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 ‘신경戰’ 늘어지는 후판 협상…연동제 가능성은

  • 송고 2023.12.05 14:01
  • 수정 2023.12.05 14:01
  • EBN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 url
    복사

하반기 협상 지지부진…철광석價 상승·가격인하 무게

저가 中·日 수입 증가·국내 철강사 목소리 힘 잃어

“철근처럼 포뮬러 적용” vs “수급요인 따라 상황 달라”

조선소 선박용 후판 가격은 톤당 90만원 후반~100만원 수준이다 [사진=EBN]

조선소 선박용 후판 가격은 톤당 90만원 후반~100만원 수준이다 [사진=EBN]

조선소와 철강사의 하반기 후판 협상 신경전이 길어지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협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철강사들은 철근·형강과 마찬가지로 후판도 원자재 가격을 제품 가격에 연동하는 ‘포뮬러’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조선사들은 반대의 목소리다. 수급요인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는 만큼 수입산 대비 국산 후판 가격이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 수익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은 HD한국조선해양을 비롯한 조선사들과 하반기 후판 가격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가격 협상은 이르면 11월 말 가격 협상 결론이 유력했다. 하지만 상반기 대비 가격 인하 폭에 대한 조율에 진통을 겪으면서 길어지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초 11월 중으로 협상을 마친다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하반기 원자재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후판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조선사들의 요구가 컸다. 철강사들이 부담을 느끼면서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올해 상반기 조선향 후판 가격은 톤당 90만원 후반~100만원 수준에 협상이 이뤄졌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이보다 소폭 인하된 90만원 중반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주요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은 30% 이상 올라 철강사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상반기 후판 협상이 이뤄지던 올해 5월 철광석 가격은 톤당 100.31달러까지 떨어지며 100달러선 붕괴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 1일 기준 가격은 134.54달러로 3주 연속 130달러를 웃돌고 있다. 철광석 가격이 지난 5월 대비 30% 이상 오른데 이어 지난달에는 한전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까지 올랐다. 철강사들이 후판 가격을 올려야 하는 이유는 누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산 등 저가 후판 수입이 늘어나면서 수입산 대비 국산 후판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조선사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올해 1~10월 중후판 수입량은 190만톤을 넘어섰으며 연말까지는 200만톤 이상의 후판이 수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 이어 일본 철강사들도 내수로 소비하지 못한 철강제품의 한국 수출을 늘리고 있는데 엔저 효과까지 더해지며 중국보다 더 낮은 가격에 들어오는 경우도 많아졌다.


한국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개월간 수입된 철강재는 총 1315만9000톤으로 집계됐다. 수입량은 전년동기 대비 12.9% 늘었으나 수입금액(134억8000만달러)은 오히려 5.4% 감소했다.


일본산 철강재의 평균단가(894달러)가 중국산(912달러)보다 낮은 이례적인 현상을 보인 것도 일본 철강사들이 내수로 소진하지 못한 물량을 자국보다 낮은 가격에 수출하는데다 엔저 영향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철강사들이 내수부진에 따라 감산에 나서고 있긴 하나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내수로 소비하지 못한 철강재의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현상은 최소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철근, 형강처럼 후판도 원자재가격 변동이 제품가격에 반영되는 ‘포뮬러’ 방식을 적용에 힘을 주고 있다. 철스크랩을 전기로에서 녹여 생산되는 철근·형강은 철스크랩 가격, 전기요금 등 생산비용이 변동될 경우 이를 ‘포뮬러’라고 하는 가격 책정 공식에 반영해 제품 가격을 결정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도 원가 변동 요인에 따라 철근·형강의 가격을 예상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 협상에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며 “반면 후판 가격은 ‘포뮬러’ 방식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반기마다 조선업계와 이견을 조율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사들은 원자재가격이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후판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수요과 공급이라는 기본적인 시장 원칙에 따라 공급이 수요보다 많을 경우 가격인하 여지가 늘어난다는 이유에서다. 수입산 대비 과도하게 높은 가격의 국산 후판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중국산 후판은 톤당 80만원 초반 수준에 수입되고 있다. 지난달의 경우 일부 계약은 70만원 후반에 이뤄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감안하면 90만원 후반대의 국산 후판은 조선사들이 받아들이기에 상당한 가격차이가 있다는 것. 특수한 용도가 아닌 일반 강재의 경우 중국산의 품질이 이전보다 상당 수준 올라왔다는 평가도 이전과는 다른 부분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후판 가격도 올라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가격 외에 수급요인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포뮬러’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대형 조선사들이 올해 들어 겨우 흑자로 돌아선 가장 큰 이유도 최근 2년간 후판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년간 후판 가격이 톤당 60만원에서 120만원까지 인상된 배경은 철광석 가격이 톤당 200달러를 웃도는 등 원자재 가격 급등 요인”이라며 “글로벌 최고 기술력과 품질을 자랑하는 국산 후판을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수입산과의 가격 차이가 상당할 경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제공=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제공=삼성중공업]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