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N 칼럼] 스타트업 성공 멘토링 (IR 下)

  • 송고 2023.11.02 12:44
  • 수정 2023.11.06 11:10
  • EBN 권영석 기자 (yskwo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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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 한국사회투자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 한국사회투자

작년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 판매량 기준 1등은 약 21% 점유율을 달성한 삼성이다. 하지만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애플이 약 42%로 압도적인 선두(삼성은 18%정도)다. 특히 요즘 잘파(Z세대+알파세대 합성어) 세대에게 아이폰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애플의 성공에는 ‘애플=혁신’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낸 마케팅과 시기적절한 제품개발 전략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검은색 터틀넥 티셔츠를 입은 스티브 잡스의 멋진 프리젠테이션이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다. 간결한 슬라이드와 고도로 연출된 프리젠테이션은 사람들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보통 IR 데모데이라고 불리우는 투자설명회는 기업을 여러 이해관계자 특히 투자자에게 소개하는 매우 중요한 자리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스타트업 대표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시간 중 하나일 것이다.


효과적인 발표를 위해서는 발표 Deck(보통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자료) 도 중요하지만 전하는 메시지와 표정, 몸짓, 언어, 시선 등의 요소도 큰 역할을 한다. 성공적인 프리젠테이션을 위해서 대부분의 창업기업 육성 프로그램에서는 발표 스킬을 증대시키기 위한 교육이 포함되고 전문가에게서 코칭을 받기도 한다.


지난 기고에서는 효과적인 사업계획서 작성을 위한 전략과 세부 고려사항을 살펴봤다. 하지만 제대로 잘 작성된 사업계획서도 정작 발표자가 발표를 잘 못하면 전달력은 크게 감소된다. 보통 IR 데모데이에서 주어진 발표 시간은 대략 5~10분 정도이고 이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래서 이런 발표에는 핵심메시지를 앞부분에 전달하는 두괄식 방식이 더 효과적이다. 문제, 솔루션, 사업모델, 시장규모 등 개별 항목을 발표할 때도 결론을 먼저 제시하고 이후 부가적인 설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발표시에는 진정성과 솔직함이 기본 자세가 돼야 한다. 사업모델을 과도하게 포장하려고 하지 말고, 특히 기술이나 실적을 부풀리는 것은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다. 자신감있는 태도도 매우 중요하다. 사업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대표 본인이니 적어도 자기 사업에 대해서만은 무슨 질문이 들어와도 막힘이 없어야 한다. 항상 투자자를 향해 시선을 두고 소통해야 한다. 슬라이드에 붙어 서서 발표하되 너무 과도한 움직임은 시선을 분산시켜서 메시지 전달력을 떨어뜨린다. 특히 레이저포인터를 돌리거나 흔드는 것은 금기이다.


슬라이드 첫 장을 열어 놓고 하는 오프닝은 청중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 사업이 어떤 사업이라는 것이 제시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차세대 비 발화성 이차전지 제조사”라고 소개하고 시작하면 이 회사는 배터리 산업 분야의 회사구나.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가진 이차전지 회사구나 라고 우호적인 인식을 가진 상태에서 발표를 듣게 된다. 간혹 너무 장황하게 회사를 소개하는 경우가 있는데 IR 발표의 핵심은 회사소개가 아니라 솔루션 소개임을 명심해야 한다.


바로 이어지는 문제·원인 제시는 사업을 시작하게된 동기가 제시되는 중요한 포인트이다. 너무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문제설명은 불필요하다. 예를 들어 어떤 스타트업이 탄소포집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에너지원이나 소재를 만드는 기업이라고 했을 때 기후위기나 탄소저감과 같은 일반적인 내용을 설명할 필요는 없다. 대신 기존 탄소포집기술의 문제점을 뾰족하게 제시하거나 탄소포집의 니즈가 큰 A회사 등 고객의 구체적 니즈를 파고드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솔루션 부분에서는 기업의 핵심경쟁력 위주로 부각하는 것이 좋다. 대체육 사업을 하는 회사를 예를 들어보자. 솔루션을 기술과 원리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보다는 “우리 대체육의 특징은 마블링과 식감을 그대로 재현하는 단백질 적층기술 기반입니다” “미국특허를 받았고 B식품업체와 PoC(Proof of Concept 가설검증)를 마쳤습니다” 하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좋다. 흔히들 혼동하는 것이 솔루션과 제품·서비스이다. 제품·서비스는 솔루션에 기반해 파는 상품의 개념으로 구분해서 사용돼야 한다.


사업모델(수익모델) 설명은 발표의 백미이다. 많은 발표자가 가장 역점을 둬야 하는 부분으로 “그래서 돈은 어떻게 벌겠다는 것인가” 에 대한 답이 정확히 제시돼야 한다. 수익모델은 최대한 쉽고 간단히 설명돼야 한다.


남대문시장 B2B 사업을 하는 기업 대표의 수익모델 발표는 매우 직관적이다. 3만 개 확보 도매상 거래수수료 몇 퍼센트와 배송박스 대행 년 1만개의 매출로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도 쉽게 이해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 기업의 실제 수익모델 구조는 Saas, AI, Trend 분석, 광고 등 핵심 기능이 결합되기에 다소 복잡하다.


수익모델에서 특히 신경써야 할 것은 시장 규모이다. 현재 시장은 물론이고 향후 확장성과 경쟁력 강화를 통해서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시장 규모가 정확히 전달돼야 한다. 미래 매출 추산은 근거가 제시, 입증돼야 한다. 즉 매출의 근거가 되는 검증된 KPI 자료와 논리 제시가 핵심이다. 수익원이 다수 일때는 각 수익원 별로 어떻게 매출과 순익이 증가시킬 수 있는 지를 적절한 KPI를 연동시켜 보여주면서 설명하면 더욱 효율적이다.


팀 설명도 중요하다. 어떤 대표는 자기가 일한 경험과 성과만을 강조하다가 소중한 시간을 소모하는데 팀의 역량과 팀 결속력, 지속가능성 위주로 어필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우리는 K대학원 연구실에서 만나 창업했고, 각 분야 전문가가 회사의 핵심을 이루고 있고 이미 몇 년간 합을 맞춘 국내 최고의 팀으로 자부한다와 같은 내용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투자유치 설명회인 만큼 이번 라운드에서 얼마를 유치하고 투자금을 어디에 활용해서 회사의 가치를 어떻게 높일 것인지가 제시돼야 할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창업보육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액셀러레이터인 500스타트업, Y컴비네이터, PnP와 같은 기관이 있다. 이 기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전문가 멘토링을 비롯한 다양한 기업 역량 증대 코칭을 받게 된다.


또 수백개의 스타트업이 코워킹 공간에서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경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상깊은 프로그램은 IR 이벤트이다. 수 많은 전세계의 크고 작은 VC를 비롯한 투자가들 앞에서 수백 번의 프리젠테이션을 경험하게 된다. 발표시간은 단 2분.


한국에서 건너간 스타트업 대표들도 처음에는 이러한 문화에 당황하지만 수십, 수백번의 반복 경험을 거쳐서 회사 서비스 소개에는 달인이 된다. 이 과정을 통해서 대표들은 꿈속에서도 발표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회사의 장점과 투자매력도를 나타낼 수 있도록 훈련을 받게되고 이는 곧 투자유치를 통한 회사의 급속한 성장으로 이어지게 된다. 에어비엔비, 링크드인, 우버와 같은 선배 유니콘 기업이 그랬던 것처럼 이 IR 과정을 통해 스타트업은 경쟁하고 도태되고 우월적 지위를 확보한다.


보통 사람은 대부분 무대울렁증이 있다. 발표기회가 많다고 해서 능숙하게 발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발표 논리를 명확히 세우고 핵심 강조 키워드를 청중들에게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이 조금 어눌해도 명확한 논리로 핵심 키워드들을 잘 엮어서 전달하면 효과가 크다. 물론 눈 감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반복 연습을 통해서 경지에 올라가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미디어 천국의 시대에서 사업도 중요하지만 잘 포장해서 이해관계자를 잘 설득하는 것도 사업자가 갖추어야 할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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