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친 포스코, 노조는 ‘파업 카드’ 만지작…연관산업 악영향

  • 송고 2023.10.25 07:43
  • 수정 2023.10.25 07:44
  • EBN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 url
    복사

시황둔화로 철강·이차전지 동반 부진

철강사업, 내년 1분기까지 약세 예상

노조, 쟁의권 확보 나서…우려 목소리

포항제철소 제2고로(사진 왼쪽)와 포스코퓨처엠 음극재 세종공장 생산라인[제공=포스코, 포스코퓨처엠]

포항제철소 제2고로(사진 왼쪽)와 포스코퓨처엠 음극재 세종공장 생산라인[제공=포스코, 포스코퓨처엠]

포스코홀딩스가 주력사업인 철강과 이차전지에서 모두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철강의 경우 시황 둔화에 따른 수요부진 영향이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차전지 사업은 사상 최대 매출 달성에도 리튬 등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시황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지지부진한 포스코 노사협상이 또다른 악재로 불거지고 있다. 노조는 중노위 조정기간이 끝나기 전에 찬반투표를 통해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시황악화와 함께 노조가 파업 등 실질적인 쟁의행위에 나설 경우 자동차, 조선 등 연관산업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4일 공시를 통해 올해 3분기 매출 18조9610억원, 영업이익 1조1960억원, 당기순이익 55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10.4%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33.3% 증가했다. 하지만 전기대비 매출은 5.5%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7.7% 줄어들었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25%나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증가한 것도 기저효과 영향이 컸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포항제철소가 침수되면서 포스코홀딩스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2021년 3분기(3조1200억원)보다 70.5% 급감했다.


포스코홀딩스는 태풍 피해와 냉천 범람 악재가 이어졌다. 포항제철소 생산·판매감소 영향 2221억원, 재고손실 등 일회성 비용 1860억원, 그외 포항지역 사업회사들의 일부 설비 피해 274억원 등 연결기준 4355억원의 영업손실을 실적에 반영했다.


이번 실적부진은 3분기부터 본격화된 시황 둔화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전언. 포스코홀딩스는 연초 올해 경기전망에 대해 하반기에 회복세가 본격화되는 ‘상저하고’를 전망했다. 하지만 수요감소로 인해 생산과 판매 모두 줄어든 것.


계절적 비수기인 여름철 원자재가격이 하락세를 보였다. 수요부진 영향으로 판매가격 하락폭이 더 컸다. 최근 들어 원자재가격이 오름세를 보이지만 제품 가격에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중국 정부가 무주택자에게 낮은 금리로 대출을 제공하는 등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섰다. 하지만 경기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파급력이 없었다. 중국 철강사들 역시 경영실적 악화로 인해 예상만큼 감산에 들어가지 않은 것도 3분기 실적부진으로 꼽히는 이유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3분기의 연속선상에서 4분기도 약세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시황이 내년 1분기까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후 방향성에 대해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고금리 정책 추이를 지켜본 후에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업인 철강업과 함께 신성장동력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는 이차전지소재 사업에서도 원자재 가격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3분기 매출 1조2858억원, 영업이익은 371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2.1% 증가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으나 영업이익은 54.6% 급감했다. 이를 포함한 포스코홀딩스의 친환경 미래소재 산업의 3분기 매출은 1조3130억원으로 성장세를 지속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60억원 적자다.


포스코퓨처엠을 포함한 친환경 미래소재 산업의 부진은 리튬 등 원자재 가격 하락 영향이 크다. 지난해 10월 kg당 500위안 중반 수준이던 리튬(탄산리튬) 가격은 올해 8월말 200달러선이 무너졌다. 이어 이달 들어서는 150~160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리튬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것으로 판단. 현재는 정상적인 가격 수준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의 경우 전기차 수요 증가로 인해 리튬 수요도 늘어났다. 올해는 폭스바겐, 르노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전기차 판매량이 목표치에 못미치는 등 조정국면에 들어간 상태다.


포스코홀딩스 측은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리튬 가격이 하락했는데 업계에서는 정상적인 가격을 찾아가는 단계로 평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내년 가격을 3만5000~4만달러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보다는 좀 낮은 수준에서 가격대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가 예측한 3만달러에서 크게 벗어나는 수준이 아니다는 설명이다.


원자재 가격 하락과 수요 감소라는 공통적인 요인이다. 주력사업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포스코홀딩스 입장에선 오는 28~29일 예정된 포스코노동조합의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로 쏠리고 있다.


이달 초 협상결렬을 선언한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신청을 접수했으며 이를 한 번 더 연장해 오는 30일 조정기간이 종료된다. 조정기간 중 노사는 두 차례 조정협상에 나섰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물러난 상태다. 조정기간 종료를 앞두고 노조가 실시하는 찬반투표에서 찬성표가 많이 나올 경우 노조는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30일 최종 조정협상에서도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노조는 파업을 비롯한 쟁의행위에 나서는 것이 가능하다. 주력사업 전반에 걸친 시황둔화 속에서 수익성 방어를 위해 고민하고 있는 포스코홀딩스 입장에서는 노조가 실질적인 쟁의행위에 나설 경우 실적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포스코 설립 이후 50년간 단 한번도 파업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노조의 최근 행보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포스코의 파업이 자동차, 건설, 조선 등 연관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노사 양측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포스코 노사는 창사 이래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했고 지금까지 파업을 해 본 역사가 없다”며 “이번에도 직원들이 현명하게 판단하고 사측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타결될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현장 근로자를 ‘동지’로 호칭했다 [제공=포스코]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현장 근로자를 ‘동지’로 호칭했다 [제공=포스코]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