도를 웃도는 초고온 상태의 쇳물로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제철소 특성상 가동중단으로 쇳물이 굳어버리면 손쓸 도리가 없다는 것이 냉천 범람 이후 포항제철소 직원들에게 가장 큰 위기로 다가왔다. '냉입'이라고 부르는 이와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포항제철소 임직원들은 냉천 범람 직후 며칠간 잠도 못자고 고로를 되살리는데 매달렸다.


최주한 2제강공장 공장장은 "2제강공장은 고로를 살려야 하는 사명이 있는데 냉천 범람 이후 일주일 내에 무조건 고로를 다시 가동시켜야만 했다"며 "모두가 망연자실하고 힘든 상황에서 최소 보름이 필요한 이 작업을 일주일 내에 마친 것은 지금 생각해도 '미션 임파서블'이었다"고 피력했다.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 모습.ⓒ포스코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 모습.ⓒ포스코

사상 초유의 침수피해를 겪으면서 고생도 많았지만 135일에 걸친 복구작업에 매진하면서 포항제철소 임직원들은 세대간의 차이를 넘어 '전우애'와 같은 끈끈한 유대와 함께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소통의 폭도 넓어졌다. 여의도 면적의 세배에 달하는 포항제철소에서 근무하다 보면 부서가 다른 직원과는 얼굴 보는 것도 쉽지 않다. 여기에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충분하지 못한 소통으로 오해가 생기기 시작하면 이를 풀기는 더더욱 쉽지 않은 환경이다.


정석준 공장장은 "포항제철소 직원 뿐 아니라 협력사도 같이 일하고 있는데 복구작업을 하면서 서로 묵었던 오해도 많이 풀리고 마음의 문을 열게 된 것 같다"며 "정상가동 후 직원들과 소통이 더 잘 되고 있고 협조 요청을 하면 적극적으로 들어주려고 하는 전우애 같은 것이 생겼다"고 말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완전 정상화를 이뤄낸 포항제철소는 이제 세계 제조업의 미래인 '등대공장'으로서 디지털화와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의 스마트 고로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집약체로 평가되고 있다. 높이 110m에 내부온도가 최대 2300도까지 오르는 고로는 안을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에 작업자의 숙련도에 의지해 관리돼왔다.


용광로의 각종 지표를 정형화·데이터화하고 설비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투입되는 연·원료의 양, 노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포항제철소 2고로는 'AI 용광로'라고 불릴 만큼 인공지능 수준의 자체 제어와 예측이 가능하다. 포스코는 용광로의 통기성, 연소성, 용선 온도, 출선량 등을 인공지능이 스스로 확인하고 상태를 제어할 수 있는 포항제철소 2고로를 시작으로 3고로와 광양제철소 3·4고로에도 스마트 고로 시스템을 구축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반으로 조업과 품질 안정성을 강화했다.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은 최초의 '스마트팩토리'로 불리고 있다. 조업 노하우에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접목해 고품질 열연을 생산하는 2열연공장은 인공지능이 가열로에 투입되는 슬라브의 패턴과 조업방법을 분석해 자동으로 조업함으로써 품질 편차가 사라졌으며 가열된 슬라브를 눌러서 펴주는 압연 과정도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통해 제품 손실을 크게 줄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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